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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투어
2020년 09월 11일(금) 00:00
엊그제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LG 박용택의 ‘광주 고별식’이다. 맷 윌리엄스 감독과 주장 양현종이 꽃다발을 전달하고, 양 팀 선수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전광판에는 ‘굿바이(Good-Bye) 박용택. 제2의 인생을 응원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상대 팀 레전드를 위해 KIA가 마련한 이벤트였다.

은퇴 투어는 선수의 마지막을 모든 팀과 팬들이 축하해 주는 행사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12년 치퍼 존스부터 2013년 마리아노 리베라, 2014년 데릭 지터, 2016년 데이비드 오티스까지 이어졌다. 한데 상대 팀들이 준 선물이 재미있다. 3루수였던 강타자 존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몇몇 팀에서 준 선물은 ‘3루 베이스’였다. 양키스의 마무리 리베라는 부러진 방망이로 만든 나무 의자 선물을 받았다. 리베라가 주무기인 ‘커터’로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를 많이 부러뜨린 것에 착안한 것이다. 지터가 받은 선물은 대부분 등번호 2번과 관련된 것들. 양키스는 지터의 자선단체에 22만2222달러22센트의 기부금을 내기도 했다. 은퇴 시즌에 타율 0.315, 38홈런, 127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오티스는 많은 선물과 행사가 이어지자 “이렇게 바쁠 줄 알았다면 은퇴 선언을 하지 말 걸 그랬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은퇴 투어가 두 번 있었다. 2017년 이승엽과 이호준이다. 선수협이 마련한 광주일고 출신 SK 이호준은 경기 전 꽃다발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는 정도로 끝났지만, KBO 차원에서 진행한 이승엽의 은퇴 투어는 성대하게 치러졌다. KIA는 1995년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이승엽이 데뷔 첫 홈런을 친 것을 기념하며 당시 홈런 타구가 떨어진 지점의 ‘관중석’을 선물했다.

야구는 기록으로 말한다. 기록은 기억을 낳고, 기억은 추억을 만든다. 그리고 이 추억들이 모여 야구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아쉽게도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두 선수 해태 선동열과 이종범의 은퇴 투어는 없었다. 다만 국가대표 1선발 KIA 양현종은 훗날 전국을 돌며 은퇴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