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표창원 의원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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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표창원 의원에게 박수를
2019년 10월 29일(화) 04:50
더불어민주당의 이철희 의원과 표창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두 분 다 당 안팎의 신임이 두터운 초선 의원으로 내년 총선에서 당의 공천이 거의 확실시되는 터여서 이번 불출마 선언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식에게 물려주기도 아깝다’는 국회의원직을 스스로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불출마의 변을 들어보자.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습니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 놓을 자신이 없습니다.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게 솔직한 고백입니다. 처음 품었던 열정도 이미 소진되었습니다.”(이철희 의원)

“전 2015년 12월 27일 민주당에 입당, 정치를 시작하면서 ‘초심을 잃게 되면 쫓아내 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아울러 ‘초심을 잃게 된다면 쫓겨나기 전에 제가 스스로 그만둘 것’이라는 약속도 드렸습니다. ‘정치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다짐,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고 ‘오직 정의’만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는 초심, 흔들리고 위배한 것은 아닌가 고민하고 갈등하고 아파하며 보낸 불면의 밤이 많았습니다.”(표창원 의원)

이들의 불출마 선언에는 공통점이 있다. 표 의원은 ‘정치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초심이 흔들렸다고 했고, 이 의원은 ‘우리 정치를 바꿔 놓겠다’는 처음의 열정이 사라졌다고 했다. 막상 국회에 들어와 보니 애초의 각오대로 의정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멀쩡하던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전혀 다르게 바뀌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 이렇게 초심을 잃게 하는 국회에서 대부분의 의원들은 동물국회·식물국회에 길들여져 재선·삼선을 노리고 있는데 두 의원은 이를 거부한 것이다. 그래서 신선하다.

어느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회의원은 12개 직업군 중에서 국민의 신뢰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의 특권을 이용해서 각종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청문회나 국정감사에서 잘난 체하며 호통이나 치는 꼴은 정말 역겹기 짝이 없다. 그래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가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표창원), “단 하루도 부끄럽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창피해서 국회의원 못하겠습니다”(이철희)라는 말이 조금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이런 고백을 하는 두 의원은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을 가진 것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가장 고전적인 답은 논어의 ‘정자정야’(政者正也)일 것이다. 이 말은 ‘정치란 올바름이다’로 해석되기도 하고, ‘정치란 바로잡는 것이다’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런데 동서고금의 정치는 이와 다른 경우가 많았다. 공자가 ‘정’(正)을 강조한 자체가 당시의 정치를 ‘정’(正)하지 않게 보았다는 반증이다. 기원전 그리스의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오늘날 정치를 하는 자는 학식이 있는 사람이나 성품이 바른 사람이 아니다. 불학무식한 깡패들에게나 알맞은 직업이 정치다”라 한 것을 보면 기원전 그리스에서도 정치가 ‘정’(正)과는 거리가 멀었음을 알 수 있다.

현대도 마찬가지이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까뮈는 “정치가들은 항상 똑같은 거짓말을 똑같은 말로 하고 있다”라 말했으며, 러시아의 흐루시초프는 “정치가란 결국 시냇물이 없어도 다리를 놓겠다고 공약하는 자이다”라 말한 바 있다. 정치가가 되는 제일 요건이 ‘거짓말을 뻔뻔스럽게 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까지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렇게 자조적(自嘲的)인 탄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기나긴 ‘조국 터널’을 거치면서 우리는 국회의원의 민낯을 생생하게 보아 왔다. 정치가들은 더 이상 얕은 수작으로 국민을 속이려 해서는 안 된다. 이철희·표창원 의원의 용기 있는 결단이 헛되지 않도록 모두가 마음을 가다듬어 “창피해서 국회의원 못하겠습니다”란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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