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나이 들면 더 불편한 섬
생필품 살 가게 하나 없고 아플 땐 배·헬기 타는 현실
평균 나이 70세·초교 분교 폐교로 아이 웃음소리 ‘뚝’
2025년 11월 12일(수) 19:05
식료품·생활용품을 배달하는 ‘어복장터’ 차량이 공영여객선에 실려 신안 대기점도로 향하고 있다.
신안 기점·소악도는 2017년 ‘가고싶은 섬’에 선정됐다. 증도면 병풍리에 속한 기점·소악도는 대기점(0.36㎢)·소기점(0.35㎢)도와 소악도(0.64㎢)로 구성되며 12개의 건축미술작품과 노둣길을 관광자원으로 활용, 올해만 3만 6115명이 찾는 등 순례자의 섬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그럼에도 뭍과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한가함이 가득하다.

섬의 평균 연령은 70세 안팎. 지난 2010년 증도초등학교 기점분교가 폐교된 뒤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다.

올해 대기점도의 행정상 등록 인구는 46명이지만, 실제 거주 인구는 절반 수준인 20여 가구에 불과하다. 대부분 혼자 사는 80대 고령층이다.

대기점도의 젊은 인력은 거의 사라졌다. 몇 안되는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도 대부분 고령이고, 일부 젊은이들이 도시에서 배를 타고 들어와 조업을 돕지만 정착하지는 않는다.

기점도 이장 김천웅(67)씨는 “물 때가 맞으면 노둣길로 갈 수 있는 병풍도에는 소규모 마트가 하나 있지만 주민들은 목포나 지도읍 5일장까지 가야 생필품이나 필요한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다.

김 이장이 나고 자란 섬은 “아픈 사람, 나이 든 사람에게 점점 더 좁아지는 공간”이라고 했다.

수년 전부터 콩팥 기능이 악화돼 투석을 시작한 지 4년이 된 그는 현재는 일주일에 세 번씩 목포의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 다녀오는 하루는 이장에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다. 새벽 5시 10분에 기상해 씻고 준비를 마친 뒤, 6시 50분 첫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간다. 항에서 병원까지 1시간가량 이동해 4시간여 간 치료가 끝나면 다시 항구로 이동해 오후 3시 막배를 타고 섬으로 돌아온다.

촉박한 배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부담, 치료로 인한 피로감 등은 고령의 김씨에게 큰 짐이 된다.

주민 안승례(66)씨는 “대기점도에서 배를 타면 압해도 송공항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며 “목포까지 나가면 하루 자고 와야 해서 그날 미뤄둔 볼일을 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 섬들은 신선식품은 물론, 생필품을 살 구멍가게조차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인근 당사도에는 슈퍼마켓이 전무하고, 대기점도에서 물때가 맞아야만 갈 수 있는 병풍도에 농협 분점 형태의 하나로마트가 있다.

당사도에서 46년째 거주 중인 김명월(67)씨는 “예전에 큰맘 먹고 인터넷으로 닭고기를 주문했는데, 이틀 넘게 걸려 도착했어요. 얼음이 다 녹아 상해버렸죠”라며 웃었다.

4개 섬 중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당사도의 보건진료소 한 곳뿐이다. 병원이 한 곳도 없어 주민들은 아플 때마다 목포 등 육지의 종합병원을 찾아야 한다. 진료소는 기본적인 처치만 가능해, 긴급 상황에는 119 구급선이나 해경 헬기에 의존해야 한다.

소악도 이장 김양군씨는 “병원이 없으니 배 시간에 맞춰야 움직일 수 있다”며 “날씨가 나쁘면 옴짝달싹 못한다. 섬 사람들은 일기예보에 하루가 좌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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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점·소악도 글·사진=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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