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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협상의 자세
2020년 09월 17일(목) 00:00
어쩌면 살아가는 모든 과정이 협상의 연속일지 모른다. 집안일을 분담하는데 아내와 실랑이를 벌이거나 딸아이의 용돈 인상 요구를 받고 얼마로 책정할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그 범주에 포함될 것이다. 가족 간에도 자신의 의견을 더 관철시키기 위해 진력을 다하는데, 업무와 관련된 협상의 치열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를 대행해주는 협상가(negotiator)라는 직업이 생겨난 것도 그러한 이유다.

협상가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하버드대 등 유명대학들도 앞다퉈 양성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변호사가 맡았지만, 이제 수사·정보기관 경험자, 심리·사회학자, 관련 업종 전문가 등도 속속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하버드대 법대 교수이자 협상연구소 설립자인 윌리엄 유리(William Ury)는 협상이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일정한 원리를 지닌 과학과 같다고 했다. 상호 이익이 되는 기본 원리들을 익히고, 이를 적용한 전략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상대방의 요구와 숨은 욕구를 구별할 것, 상호 이익을 남기는 창조적인 대안을 고민할 것,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할 것, 합리적인 논거를 준비할 것, 차선책을 마련할 것 등을 그 원칙으로 제시했다.

협상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 관철시키는 행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흥정과 다르다. 절대 우위에 있는 위치가 아니라면, 상대방과 의사를 소통하고 상호 작용을 해야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제갈량, 서희, 사명대사 등이 뛰어난 협상가로 이름을 남긴 것은 그들이 상대방의 의중을 분명히 파악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광주·전남의 행정통합을 제안하면서 지역 내 뜨거운 이슈가 됐다. 과거 통합 논의의 실패 사례와 민선 7기 들어 흔들리는 상생 분위기도 회자되고 있다. 34년 전 광주와 전남이 분리되자 시도민들은 전남을 어머니, 광주를 큰아들에 비유했다. 큰아들이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듯, 어머니가 고생하는 큰아들을 아끼듯 상호 이익을 양보하는 것이야말로 모두에게 유익할 것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