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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시대에도 그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257) 베트남
2019년 02월 21일(목) 00:00
부샹 파이 작 ‘하노이 거리’
며칠 후면 2차 북미정상회담이 베트남에서 열린다. 회담 개최지인 하노이가 역사적인 장소로 떠오르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의 도시임에도 덩달아 가깝게 느껴진다. 베트남은 베트남 전쟁의 한국군 참전으로 우리와는 피로 얽힌 숙명적인 관계일 뿐 아니라 최근에는 다양한 인적 물적 교류가 늘어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는 나라다.

베트남에 대한 열기는 최근 미술계에서도 감지된다. 베트남여행을 다녀오면서 베트남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해 오는 경우도 자주 접했고, 베트남 경제가 급성장한 것과 비례해 베트남 출신 작가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지역 화랑가에서도 베트남 작가들의 전시가 잇달아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국민화가로 알려진 부샹 파이(1920~1988)는 하노이에서 태어나 특히 하노이거리를 그려온 작가로 유명하다. 부샹 파이의 작품 ‘하노이 거리’는 60년대 공산 치하 하노이의 옛 거리 풍경을 특유의 회색과 갈색 톤으로 묘사해 어둡고 쓸쓸하지만 머리에 짐을 이고 가는 한 여인을 통해 삶을 향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과 빈곤이라는 이중의 딜레마에서도 작가로서의 소명과 예술에 대한 헌신을 잃지 않았던 작가답게 궁핍하고 불안한 시대였을망정 살다보면 살아질 수밖에 없는 일상의 모습을 절제된 색채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고풍스러운 거리가 금방이라도 잃어버린 유년을 떠오르게 하는 그림은 동시대인은 물론 현재 젊은이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부샹 파이는 베트남 현대회화의 산실인 인도차이나 미술학교를 나와 사실주의와 인상주의 등의 사조를 받아들여 베트남 화단에 새바람을 일으켰지만 공산정부 체제에서 자유로운 회화세계를 펼치지 못하다가 베트남 개방 이후에 재조명된 작가이다. 시대적 고뇌를 그만의 미감으로 승화시킨 부샹 파이는 우리에게는 ‘베트남의 박수근’이라 불리고도 있다.

<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