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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후 30년…제2의 인생 설계는 필수 <258> 인생 이모작
2019년 03월 07일(목) 00:00
해리 리버맨 작 ‘두 명의 몽상가’
육체노동 가능 연한을 65세로 높인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파장으로 정년 연령이 이슈가 되고 있다. 경제 활동 기간이 법으로 늘어나지 않아도 이른바 100세 시대를 앞두고 평균적인 은퇴 연령은 이미 70세를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 후 경제 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30여년 이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 현실에서 은퇴 시대를 걱정하는 일은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은퇴 후 인생 이모작의 성공적인 사례로 폴란드 출신 화가 해리 리버맨(1880~1983)을 소개하고 싶다. 과문해서였겠지만 지난 주말 어느 인문학 강의를 들으러 갔다가 강의 중에 언급된 화가 이름을 처음 듣고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미국 미술관 여러 곳을 찾아보았다.

폴란드 출신으로 29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은퇴 후 81세에 시니어클럽에서 처음으로 붓을 잡고 그림공부를 시작한 해리 리버맨은 강렬하고 역동적인 묘사력으로 놀라운 재능을 펼치다가 103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20회가 넘는 개인전을 가졌다. 한때 랍비를 꿈꾸던 그의 그림 주제는 종교적 내용과 함께 유대인의 역사, 문학, 전통 민담 등이고 그림 뒷면에 자신이 그린 그림 내용을 직접 써넣기도 했다.

해리 리버맨의 작품 ‘두 명의 몽상가’(1966년 작) 역시 종교적 색채가 묻어나는 그림으로 엄격한 유대교인과 세속적인 유대인 두 사람의 인물을 그린 것이다. 왼쪽의 세속적인 유대인 주변을 둘러싼 분위기는 이파리 하나 없는 나목의 삭막함으로 표현되고, 경건한 유대인이 서있는 뒤편으로는 푸른 잎과 꽃들이 만발한 나무와 함께 7명의 천사들이 그를 지켜주고 있다.

리버맨은 이 작품의 뒷면에 “우리들은 모두 자신의 마음 속에 생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철학자와 단지 꿈꾸는 몽상가 두 사람이 함께 있다”라고 적고 있다. 삶을 진지하게 살아가야 인생이 좀 더 풍요로울 수 있다는 진리를 그림으로 보여주면서 말이다.

<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