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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금성인
2020년 11월 30일(월) 00:00
“본래 남자는 화성인이고 여자는 금성인이기 때문에 둘 사이의 언어와 사고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2010년 출간된 이후 ‘연애의 바이블’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관통하는 명제다. 30여 년간 부부 상담센터를 운영해 온 저자 존 그레이박사는 “남자들은 화성에서 오고 여자들은 금성에서 왔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며 “서로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존중해야 이성을 대할 때의 혼란스러움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서울대병원 연구 팀이 “사람의 뇌는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뇌의 기능적 연결망 또한 다르게 설계·작동되고 있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진보적인 사람과 보수적인 사람의 뇌가 근본적으로 다르게 작동한다는 이야긴데, 읽다 보면 “화성인은 진보 금성인은 보수, 또는 화성인은 보수 금성인은 진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 팀은 전국 성인 106명을 ‘보수, 중도, 진보 성향’으로 평가한 뒤 ‘뇌 영상촬영 기술’을 활용, 각각의 뇌 기능 네트워크를 살펴본 후 결론을 도출해 냈다. 연구 결과,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자기조절 능력이나 회복탄력성과 관련이 있는 뇌의 기능적 연결성이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보다 5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보수 성향의 뇌는 ‘심리적 안정성’이 진보 성향의 사람보다 높은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사람들이 정치적 이슈에 대해 대립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진보는 사회적 평등과 같은 ‘공평성’을 중시하는 반면, 보수는 경제적 안정이나 안보와 같은 ‘조직의 안정성’에 더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특히 온 국민이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극한 대립을 이어 가는 우리 정치 현실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존 그레이 박사는 “서로의 기본 환경을 이해하고 차이를 기억함으로써 서로의 잘못을 고치고 보다 생산적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남녀가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진보와 보수 모두가 가슴에 새겨야 할 이야기다.

/홍행기 정치부장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