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박안수 경제학박사·전 농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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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박안수 경제학박사·전 농협대 교수
2025년 10월 10일(금) 00:20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소리가 서로 맞지 않아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 뜻을 펼치지 못하니 내 이를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씀에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교과서에 실려 있는 ‘훈민정음해례본’ 서문이다. 우리 언어와 문화를 말살하던 일제강점기 민족문화재 수호자 간송 전형필 선생이 거액에 구입한 해례본은 6·25전쟁에도 소중히 보관됐고, 국보 70호로 세계 문화기록 유산에 등재됐다.

조선이 세종이고, 세종이 조선이라는 말도 있듯이 세종의 업적은 셀 수 없이 많다. 그중 으뜸은 아마도 백성을 근본으로 한 애민정신으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인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한 일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언어 중 훈민정음처럼 창제 시기와 참여자가 기재된 언어는 찾을 수 없다.

어제 10월 9일은 한글날이었다.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제 579돌을 기리는 날로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려 이를 기념했다. 한글날은 1991년부터 2012년까지 공휴일에서 빠져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지정 휴일이 되었다. 그저 평범한 휴일 하루가 아닌 한글의 우수성과 위대함 그리고 편리성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기는 하나 아직도 문해력 증진에는 더 열심이어야 한다고 한다. 필자 역시 공영방송 프로그램 ‘우리말겨루기’를 시청하고 한국어능력도 응시했지만 결코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한글은 형용사와 은유가 많고 인기도 많다. 외국인이 배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다행히 세계 곳곳의 세종학당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들어 음악, 음식 등 한국(K)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의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제작자 매기강 감독은 매주 몇 시간씩 한글을 익히고 우리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찾는 데 힘을 쏟았다. 그런 노력은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고 영화 소재로 등장한 문화유산과 서울 여행, 김밥, 라면 등이 일대 광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한국국제협력단에서 한의(韓醫)로 봉사하고 있는 송영일 한의사의 말에 따르면 강제로 이주된 고려인 환자들은 ‘일없다.’ ‘아짐찬하다’ 등의 단어를 꾸준히 사용하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 애쓴다고 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친구인 ‘베프’(Best friend)라 칭했다. 처음에는 베프가 무슨 말인지 갸우뚱했다. 일반 방송에서도 베프는 물론 ‘찐친’ ‘절친’ 등 다소 나이 든 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줄임말과 외래어가 남용되는 경우가 많다. 예전 아파트 명칭은 아름다운 우리말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이제는 공기업 시공 아파트마저 영어와 외래어로 바뀌어 아쉽기도 하다. 요즘 우리 사회에 난무하는 정체불명 신조어와 외래어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표현과 사용이 편리한 한글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슬기로운 한글 사용이 오래도록 후손에게까지 이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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