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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같은 괴물은 언제고 우리 곁에 등장할 수 있다 (286) 조커
2019년 10월 24일(목) 04:50
신디 셔먼 작 ‘광대들’
만화를 많이 보았던 까닭도 있겠고 상영했던 영웅 영화를 자주 보았던 까닭도 있겠지만, 세상이 혼탁하고 어지러울수록 우리는 만화처럼 난세를 구해줄 영웅을 기다린다. 영화에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들이 약하고 착한 사람을 도와주고 나쁜 사람은 혼내주면서 현실과는 달리 권선징악을 직접 실현해주기에 더욱 열광하는 것 같다.

이전에 상영했던 영화 ‘배트맨’에서 그의 숙적인 조커가 악당 캐릭터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조커’를 얼마 전 관람하면서 마음이 심란했다. ‘조커’는 우리를 구원해주는 영웅이 아니라 오히려 반(反)영웅 영화이지만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은 그를 둘러싼 동시대의 사회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악당 ‘조커’같은 괴물이 언제고 우리 곁에 등장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고담시의 광대 아서는 코미디언을 꿈꾸지만 모두가 미쳐가는 코미디 같은 세상에서 이름처럼 남을 웃기지 못하고 스스로 웃음이 자동으로 터져 나와 정신적 불안정을 겪는 인물. 우스꽝스러운 광대분장을 하고 길거리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장면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어 낯설지 않다.

미국의 사진작가 겸 영화감독인 신디 셔먼(1954년~ )의 ‘광대들’시리즈(2003~4년 작)는 변함없이 웃는 표정만을 지을 수밖에 없는 광대의 모습이 뭔가 불안하고 섬뜩한 느낌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작품 속 광대들은 신디 셔먼이 직접 가면을 쓰고 작업한 사진 작품으로 작가가 연출하여 만든 타인의 자아를 연기하고 그녀가 연기하는 타인은 진한 분장으로 스스로를 감추고 있어 본래의 얼굴이 무엇인지 애매하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광대들의 특성 때문에 공포영화 내지는 비극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는가 보다.

셀프 포트레이트 사진을 찍어온 신디 셔먼은 스스로 작품의 주체이자 객체를 담당해왔는데, 그러한 일련의 사진작업을 통해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을 작품에 투영하면서 여성의 주체회복을 강조하고자 했다.

<광주시립미술관 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