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장불재 화장실마저…철학 없는 공공건축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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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장불재 화장실마저…철학 없는 공공건축 ‘빈축’
토끼등 화장실 이어 주변 미관·바람길 등 고려 없이 설치돼
등산객 ‘눈살’…공단·광주시, 행정편의적 마인드 변화 시급
화장실 비교되네
2025년 09월 29일(월) 21:20
국립공원 화장실인데도, 군립공원 화장실과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무등산국립공원 장불재 화장실(왼쪽)과 달리, 합천군 황매산군립공원 휴게소·화장실 ‘철새와 억새사이’(오른쪽)는 주변 환경과의 어울림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국립공원공단·합천군 제공>
무등산 장불재에 신설된 화장실이 지역민들 바람과 달리,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은 생뚱맞은 공공 건축물로 남겨지게 됐다. 무등산 토끼등에 세운 화장실이 국립공원에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게 지어졌다는 논란<광주일보 7월 9일 7면>에도 불구, 장불재마저 공공 건축물에 대한 고민을 담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립공원공단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는 장불재 화장실을 신설, 지난 15일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했다고 29일 밝혔다.

장불재 화장실은 높이 3.3m, 연면적 65.72㎡ 규모로, 네모 반듯한 경량 철골 구조 건축물로 조성됐지만 국립공원 내 위치한 공공시설물의 특징·환경적 조화 등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무등산의 대표 명소인 서석대·입석대와 마주한 곳에 위치한 유일한 공공건축물인데도, 상징성은 커녕, 일반 화장실이라는 기능성만 강조한 채 지어졌다는 게 건축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앞서 조성된 무등산 토끼등 화장실이 탐방객들의 시야와 바람길을 가로막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않은 채 설치됐다는 지적에 따라 일부 디자인을 보완했다는 게 무등산 국립공원 관리공단측 설명이다. 하지만 공개 입찰 대신, 수의계약으로 조성하고도 적극적인 디자인 개선을 요구하지 않은 채 마무리해 지역민 여론보다 업체 입장만 고려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무등산국립공원 공단 측은 “자갈을 깔고, 조경수(송악, 맥문동) 36그루를 심었고 당초 계획했던 회색 벽을 진한 갈색 페인트로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국립공원 환경과 어울리는 건축물에 대한 고민 없는 공단 측의 무신경함과 담당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한 광주시의 무관심이 맞물리면서 빚어진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합천군이 황매산군립공원 휴게소·화장실을 조성하면서 건축가 자문을 받고 지역민들과 여러 차례의 협의를 거쳐 한국건축가협회상(2021년)을 받을 정도로 친환경적인 디자인을 갖춘 ‘철새와 억새사이’라는 공공건축물을 조성한 것과 비교할 때도 한참 뒤처진다는 게 전문가들 비판이다.

‘철새와 억새사이’ 건축물의 경우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휴게소·화장실을 조성해 인증샷을 찍으려는 등반객·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공단 측이 장불재, 토끼등 화장실 설계를 평소 수의계약을 도맡았던 업체에 맡기는 등 지역과 특정 장소의 역사성과 배경,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예산과 기능성 등에만 초점을 맞춘 행정 편의적 공공건축물 조성 마인드에 대한 변화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공공건축은 도시의 품격을 결정짓는 얼굴이며 그 도시가 갖는 공공성에 대한 태도를 드러내는 일”이라는 점에서 공공건축의 철학과 조율 기능을 회복하는 게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부터 사라진 총괄건축가제도를 다시 살려 공공건축물의 설계공모, 디자인 검토 회의, 사업 우선순위 조정 체계 등에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박홍근 전 광주시건축정책위원회위원은 “‘광주에 제대로 된 공공건축 사례는 단 하나도 없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면서 “기능만 충족하면 된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광주다움을 살린 건축물은 절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일상적인 생활 건축부터 대형 문화시설까지 기획 단계에서부터 설계·시공까지 공공성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남구 건축가도 “총괄체계 없는 공공건축가 운영제도로는 도시 계획 정책의 통합성과 건축 철학을 구현하기 어렵다”면서 “당장의 실용성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가까운 장래에서부터 먼 미래까지 계획하면서 일상에서 만나는 도시 품격을 높여주기 위한 공공건축 조성에 대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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