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원 앞 청춘빛포차광장 - 노희용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전체메뉴
광주공원 앞 청춘빛포차광장 - 노희용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2025년 10월 13일(월) 00:20
광주공원 공용주차장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청춘빛포차광장’이 들어섰다. 자동차를 위한 공간을 사람을 위한 문화광장으로 전환한 이 변화는 단순한 미관 개선을 넘어 도시정책의 방향을 분명히 드러낸다. 광주가 추진하는 ‘대·자·보 도시 사업(대중교통·자전거·보행 중심 도시)’과 맞물려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화답하는 선택이다. 이제 광주는 ‘걷기 좋은 도시, 타기 편한 도시’를 지향하며 주차장의 철거를 통해 새로운 길을 열었다.

광주공원은 1913년 호남 최초의 공원으로 태어나 근대 도시의 변화를 상징하며 민주화 운동의 현장까지 품었던 공간이다. 시민의 쉼터이자 소통의 마당이었던 곳이 어느 순간 주차장으로 변하며 본래의 가치를 잃었으나 이번 전환으로 역사와 미래가 만나는 무대로 다시 서게 되었다. 도시의 변화를 함께해온 장소가 이제는 시민과 청년이 어울리는 광장으로 되살아나며 광주가 지향하는 비전의 거울이 되고 있다. 단순한 과거의 회복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맞게 진화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올해 광장은 주말마다 청년 버스킹과 인디 공연으로 활기를 띠었다. 청년 창작자들의 자작곡이 울려 퍼지고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코스튬플레이 무대가 광장을 채웠고 희경루 누각에서는 스트리트 댄스 배틀이 벌어졌다. 200여 명의 춤꾼과 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진 장면은 전통과 현대, 기성과 청춘이 만나는 진풍경이었다. 청춘빛포차광장은 세대를 잇고 문화를 섞어내는 새로운 소통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시민의 일상 속 문화가 살아 움직일 때 광장은 더 이상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도시의 심장이 된다.

주차장을 광장으로 전환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흔하다. 뉴욕 타임스스퀘어는 도로를 없애고 보행광장으로 탈바꿈하여 세계인의 명소가 되었고, 파리 세느강변은 차 없는 강변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로테르담의 사우부르크 광장은 죽은 주차장이 시민과 예술의 광장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광주의 청춘빛포차광장은 여기에 역사와 민주, 청년 인디문화를 결합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더한다.

청춘빛포차광장의 미래 전략은 몇 가지를 품었으면 좋겠다. 첫째, 역사적 상징성을 부각해야 한다. 1913년 개장해 민주화의 흔적, 시민정신을 품은 공원이라는 이야기를 예술 프로그램으로 풀어내야 한다. 광주를 상징하는 각종 기념행사와 결합할 때 광장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민주와 예술의 광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둘째, 청년 창작자의 실험 무대가 되어야 한다. 주류 공연장이 아닌 열린 플랫폼으로서 인디음악, 거리예술, 코스튬플레이 같은 새로운 시도를 포용해야 한다.

셋째, 친환경 도시정책과 긴밀히 연결해야 한다. ‘주차장을 없애 만든 광장’이라는 상징을 탄소중립 메시지로 확장하고 업사이클링 아트와 제로웨이스트 행사 같은 실천적 프로그램을 담아야 한다.

광주는 오랫동안 예향의 도시라 불려왔다. 마한시대부터 지금까지 역사가 길다. 불교문화부터 융성한 문화예술이 일본에 이르렀고 정읍사, 시가문학, 남종화, 현대미술 등이 계승발전되어 왔다. 그리고 인물도 많다. 임방울, 김현승, 오지호, 허백련 등 수많은 예술인이 광주에서 활동하며 한국 예술사에 흔적을 남겼다. 그래서 광주가 ‘예향’이라는 이름을 지켜왔다. 거기에 비엔날레전시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CGI센터, 실감콘텐츠큐브 등 인프라도 가지고 있다. 다만 한가지 부족한 것은 시민과 예술인이 직접 체험하고 창조하는 콘텐츠와 의지이다. 청춘빛포차광장은 바로 그 의지를 고양하고 발현시키는 실험장이다.

자동차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청춘빛포차광장은 도시의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 무대다. 이곳이 청년 창작자의 실험실이자 시민 모두의 광장이 될 때 광주는 예향의 정체성을 오늘의 삶 속에서 다시 입증하게 될 것이다. 결국 도시가 품은 문화적 상징성은 공간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시민의 참여와 삶의 방식 속에서 비로소 실현된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지는 광주의 심장, 그것이 곧 청춘빛포차광장이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