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밥상 기억을 매개로 ‘돌봄과 관계’를 사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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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밥상 기억을 매개로 ‘돌봄과 관계’를 사유하다
진허 작가 ‘너에게 숲을 줄께’전 예술공간 집서 2일까지
2025년 09월 29일(월) 12:45
‘붉은 숲, 달빛에 피어나다’
‘무지개는 싫다고 해도 온다’
엄마에 대한 기억은 가장 원초적인 기억 가운데 하나다. 아이들은 엄마를 통해 세상을 보고 세상을 알아간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엄마’라 할 수 있을 만큼 엄마라는 존재는 모든 이에게 절대적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차려주던 밥상이 모티브가 된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예술공간 집(대표 문희영)에서 진행 중인 진허 작가의 ‘너에게 숲을 줄께’. 오는 2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어머니의 밥상 기억을 매개로 ‘돌봄과 관계’를 숲의 이미지로 비유했다.

세상의 많은 엄마의 딸들은 어른이 되면 또 누군가의 엄마가 된다. 그리고 자식들을 위해 밥상을 차린다. 그들의 엄마가 그랬듯이. 일견 당연해 보이는 일들이지만 그 이면에는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이라는 ‘헌신’이 결부돼 있다.

‘너에게 숲을 줄께’라는 주제는 밥상이 단순히 음식이 차려진 사물이 아닌, 삶을 지탱하는 무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어머니에서 딸로, 그 딸에서 다시 자식에게로 이어지는 세대를 통해 면면히 계승되는 삶의 숲을 은유한다.

‘붉은 숲, 달빛에 피어나다’는 작품은 달빛 아래 어우러진 붉은 고추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사방이 온통 푸른 숲에 둘러싸인 풍경은 사뭇 시적이다. 작가가 보았던 어린 시절 달밤의 풍경과 붉은 고추의 대비는 신화적 의미로도 확장된다.

‘무지개는 싫다고 해도 온다’는 식물과 채소 이미지를 환상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무지개 빛깔이 형형색색의 채소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밥상’이 차려지기까지의 하늘의 섭리와 자연, 어머니의 수고를 이야기하는 듯하다.

진 작가는 “모든 어머니들의 숭고한 희생, 조건 없는 사랑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작품 속 자연과 식물이 한데 어우러진 숲은 가족 나아가 우리들 공동체를 상징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광주문화재단 전문예술인 지원으로 마련됐다. 조선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진 작가는 다수의 개인전, 초대전을 가졌으며 국내외 아트페어와 단체전에 다수 참여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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