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 어쩌나…기후변화에 꽃 없는 꽃축제 될까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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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 어쩌나…기후변화에 꽃 없는 꽃축제 될까 전전긍긍
개화율 떨어져 신안 아스타꽃축제 연기…라일락 이어 목수국축제 취소
10월 중순 개최 장성 황룡강 가을꽃축제 백일홍 예상보다 일찍 피어 난감
폭염·폭우에 파종 제때 못 맞추고 고사…지자체마다 시기 맞추기 골머리
2025년 09월 29일(월) 21:15
/클리아트코리아
봄에는 벚꽃, 매화꽃이 피고 가을에는 국화, 코스모스가 핀다는 말이 옛 말이 됐다.

전남 지자체들이 가을을 맞아 지역 꽃 축제를 준비하고 있으나, 기후변화로 개화율이 떨어져 잇따라 축제를 미루거나 중단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폭염과 폭우로 파종 시기를 제때 맞추지 못하거나 꽃이 고사하는 등 기후 문제로 작황이 전년 대비 20~30% 떨어지는데 지자체에서는 대책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신안군은 지난 26일 개최하기로 한 ‘신안 퍼플섬 아스타(국화) 꽃 축제’를 다음달 23일로 잠정 연기했다고 29일 밝혔다.

신안군은 안좌면 박지도 아스타 정원 내 3만2500㎡ 부지에 아스타 24만 그루를 심었지만, 29일 현재까지 개화율 3%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폭우로 토양이 쓸려가 꽃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 신안군 설명이다.

신안군은 지난 2019년 처음 꽃을 심은 이후 2022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아스타 꽃 축제를 열지 못했다. 꽃이 늦여름 피기 시작해 10월 중후반까지 피어야 하는데, 매년 반복되는 무더위와 열대야, 폭우로 꽃이 잘 자라지 못해 개화율 10%를 넘기지 못하고 있어서다. 늦더위 때문에 개화 시기 자체가 늦어져 10월 넘어서야 꽃이 피기 시작하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기후 변화로 고사된 꽃 축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신안군은 이달 중순 ‘신안 지도 제1회 라일락축제’를 열려다 꽃 20~30%가 말라죽어 포기했다. 지난 18~21일로 예정됐던 ‘신안 도초도 목수국 축제’도 폭염으로 목수국이 7월 초부터 일찍 개화하고 져버린 탓에 취소됐다.

꽃 축제가 잇따라 취소되자 신안군은 ‘신안 병풍도 맨드라미 축제’를 당초 예정일보다 하루 앞당긴 지난 26일 개최했다. 맨드라미 역시 폭염·폭우로 무름병에 걸리는 등 전년 대비 작황이 20% 줄어들었다.

전남의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무안군은 다음달 18일 ‘무안 몽탄 코스모스 축제’를 열 예정이나, 폭우로 파종 시기를 2주 놓치면서 꽃봉오리가 늦게 맺히고 있는 상황이다.

장성군은 10월 중순에 장성읍 일대에서 ‘황룡강 가을꽃 축제’를 열기로 하고 이에 맞춰 백일홍과 코스모스를 파종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이달 중순께 백일홍 절반 안팎이 피어버려 축제 당일에는 대부분 져버릴 위기에 처했다.

함평군도 최근 ‘국향대전’ 축제를 열다가 가을 장맛비, 이상고온 등으로 꽃눈이 늦게 형성된 사례가 잇따랐던 만큼 생육 환경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자체 꽃 축제 담당자들은 “꽃이 언제 피는지 하늘에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각 품종 특성에 맞게, 정석으로 파종을 해도 꽃이 고사하거나 제때 피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함평군 관계자는 “대규모 돈을 들여 온실을 지어 기온과 일조량 등 환경을 통제하지 않고서야 제 때 꽃을 피우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갈수록 개화 시기 맞추기가 어려워지고 자연현상을 예측하기 어렵게 되고 있어 매번 축제를 준비할 때마다 걱정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조차 뚜렷한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하고, 폭우 등 재해가 변화무쌍하게 발생하다 보니 환경 변화에 강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지 않는 한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전남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꽃을 온실에서 키워다 노지에 심는 방법 외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뚜렷한 해결책은 아직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거나 국내 적응이 가능한 해외 품종을 발굴하는 등 대책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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