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노예 부부의 탈출기, 시대를 증언하다
주인 노예 남편 아내- 우일연 지음, 강동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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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가 주는 감동은 묵직하다. 약 200년 전, 미국의 한 흑인 노예 부부의 탈출기는 독자를 강렬하게 빨아들인다.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소설임을 알았지만, 읽는 내내 실화임에 다시 놀라며 맘 졸인 채 그들의 담대한 여정을 따라가게 된다.
한국계 미국인 우일연의 소설 ‘주인 노예 남편 아내’는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찾아 떠난 용기 있는 모험담과 저항의 기록이자, 사랑과 연대, 희망의 이야기다.
70여페이지에 달하는 ‘각주’가 말해주듯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책은 소설이면서 동시에 시대를 증언하는 역사서로도 읽힌다. 더불어 오래 전 미국의 ‘노예’ 이야기는, 세계 곳곳에서 계급과 인종, 민족을 둘러싼 혐오와 차별의 형태로 반복되고 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작가는 2024년 한국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책은 그해 뉴욕타임스 등 30여개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혔다.
소설은 1848년 12월 10일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의 한 저택에서 시작된다. 등장 인물은 로버트 콜린스 박사의 노예인 20대의 윌리엄과 엘렌 크래프트 부부. 노예들이 매 맞고 산 채로 불태워지는 모습을 목격해왔고 경매시장에서 팔려나간 가족과 생이별을 경험한 두 사람은 자유를 찾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대담한 탈출을 감행한다.
콜린스 아내의 이복자매로 백인에 가까운 모습인 엘렌은 ‘돈 많고 몸이 아픈 젊은 백인 남성 주인’으로, 남편 윌리엄은 병약한 주인을 보살피며 헌신하는 ‘흑인 노예’로 위장한다. 그들은 어둠의 경로를 택하는 대신 기차 일등석, 증기선, 호화 역마차 등을 이용하고 최고급 호텔에 묵으며 1600㎞를 이동해 목적지인 필라델피아에 당도한다. 소설은 주변 사람들에게 발각될 위기, 일등칸과 삼등칸에 탄 두사람의 예기치 않은 헤어짐 등 탈출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두 사람은 반노예제를 주창하는 연사로 수많은 강연에 참여하며 열정적인 삶을 살아갔고 그들의 등장은 침체 상태에 있던 노예제의 도덕적 문제를 다시 논쟁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에는 300만명의 노예가 있었고 173㎝, 90㎏의 남성 노예가 길이 90㎝ 폭 60㎝, 높이 70㎝ 상자안에 들어가 27시간 고통을 겪은 후 탈출에 성공하는 등 죽음을 각오한 몸부림이 이어졌다.
1848년부터 1852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600쪽의 방대한 분량 중 압권은 나흘간의 긴박한 탈출기지만, 노예 사냥꾼들에 쫓기면서도 미국의 여러 도시와 이후 옮겨간 영국에서 프레드릭 더글라스, 루이스·해리엇 벨 헤이든 부부 등 운동가들과 연대하며 반노예 운동에 몸담은 부부의 이야기 역시 감동적이다.
저자는 두 사람의 자서전 ‘자유를 향한 1000마일’을 비롯해 부부가 만난 다양한 인물들의 저서와 편지, 발언 등을 통해 윌리엄 부부와 당시의 상황들을 한 방향이 아닌, 입체적으로 조명해 독자에게 다양한 시선을 제공한다. 또 여전히 노예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노예제 폐지를 외치는 사람들, 자신들의 체제 유지를 위해 노골적인 차별 대신 언어와 삶에서 의도를 감춘 채 교묘하게 법을 만드는 정치인들의 행태 등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의 마지막 크래프트 부부 등 인물들의 사진을 접하면 영화가 끝난 후 실존 인물들의 모습이 스크린에 올라갈 때처럼 묵직한 감동이 한번 더 밀려온다.
저자는 “소설 속 인물들이 당대에 제기했던 모든 문제는 지금도 유효하다”며 “소설은 이데올로기로 분열된 국가와 민족에 관한 이야기이자 억압을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이야기이며 불의에 대항한 투쟁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드롬 DROM·2만2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한국계 미국인 우일연의 소설 ‘주인 노예 남편 아내’는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찾아 떠난 용기 있는 모험담과 저항의 기록이자, 사랑과 연대, 희망의 이야기다.
작가는 2024년 한국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책은 그해 뉴욕타임스 등 30여개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혔다.
소설은 1848년 12월 10일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의 한 저택에서 시작된다. 등장 인물은 로버트 콜린스 박사의 노예인 20대의 윌리엄과 엘렌 크래프트 부부. 노예들이 매 맞고 산 채로 불태워지는 모습을 목격해왔고 경매시장에서 팔려나간 가족과 생이별을 경험한 두 사람은 자유를 찾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대담한 탈출을 감행한다.
두 사람은 반노예제를 주창하는 연사로 수많은 강연에 참여하며 열정적인 삶을 살아갔고 그들의 등장은 침체 상태에 있던 노예제의 도덕적 문제를 다시 논쟁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에는 300만명의 노예가 있었고 173㎝, 90㎏의 남성 노예가 길이 90㎝ 폭 60㎝, 높이 70㎝ 상자안에 들어가 27시간 고통을 겪은 후 탈출에 성공하는 등 죽음을 각오한 몸부림이 이어졌다.
1848년부터 1852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600쪽의 방대한 분량 중 압권은 나흘간의 긴박한 탈출기지만, 노예 사냥꾼들에 쫓기면서도 미국의 여러 도시와 이후 옮겨간 영국에서 프레드릭 더글라스, 루이스·해리엇 벨 헤이든 부부 등 운동가들과 연대하며 반노예 운동에 몸담은 부부의 이야기 역시 감동적이다.
저자는 두 사람의 자서전 ‘자유를 향한 1000마일’을 비롯해 부부가 만난 다양한 인물들의 저서와 편지, 발언 등을 통해 윌리엄 부부와 당시의 상황들을 한 방향이 아닌, 입체적으로 조명해 독자에게 다양한 시선을 제공한다. 또 여전히 노예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노예제 폐지를 외치는 사람들, 자신들의 체제 유지를 위해 노골적인 차별 대신 언어와 삶에서 의도를 감춘 채 교묘하게 법을 만드는 정치인들의 행태 등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의 마지막 크래프트 부부 등 인물들의 사진을 접하면 영화가 끝난 후 실존 인물들의 모습이 스크린에 올라갈 때처럼 묵직한 감동이 한번 더 밀려온다.
저자는 “소설 속 인물들이 당대에 제기했던 모든 문제는 지금도 유효하다”며 “소설은 이데올로기로 분열된 국가와 민족에 관한 이야기이자 억압을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이야기이며 불의에 대항한 투쟁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드롬 DROM·2만2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