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영 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 환경연구사]봄에는 옷장을 뒤져라
봄이 오면 겨우내 입었던 두껍고 칙칙한 옷을 벗어버리고 산뜻한 옷을 입고 싶어진다. 그런데 항상 계절이 바뀌면 왜 내 옷장엔 입을 만한 옷이 없는 걸까?
봄기운이 완연해지자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이 주말이면 멋을 내고 멋스런 옷들을 입고 외출한다. 딸의 옷장을 살펴보았더니 용돈은 모두 옷을 사는데 사용했는지 옷장 안에는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새옷으로 가득했다.
한쪽에는 아직 꺼내보지도 않은 옷이 담긴 쇼핑백, 그리고 더 이상 딸아이가 입지 않는 옷들이 함께 쌓여 있었다. 가만히 보니 버리려는 옷들은 모두 한두 번 정도 입은 것들이다. 그런데 이들 옷에는 벌써 보푸라기가 일어 다시 입을 수 없을 정도로 옷감의 질이 형편없었다.
최근 유행이 너무도 빨리 바뀌는 탓에 일명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급속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저렴한 가격에 한 시즌 입고 버리는 브랜드도 늘어 옷을 구입하는 것만큼 버리는 속도 역시 가속이 붙은 듯하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더 이상 옷을 간직하지 않고 마치 일회용품처럼 입고 버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국내의 패스트 패션 시장 규모는 2008년에 비해 일곱 배 가까이 성장했고 동시에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의류 폐기물 양도 약 32% 늘면서 한 해 동안 약 7만2000t에 해당하는 의류가 폐기되고 있다고 한다.
폴리에스터라는 합성섬유가 없었다면 패스트 패션의 폭발적인 성장은 불가능했다.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합성섬유는 자연에서 그대로 얻어내는 천연섬유와 달리 석유나 석탄과 같은 물질에서 얻어낸 플라스틱 섬유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섬유에 60%가량 사용되고 있는 폴리에스터(합성섬유)는 제조과정에서 화석연료를 훨씬 많이 쓰기 때문에 천연섬유와 비교하여 세 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패션산업은 섬유가 옷이 되는 과정까지 탈색, 염색, 프린팅 등 여러 화학처리를 거치므로 전형적인 물 집약적인 산업이다. 티셔츠 한 벌 만들 때 사용되는 물의 양은 2700ℓ에 달한다.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는다고 가정했을 때 이미 당신은 1만9000여 ℓ의 물을 폐수로 방류한 셈이다.
화학처리를 거친 하나의 의류폐기물을 불법 매립하면 화학물질이 침출되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며, 이 의류폐기물이 자연분해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소각장에서 태울 경우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뿐 아니라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미세섬유’라 부르는 매우 작은 섬유 가닥이 방출되는데 현미경으로 봐야만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다. 우리가 세탁기를 한 번 돌릴 때마다 수십만 개에 해당하는 미세섬유가 하수구를 거쳐 바다에 도달해 수백 년을 떠돌아다니면서 물고기나 다른 바다생물이 삼키고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통해 드디어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된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플라스틱 오염 중 약 30%가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것이고 그 중 약 35%는 합성섬유 제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패스트 패션 산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쉽게 구입하고 버린 옷들이 대기, 수질, 토양 나아가 바다까지 오염시키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어두운 이면을 우리는 그동안 애써 모르쇠로 일관해 왔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입는 옷에 대해 유행만을 좇던 소비에서 지구를 위한 아름다운 소비를 해야 한다. 식재료를 고르는 것과 화장품을 선택하는 방법처럼 패션에도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옷을 살 때는 내구성이 있어 오래 입을 수 있는 재질을 골라 가능한 최대한 입고 다시 사용하고 고쳐 입어 보자. 내게 필요 없어진 옷은 중고품 점에 기부하자. 패션이 더 이상 쓰고 버리는 단순 소모품이 아닌 방향으로 합리적인 구매를 한다면 제품을 만드는 방법에도 바람직한 생산방식의 방향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한참 멋을 내고 옷을 사는데 재미가 붙은 자녀들에게도 옷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어떤 긴 여행과정을 거쳤는지 설명해주고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옷장 안을 잘 뒤져보길 바란다. 분명히 그동안 ‘팽’ 당했던 멋진 보물을 발견할 것이다.
봄기운이 완연해지자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이 주말이면 멋을 내고 멋스런 옷들을 입고 외출한다. 딸의 옷장을 살펴보았더니 용돈은 모두 옷을 사는데 사용했는지 옷장 안에는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새옷으로 가득했다.
최근 유행이 너무도 빨리 바뀌는 탓에 일명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급속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저렴한 가격에 한 시즌 입고 버리는 브랜드도 늘어 옷을 구입하는 것만큼 버리는 속도 역시 가속이 붙은 듯하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더 이상 옷을 간직하지 않고 마치 일회용품처럼 입고 버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폴리에스터라는 합성섬유가 없었다면 패스트 패션의 폭발적인 성장은 불가능했다.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합성섬유는 자연에서 그대로 얻어내는 천연섬유와 달리 석유나 석탄과 같은 물질에서 얻어낸 플라스틱 섬유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섬유에 60%가량 사용되고 있는 폴리에스터(합성섬유)는 제조과정에서 화석연료를 훨씬 많이 쓰기 때문에 천연섬유와 비교하여 세 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패션산업은 섬유가 옷이 되는 과정까지 탈색, 염색, 프린팅 등 여러 화학처리를 거치므로 전형적인 물 집약적인 산업이다. 티셔츠 한 벌 만들 때 사용되는 물의 양은 2700ℓ에 달한다.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는다고 가정했을 때 이미 당신은 1만9000여 ℓ의 물을 폐수로 방류한 셈이다.
화학처리를 거친 하나의 의류폐기물을 불법 매립하면 화학물질이 침출되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며, 이 의류폐기물이 자연분해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소각장에서 태울 경우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뿐 아니라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미세섬유’라 부르는 매우 작은 섬유 가닥이 방출되는데 현미경으로 봐야만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다. 우리가 세탁기를 한 번 돌릴 때마다 수십만 개에 해당하는 미세섬유가 하수구를 거쳐 바다에 도달해 수백 년을 떠돌아다니면서 물고기나 다른 바다생물이 삼키고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통해 드디어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된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플라스틱 오염 중 약 30%가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것이고 그 중 약 35%는 합성섬유 제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패스트 패션 산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쉽게 구입하고 버린 옷들이 대기, 수질, 토양 나아가 바다까지 오염시키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어두운 이면을 우리는 그동안 애써 모르쇠로 일관해 왔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입는 옷에 대해 유행만을 좇던 소비에서 지구를 위한 아름다운 소비를 해야 한다. 식재료를 고르는 것과 화장품을 선택하는 방법처럼 패션에도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옷을 살 때는 내구성이 있어 오래 입을 수 있는 재질을 골라 가능한 최대한 입고 다시 사용하고 고쳐 입어 보자. 내게 필요 없어진 옷은 중고품 점에 기부하자. 패션이 더 이상 쓰고 버리는 단순 소모품이 아닌 방향으로 합리적인 구매를 한다면 제품을 만드는 방법에도 바람직한 생산방식의 방향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한참 멋을 내고 옷을 사는데 재미가 붙은 자녀들에게도 옷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어떤 긴 여행과정을 거쳤는지 설명해주고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옷장 안을 잘 뒤져보길 바란다. 분명히 그동안 ‘팽’ 당했던 멋진 보물을 발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