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은 통합특별법 -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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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은 통합특별법 -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2026년 02월 11일(수) 00:20
이재명 대통령이 균형발전 정책을 특유의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수도권 1극 체제에서 벗어나 ‘5극3특’(5개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 체제로 지방을 통합·재편해 육성하겠다는 국정과제를 본궤도에 올려 놓았다. 이 대통령의 분권형 지역 육성책은 참여정부의 5대 초광역권 구상,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정책, 박근혜 정부의 지역 행복생활권, 문재인 정부의 초광역협력권과 차원을 달리한다. 아예 행정지도를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특례조항 무더기 삭제·수정 위기

이 대통령은 가장 먼저 통합에 나선 광주·전남을 각별하게 챙기고 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의 광역 통합은 지방 주도 성장의 상징적 출발점이자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가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광주사랑은 그야말로 ‘찐’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판다 한 쌍을 한국으로 보내달라 요청하고 입식지를 광주로 지목했다. ‘국가 균형발전’의 연장선에서 광주시민도 판다를 볼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었다. 이 대통령이 통치권을 쥐고 있는 지금이 광주·전남에는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가 분명하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1월 전격 행정통합을 선언해 대의명분을 선취했다. 분리된 광주와 전남을 통합하고 미래 신산업을 일궈내 지역소멸을 극복하고 번영을 이끌겠다는 의지였다. 지역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의였기에 ‘개문발차’(開門發車)에 대한 우려는 나왔으나 큰 반발은 없었다. 광주는 공전하던 ‘5극3특’ 체제의 물꼬를 텄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통합을 권유했음에도 머뭇거리던 충청권(충남대전)이 가세했고, 경북권(대구경북)도 동참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광주·전남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고 입법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에 수록한 374개 특례에 지역민의 여망과 미래를 새겨넣었다. 순풍에 돛 단 격으로 거대 여당이 당론으로 통합지원에 나서는 등 전례를 찾기 어려운 특별한 기회이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부처는 광주·전남 통합 기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통합특별법안에 수록한 374개 특례 가운데 무려 110여 개 조항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110여 개에 달하는 조항이 법안에서 삭제·수정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문제는 법안의 단순 숫자가 아니라 모두 지역의 미래와 직결되는 특례조항이라는 데 있다. 특례가 빠지면 사실상 보통법이자 일반법이다.

강 시장은 엊그제 열린 ‘행정구역 통합 관련 제정 법률안에 대한 입법공청회’에서 정곡을 찔렀다. 그는 “대통령께서 약속한 4년간 20조원 지원 방안이 현재 특별법 발의안에 담겨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담지 않겠다는 의견이 있어 걱정이 크다. 재정 지원에 대한 내용을 특별법 조항에 반드시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 주도 성장을 뒷받침하는 주요 정책 수단인 재정지원이 빠져 있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온 광주·전남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무리를 해서라도 대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게 무색할 지경이다.



대통령 국정철학 거스르는 공직사회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지역 정치권에서 반발하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특례 반영을 위해 정부 주도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런데,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진종헌 공주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입법 공청회에서 광주가 직면한 문제를 냉정하게 짚었다. 그는 “궁극적으로 특례조항은 특정권역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주어질 수 없고, 다수 권역에서 통합이 진행되면 비슷한 수준에서 제도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거칠게 요약하면 광주만의 특례를 누릴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는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 5건, 충남대전·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이 각각 2건씩 상정돼 있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이 법안 공청회에서 특례조항 불수용 건에 대해 “부처 간 협의가 되지 않은 상태”라며 “국가 전체적으로 통일성 있게 운영되어야 할 사안들이 많다”고 답변한 것도 맹랑하다. 정부 부처가 대통령의 속도를 따르지 못한다고 한 발 물러서 생각해도 공무원들의 관료적 사고가 답답하기만 하다.

광주와 전남지역민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 구현에 앞장 선 인센티브를 누릴 수 없게 되는 형국이 돼 가고 있다. 역사의 변곡점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해온 광주와 전남이 또다시 특별한 희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정부 부처의 표변 때문에 “특별한 희생엔 특별한 보상이 따른다”는 이 대통령의 철학이 점점 공허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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