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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라는 부탁
2020년 06월 26일(금) 00:00
문화체육관광부가 전일빌딩 총탄 흔적에 이어 옛 전남도청의 총탄 흔적도 찾아 복원하기로 했다. 1980년 항쟁 당시 도청 주변 여섯 그루의 은행나무 탄흔을 찾는 작업도 진행된다.

총탄 흔적의 복원은 역사적 현장의 재현이라는 공간 기념의 의미를 넘어 당시 기억과 상황을 소환하는 시간의 복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강화도에 가면 150년 전의 포탄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반드시 들르는 곳이 ‘초지진’(草芝鎭)이다. 초지진은 1871년 신미양요 때 미국 군대가 조선인 수백 명을 살육한 뒤 상륙한 곳이고, 1875년 일제의 군함 운요호가 이곳에 대한 포격을 시작으로 강화도조약을 맺게 된 치욕의 역사 현장이다.

하지만 강화도를 찾은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사진을 찍는 유적(?)은 해안선 방어 시설인 초지진이 아니라 그 입구를 지키고 있는 소나무이다. 수령 400년의 이 소나무는 150년 전 신미양요 때 대포를 맞은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스토리텔링이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유이다.

마산의 한 초등학교 담벼락에서는 60년 전 경찰이 시민들에게 쏜 총탄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1960년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마산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가 3·15의거이다. 당시 경찰은 무학초등학교 앞 도로에 집결한 시위대를 향해 실탄 사격을 했는데 이 학교 담장에도 무수히 총탄이 박혔다. 그러나 이 담장은 없어졌으며, 2014년에야 실제 담장이 있던 곳 바로 옆에 교육용으로 ‘총격 담장’이 설치됐다. 3·15의거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전일빌딩의 탄흔은 애초 245개가 발견된 이후 추가 발견으로 개수가 늘었으나 명칭은 그대로 전일빌딩245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전남도청과 인근 나무들에 박힌 탄흔 발굴과 함께 완벽한 복원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전남도청의 총탄 자국은 수많은 시민들이 희생당한 5·18의 현장이라는 장소적 역사성을 넘어, 미래 세대에게 5·18을 잊지 말라는 부탁이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