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외딴섬서 생태자원 발굴 가거도출장소 고경남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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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외딴섬서 생태자원 발굴 가거도출장소 고경남 소장
“숨겨진 희귀 동식물 세상에 알려야죠”
2016년 02월 17일(수) 00:00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새와 희귀식물의 보물창고인 가거도의 생태를 누군가는 기록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최서남단’ 가거도 근무를 자청한 공무원이 있다.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출장소 고경남(50) 소장이다. 그는 지난 2013년 1월 가거도출장소장으로 부임했다. 관심없이 사라지는 가거도 생태자원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근무를 자청했다.

뱃길로 233㎞. 쾌속선으로 꼬박 5시간. 찾기도, 살기도 어려운 절해고도(絶海孤島)지만, 주민들 인정넘치는 ‘가히 사람이 살 만한 섬’(可居島)이다.

이 곳 주민들이 한국전쟁을 소식으로만 들었을 정도로, 뭍 사람의 발길이 닫지 않아 희귀식물의 보물창고로 평가받는 곳이다. 또 한국을 찾는 철새 70%가량이 거쳐가는 ‘철새 정거장’ 이다.

그럼에도, 가거도출장소를 선택하는 공무원들은 흔하지 않다. 그는 자원해 가거도에 들어간 것도 모자라 1년을 더 연장해 근무하고 있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오기엔 너무 멀고, 막상 와도 시간이 없어서 철새나 식물 등을 적절한 시기에 조사하기가 힘들었어요. 조사·연구자도 없는 게 안타까워 제가 딱 2년만 머물러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욕심 때문에 더 길어졌네요.”(웃음)

고 소장은 주민들의 민원을 살피는 ‘본업’ 외 가거도 생태, 자연, 문화자원을 발굴해 기록하고 소개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올해 초에는 ‘하늘, 산, 바다, 섬 가거도 이야기(833쪽)’란 책을 펴냈다. 지난 3년간 가거도에 머물며 야생화, 나무, 돌, 새, 바닷속 식물·어류, 민속, 역사, 관광자원 등을 소개하는 글과 직접촬영한 사진을 수록했다. 매년 1∼2권의 책을 발간하고 있다.

고 소장은 국내 최초로 ‘흑색형 긴꼬리때까치’를 관찰, 국내 희귀종 새 ‘검은가슴할미새 사촌’을 발견하는 등 근무기간 가거도에서만 새 3종, 식물 4종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가거도 인근 섬에 숨겨진 우수한 자연자원 10여건도 발굴했다. 장도 람사르 습지, 신안새우란, 초령목, 갯정향풀, 섬천남성 서식지 등이다.

2003년 흑산도에 딸린 장도에서 그가 발견한 산지습지는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2009년 흑산에서 국내 미기록종인 새우란 1종을 발견해 ‘신안새우란’으로 명명했고 압해도에서 103년 만에 사라진 ‘갯정향풀’도 찾아냈다.

1996년 신안군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듬해부터 훼손되지 않은 생태, 문화적 가치들을 담은 섬들을 답사하고 있다. 그 공로로 ‘2012년 지방행정의 달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문화유산, 민속, 야생화, 조류 등을 연구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대학원에서 진학해 민속학을 전공할 만큼 열정적이다. 2004년부터는 개인홈페이지(i-sinan.co.kr)도 개설해 신안군 자연문화유산을 10개 분야로 나눠 홍보하고 있다.

“자연의 한 울타리에 사람과 더불어 새, 식물 등이 보이지 않는 고리로 서로 어우러져 있어요. 그들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사라지면 인류도 점차 사라질지 모릅니다.”

현재 한국야생조류협회 회장과 한국도요물떼새네트워크 사무국장을 역임하면서 신안군 최초 문화유산해설사로 활동, 철새와 갯벌 보전활동을 벌이는 고 소장도 곧 인사가 나면 육지로 올라갈 예정이다.

고경남 가거도출장소장은 “신안군의 미래는 1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무궁무진한 자연자원과 작은 섬 문화를 살리는 데서 찾아야 한다”며 “자연과 문화를 기록하고 보전하기 위해 작은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

/신안=이상선기자 ssle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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