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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야기] 낭도의 변신은 무죄
2020년 09월 08일(화) 00:00
<이 정-한국은행 인재개발원 교수>
신비의 섬 ‘추도’를 아시나요? 모르시면 굳이 알려고 노력하진 마시라. 너무 많이 알려지면 신비로움이 사라지니까. 2018년 6월, 30년 만에 고향에서의 근무 기회가 찾아왔다. 주말을 이용해 전남의 22개 시군을 차례로 섭렵하기로 계획했고, 그 첫 번째 목적지는 자타가 인정하는 전국적인 핫플레이스 여수였다.

지인의 안내로 여수에서도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섬 추도를 여행한 후, 여행지에 대한 고정 관념 자체가 180도 바뀌어 버렸다. 여행지를 선정할 때에는 인간계에 입소문이 난 명승지보다 신들이 숨겨 놓은 곳을 선택해야 하는구나. 추도는 그런 곳이었다. 왜 그런지는 비밀로 해야겠다. 신들이 숨겨 놓았으니.

어쨌거나 지난 7월 말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 임기를 마치고 서울로 귀임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찾은 곳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나만의 비밀 장소인 추도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추도가 오늘은 조연에 불과하다. 오늘의 주인공은 따로 있으니 바로 추도 바로 옆에 위치한 ‘낭도’.

섬의 모양새가 여우를 닮았다고 해서 낭도(狼島)라 이름 붙여진 이곳은 인간계에 소문난 핫플레이스도 아니고, 신들은 더더구나 숨겨 놓을 필요가 없는 평범한 섬이다. 어느 섬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조용한 포구와 한적한 시골 마을, 조용해서 힐링 하기 좋아 이따금 찾아오는 여행객이 전부였던 곳이다.

그런 낭도가 변신해 있었다. 한산했던 포구 앞에는 낭도 부인회가 운영한다는 낭도포차에 여행객들이 가득 차 신선한 바다 먹거리와 포구의 낭만을 만끽하고 있었다. 젖샘 막걸리로 유명한 술도가집은 찾기도 쉽지 않은 후미진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는데도 한참을 대기해야 할 정도로 성업 중이었다. 좁은 골목길엔 수시로 차량이 들락거리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지역 경제 침체를 최소한 낭도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무엇이 낭도를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바꾸었나? 바로 여수와 고흥 사이에 위치한 5개의 섬을 연결하는 연륙교의 개통이었다. 지난 3월 정식 개통됐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개통식은커녕 제대로 된 홍보도 못한 불운의 연륙교였지만 낭도 경제를 살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전남도에는 낭도와 같이 관광 인프라 개선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사례가 많다. 전남도의 2019년 관광객은 6255만 명으로 전국 2위를 기록했다. 막대한 인구가 배후에 포진한 경기도(7703만 명)에 이은 2위이며, 수도권과 원격지라는 불리함까지 감안하면 실로 대단한 기록이다.

특히 2019년 관광객이 2018년 대비 1182만 명의 급증세를 나타낸 것은 다분히 그해 개장한 신안 천사대교(4월), 목포 해상케이블카(9월), 진도 솔비치(7월) 등 주요 관광인프라 개선의 효과이다.

광주는 어떤가? 지난 2년간 필자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지인들을 광주에 초대했다. 광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인데, 아쉽게도 무등산을 제외하고는 안내할 만한 명소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지인들도 전국적으로 알려진 무등산을 선호했다.

문제는 무등산이 정상 부근을 제외하면 대부분 완경사의 토사로 이루어져 별 특색이 없다는 점이다. 자그만치 1187m에 달하는 정상 부근까지 등반한 후에야 비로소 서석대, 입석대 등 무등산만이 갖고 있는 주상절리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노약자들에게도 무등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제조업이 취약한 광주시에 관광객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1석 2조가 없을까? 필자의 소견으로는 무등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면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많은 분들이 환경 파괴를 우려한다. 환경단체와 지자체, 시민들이 함께 고민한다면 환경도 보호하면서 케이블카도 설치하는 신의 한수를 반드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연륙교 개통으로 활기 넘치는 낭도를 보시라. 낭도의 변신은 무죄다. 무등산도 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