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나이 들면 더 불편한 섬
생필품 살 가게 하나 없고 아플 땐 배·헬기 타는 현실
평균 나이 70세·초교 분교 폐교로 아이 웃음소리 ‘뚝’
평균 나이 70세·초교 분교 폐교로 아이 웃음소리 ‘뚝’
![]() 식료품·생활용품을 배달하는 ‘어복장터’ 차량이 공영여객선에 실려 신안 대기점도로 향하고 있다. |
신안 기점·소악도는 2017년 ‘가고싶은 섬’에 선정됐다. 증도면 병풍리에 속한 기점·소악도는 대기점(0.36㎢)·소기점(0.35㎢)도와 소악도(0.64㎢)로 구성되며 12개의 건축미술작품과 노둣길을 관광자원으로 활용, 올해만 3만 6115명이 찾는 등 순례자의 섬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그럼에도 뭍과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한가함이 가득하다.
섬의 평균 연령은 70세 안팎. 지난 2010년 증도초등학교 기점분교가 폐교된 뒤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다.
올해 대기점도의 행정상 등록 인구는 46명이지만, 실제 거주 인구는 절반 수준인 20여 가구에 불과하다. 대부분 혼자 사는 80대 고령층이다.
대기점도의 젊은 인력은 거의 사라졌다. 몇 안되는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도 대부분 고령이고, 일부 젊은이들이 도시에서 배를 타고 들어와 조업을 돕지만 정착하지는 않는다.
기점도 이장 김천웅(67)씨는 “물 때가 맞으면 노둣길로 갈 수 있는 병풍도에는 소규모 마트가 하나 있지만 주민들은 목포나 지도읍 5일장까지 가야 생필품이나 필요한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다.
김 이장이 나고 자란 섬은 “아픈 사람, 나이 든 사람에게 점점 더 좁아지는 공간”이라고 했다.
수년 전부터 콩팥 기능이 악화돼 투석을 시작한 지 4년이 된 그는 현재는 일주일에 세 번씩 목포의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 다녀오는 하루는 이장에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다. 새벽 5시 10분에 기상해 씻고 준비를 마친 뒤, 6시 50분 첫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간다. 항에서 병원까지 1시간가량 이동해 4시간여 간 치료가 끝나면 다시 항구로 이동해 오후 3시 막배를 타고 섬으로 돌아온다.
촉박한 배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부담, 치료로 인한 피로감 등은 고령의 김씨에게 큰 짐이 된다.
주민 안승례(66)씨는 “대기점도에서 배를 타면 압해도 송공항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며 “목포까지 나가면 하루 자고 와야 해서 그날 미뤄둔 볼일을 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 섬들은 신선식품은 물론, 생필품을 살 구멍가게조차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인근 당사도에는 슈퍼마켓이 전무하고, 대기점도에서 물때가 맞아야만 갈 수 있는 병풍도에 농협 분점 형태의 하나로마트가 있다.
당사도에서 46년째 거주 중인 김명월(67)씨는 “예전에 큰맘 먹고 인터넷으로 닭고기를 주문했는데, 이틀 넘게 걸려 도착했어요. 얼음이 다 녹아 상해버렸죠”라며 웃었다.
4개 섬 중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당사도의 보건진료소 한 곳뿐이다. 병원이 한 곳도 없어 주민들은 아플 때마다 목포 등 육지의 종합병원을 찾아야 한다. 진료소는 기본적인 처치만 가능해, 긴급 상황에는 119 구급선이나 해경 헬기에 의존해야 한다.
소악도 이장 김양군씨는 “병원이 없으니 배 시간에 맞춰야 움직일 수 있다”며 “날씨가 나쁘면 옴짝달싹 못한다. 섬 사람들은 일기예보에 하루가 좌우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관한 지역신문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사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실시됩니다.
/기점·소악도 글·사진=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그럼에도 뭍과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한가함이 가득하다.
올해 대기점도의 행정상 등록 인구는 46명이지만, 실제 거주 인구는 절반 수준인 20여 가구에 불과하다. 대부분 혼자 사는 80대 고령층이다.
대기점도의 젊은 인력은 거의 사라졌다. 몇 안되는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도 대부분 고령이고, 일부 젊은이들이 도시에서 배를 타고 들어와 조업을 돕지만 정착하지는 않는다.
기점도 이장 김천웅(67)씨는 “물 때가 맞으면 노둣길로 갈 수 있는 병풍도에는 소규모 마트가 하나 있지만 주민들은 목포나 지도읍 5일장까지 가야 생필품이나 필요한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다.
수년 전부터 콩팥 기능이 악화돼 투석을 시작한 지 4년이 된 그는 현재는 일주일에 세 번씩 목포의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 다녀오는 하루는 이장에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다. 새벽 5시 10분에 기상해 씻고 준비를 마친 뒤, 6시 50분 첫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간다. 항에서 병원까지 1시간가량 이동해 4시간여 간 치료가 끝나면 다시 항구로 이동해 오후 3시 막배를 타고 섬으로 돌아온다.
촉박한 배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부담, 치료로 인한 피로감 등은 고령의 김씨에게 큰 짐이 된다.
주민 안승례(66)씨는 “대기점도에서 배를 타면 압해도 송공항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며 “목포까지 나가면 하루 자고 와야 해서 그날 미뤄둔 볼일을 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 섬들은 신선식품은 물론, 생필품을 살 구멍가게조차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인근 당사도에는 슈퍼마켓이 전무하고, 대기점도에서 물때가 맞아야만 갈 수 있는 병풍도에 농협 분점 형태의 하나로마트가 있다.
당사도에서 46년째 거주 중인 김명월(67)씨는 “예전에 큰맘 먹고 인터넷으로 닭고기를 주문했는데, 이틀 넘게 걸려 도착했어요. 얼음이 다 녹아 상해버렸죠”라며 웃었다.
4개 섬 중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당사도의 보건진료소 한 곳뿐이다. 병원이 한 곳도 없어 주민들은 아플 때마다 목포 등 육지의 종합병원을 찾아야 한다. 진료소는 기본적인 처치만 가능해, 긴급 상황에는 119 구급선이나 해경 헬기에 의존해야 한다.
소악도 이장 김양군씨는 “병원이 없으니 배 시간에 맞춰야 움직일 수 있다”며 “날씨가 나쁘면 옴짝달싹 못한다. 섬 사람들은 일기예보에 하루가 좌우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관한 지역신문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사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실시됩니다.
/기점·소악도 글·사진=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