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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사진은 왜 찍나요?-서요섭 조선대치과병원 영상치의학과 교수
2021년 10월 07일(목) 05:00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신문, 잡지, 라디오, TV 등의 매체들은 방사선의 위해성에 대해 자주 알리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능 물질의 확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다. 국내 여러 도시의 방사능 수치를 인터넷에서도 손쉽게 검색해서 확인할 수 있다. 식품을 판매하는 곳에서도 식품의 방사선을 측정해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고 홍보하며, 개인이 방사선 검출기를 구매해 사용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방사선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위험하기 때문이다. 방사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각종 매체를 통해 위험성을 알고 있다. 필자는 어린 시절 ‘달빛 가족’이란 드라마에 OST로 삽입된 ‘새끼손가락’이란 노래를 듣고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난 태어나지도 않았네. 할아버지가 히로시마에 살고 계셨다네. 내 왼 손가락은 태어날 때부터 한 덩어리로 붙어 있었죠. 언제나 주머니 속에 숨어 있는 나의 왼손”이라는 슬픈 가사이다. 방사선 효과를 소재로 한 영화로는 ‘스파이더맨’ ‘닌자거북이’ ‘헐크’ 등이 있고, ‘체르노빌 다이어리’처럼 공포심을 갖게 하는 영화도 있다.

방사선의 위해 효과는 피부 홍반, 백내장, 불임, 탈모 등의 확정적 영향과 암 발생, 유전적 영향 등의 확률적 효과로 설명될 수 있다. 확정적 영향은 방사선 피폭이 신체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에 직접 영향을 주어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를 의미하며, 역치를 넘어 피폭된 경우에는 선량이 커짐에 따라 손상의 정도도 증가한다. 확률적 영향은 신체에 조사된 방사선이 세포의 돌연변이를 일으킨 후 암을 발생시키거나 유전적 영향을 미칠 때 확률적인 우연성이 따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선량이 증가할수록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위험한 방사선을 왜 사용하는 것일까? 답은 필요해서 그렇다. 방사선 검사는 의료에 있어서 필수이다. 눈으로 보면 피부 표면밖에 볼 수 없지만 방사선 사진을 찍으면 몸 내부의 조직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숨겨진 질병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 위험한 방사선을 어떻게 안전하게 사용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에서는 방사선 방어를 위해 정당화, 방어 최적화, 선량 제한 등 세 가지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정당화란 개인 또는 사회가 방사선 노출에 의해 얻을 수 있는 진단 정보가 방사선에 의해 야기되는 상해보다 충분히 커야 한다는 것이고, 방어 최적화는 방사선 노출은 경제적 및 사회적 요인들을 고려해 합리적 범위 내에서 가능한 한 최소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선량 제한은 직업적인 방사선 노출이나 대중의 방사선 노출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권고하는 한도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때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방사선에 노출되는 경우는 선량 제한에 포함시키지 않는데, 그 이유는 정당화로 설명된다. 방사선에 노출되는 피해보다 방사선 검사를 하는 이득이 더 크면 찍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가 받는 이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방사선 사진은 왜 찍나요?” “찍으면 뭘 알 수 있나요?” “꼭 찍어야 하나요?” 이러한 질문은 환자의 이득에 대해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되고, 환자에게 방사선 검사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병원에서 환자가 의사에게는 불편해서 못 물어보고, 방사선 검사를 할 때에 “이거 왜 찍어요?”라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 검사한 의사가 아니면 대답해 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증상을 파악하기 위한 진단 정보가 부족해서 촬영하는 경우에는 정말 몰라서 무언가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봐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 대한 설명은 검사한 의사가 아니면 해 줄 수 없다.

치과에서 진단 목적으로 사용되는 방사선량은 확정적 효과가 나타나는 역치 선량에 훨씬 못 미치고 주로 머리와 목 부위를 촬영하므로 자궁 및 태아와는 거리가 멀다. 또한 선량이 적어서 방사선에 의한 발암 가능성도 매우 낮다. 그래서 바쁜 의사에게 물어보면 실례가 될 것 같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작더라도 위험을 무릅쓰고 방사선 검사를 하는데 그 이유는 꼭 알아야 하지 않을까? 큰 수술을 받는 경우에만 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또한 질문을 함으로써 의사가 환자의 질병과 예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해 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