‘동양화 같은 서양화, 서양화 같은 동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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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같은 서양화, 서양화 같은 동양화’
신호재 작가 15일부터 31일까지 나주미술관서 전시
‘Rumination’ 주제로 대작 등 포함 20여 점 선배
2025년 08월 12일(화) 22:03
‘Rumination-24001’
‘R-25002’
‘동양화 같은 서양화, 서양화 같은 동양화’

임근재 화가는 언젠가 신호재 화가의 작품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수긍이 가는 적확한 표현이었다. 관람객의 관점에서도 자연의 미를 단숨에 일필휘지로 기호화, 단순화한 작품들은 동양화와 서양화의 어느 경계에서 발현된 작품으로 다가왔다.

신 작가의 주요 모티브는 해와 달을 비롯해 산, 강, 구름 등의 자연 경물이다. 화폭에 담긴 산수 풍광들은 작가가 매일 마주하는 주위의 배경이거나 심상 속에 깃든 남도 일대의 산하이기도 하다.

서양화가 신호재 작가의 전시가 오는 15일부터 31일까지 나주미술관에서 열린다.

‘Rumination’을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에는 대작 등 20여 점 작품이 출품됐다. 신 작가는 이번에는 캔버스가 아닌 골판지라는 독특한 재료를 매개로 그 재질감을 살린 작품을 선보인다.

이색적인 자료는 이색적인 효과를 발하는 법. 과거의 경험이 화폭에 재구성된 산수는 ‘청산에 살어리랏다’와 같은 시가 내재하는 고고함의 정서를 환기하는 한편 청산에 매몰되지 않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현재화, 동일시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반추’, ‘묵상’ 등의 의미를 지닌 ‘Rumination’은 신 작가가 자연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그는 “나의 뇌리에 쌓인 자연은 응축된 이미지로 반복되고 전이돼 과감한 생략화법으로 형상화됐다”며 “유순한 남도의 풍광과 정서에 대한 반복적인 반추가 투영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용상 동양적 여백, 공간감, 여유로움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서도 “거칠고 실험적인 표면의 질료, 강렬한 원색과 단색조, 밝고 산뜻한 무채색의 조합은 서양적 미감을 염두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Rumination-24001’는 푸른 강과 산, 나무, 달, 풀을 단순화해 윤곽만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반추상적인 이미지를 발하는 자연 경물은 깊이와 여백, 동양적 정서를 발한다. 작가의 심상과 뇌리에 드리워진 남도의 산하는 유순하면서도 활달하며 운기가 넘친다.

‘R-25002’는 산하에 걸린 달과 하늘 저편을 두둥실 떠도는 구름조각, 산언저리 저편에서부터 흘러내린 푸른 물줄기 는 익숙한 듯 낯선 자연을 함의한다. 무엇에도 걸림이 없는 운필의 자유로움은 작가가 내달리고자 하는 풍광 저편의 이상세계를 상정하는 것 같기도 하다.

위혜영 평론가는 “신호재 작가는 자연을 그저 재현하는 것을 넘어, 자연을 감각과 기억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며 “그의 작업은 동양적 여백과 정서를 지니고, 서구적 색채로 동서양 회화의 미학을 새로운 방식으로 교차시킨다”고 평한다.

한편 신 작가는 전남대 서양화과 및 조선대 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현대미술 에뽀끄, 한국미협, 광주미협, 나주미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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