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치있는 펜 그림으로 만나는 산사의 풍경과 역사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주말엔 산사- 윤설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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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선암사는 지난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된 사찰 가운데 하나다. CNN이 선정한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사찰 33곳’에도 이름을 올린 천년고찰이다. 대웅전, 만세루, 범종루, 일주문, 지장전, 심검당, 설선당, 응향각, 무량수전 등 전각들의 가름들이 발하는 운치는 고풍스럽다.
알려진 바로는 선암사(仙巖寺) 명칭은 커다랗고 평평한 바위에서 유래했다. 구전되어 오는 설화는 이렇다. 아주 오랜 옛날 신선들이 조계산 서쪽의 커다란 바위에 앉아 바둑을 두었다. 신선들은 시간이 흐르는 줄 모르고 바둑 삼매경에 빠졌다. 신선들의 그런 ‘신선놀음’은 영험한 바위가 주는 기운과 무관치 않았을 터였다. ‘선암’은 그러한 유래에 의해 정명되었을 것이다.
어느새 여름이 저물고 선선한 가을이 눈앞에 당도해있다. 지난여름을 떠올리면 폭염과 폭우로 기억된다. ‘역대 최장 무더위와 열대야’, ‘기록적인 폭우’ 등등의 수사가 자연스러울 만큼 지난여름 날씨는 가혹했다.
오늘을 사는 많은 이들은 지쳐있다. 어떤 이들은 마음 둘 곳이 없다고들 한다. 위로가 필요하고 휴식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가까운 산과 들, 강으로 떠나는 이들이 느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유설희 또한 지친 평일을 뒤로 하고 주말엔 산사를 찾는다. 그가 펴낸 에세이 ‘주말엔 산사’는 지금까지 방문했던 100곳 중 기억에 남는 7군데를 담았다. 펜으로 묘사한 세밀한 그림과 짧은 문장의 글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저자가 소개하는 가장 첫 번째 사찰은 조계산 선암사다. 10년 넘게 삼성전자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한 저자가 제일 먼저 언급한 고찰이 선암사라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펜으로 그린 그림답게 책에 수록된 삽화들은 특유의 정교함과 깊은 감성을 선사한다.
저자는 외국인들에게 선암사를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절이다.
한국 고건축의 고졸한 미와 웅숭깊은 문화가 깃들어 있을 것인데, 경내 전각들은 저마다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 “건물 간의 관계가 자연스러우며 주변 산세와 잘 어울리는 가람배치”는 공간이 다채로운 모습을 지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선암사는 모두 15개의 보물을 보유하고 있어 문화유산의 관점에서도 가치가 높다.
화순 천불산의 운주사도 이색적인 설화와 인상적인 석조물을 간직한 고찰이다. ‘신동국여지승람’에는 이곳의 석불과 천탑이 각각 1000 개라는 기록이 있다. 안타깝게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일본 도굴꾼 등에 의해 반출이 되거나 훼손이 됐다.
해방 이후에도 민간인들이 석조물을 가져다가 밭이나 건물 등에 사용하면서 현재는 18개 석탑, 80여 개 불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운주사가 본격적으로 조명을 받게 된 것은 황석영의 ‘장길산’에 등장하면서였다. 이후 시인들의 작품의 소재가 되면서 일반인들에게 역사적 가치와 맥락, 의미 등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정호승의 ‘풍경 달다’를 비롯해 문정희의 ‘운주사 골짜기’, 황지우의 ‘구름바다 위 운주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 석탑에는 민중들의 염원과 이상이 투영돼 있다. 건축학적 관점의 미려하고 웅장한 조형성보다 민중의 삶과 감성이라는 내용적 측면이 이목을 끈다. 뛰어난 장인이 아닌 일반 석공들의 땀과 피와 열정은 시간을 초월해 위안과 평안을 준다.
규모가 크고 화려한 김제의 금산사도 산책하기에는 좋은 절이다. 보제루 밑 계단을 오르며 경내 마당으로 들어설 때 펼쳐지는 풍경은 색다른 느낌을 준다. 누각 아래 구조물이 하나의 액자 틀의 기능을 하며 저편의 마당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게 한다.
이밖에 책에는 만수산 무량사, 봉황산 부석사, 운길산 수종사, 수도산 봉은사 등을 답사하며 기록했던 글과 그림이 수록돼 있다. 감각적인 펜화가 주는 운치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휴머니스트·1만9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알려진 바로는 선암사(仙巖寺) 명칭은 커다랗고 평평한 바위에서 유래했다. 구전되어 오는 설화는 이렇다. 아주 오랜 옛날 신선들이 조계산 서쪽의 커다란 바위에 앉아 바둑을 두었다. 신선들은 시간이 흐르는 줄 모르고 바둑 삼매경에 빠졌다. 신선들의 그런 ‘신선놀음’은 영험한 바위가 주는 기운과 무관치 않았을 터였다. ‘선암’은 그러한 유래에 의해 정명되었을 것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유설희 또한 지친 평일을 뒤로 하고 주말엔 산사를 찾는다. 그가 펴낸 에세이 ‘주말엔 산사’는 지금까지 방문했던 100곳 중 기억에 남는 7군데를 담았다. 펜으로 묘사한 세밀한 그림과 짧은 문장의 글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 순천 선암사의 아치형의 ‘승선교’는 고찰 특유의 정취와 분위기를 선사한다. <휴머니스트 제공> |
저자는 외국인들에게 선암사를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절이다.
한국 고건축의 고졸한 미와 웅숭깊은 문화가 깃들어 있을 것인데, 경내 전각들은 저마다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 “건물 간의 관계가 자연스러우며 주변 산세와 잘 어울리는 가람배치”는 공간이 다채로운 모습을 지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선암사는 모두 15개의 보물을 보유하고 있어 문화유산의 관점에서도 가치가 높다.
화순 천불산의 운주사도 이색적인 설화와 인상적인 석조물을 간직한 고찰이다. ‘신동국여지승람’에는 이곳의 석불과 천탑이 각각 1000 개라는 기록이 있다. 안타깝게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일본 도굴꾼 등에 의해 반출이 되거나 훼손이 됐다.
해방 이후에도 민간인들이 석조물을 가져다가 밭이나 건물 등에 사용하면서 현재는 18개 석탑, 80여 개 불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운주사가 본격적으로 조명을 받게 된 것은 황석영의 ‘장길산’에 등장하면서였다. 이후 시인들의 작품의 소재가 되면서 일반인들에게 역사적 가치와 맥락, 의미 등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정호승의 ‘풍경 달다’를 비롯해 문정희의 ‘운주사 골짜기’, 황지우의 ‘구름바다 위 운주사’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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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크고 화려한 김제의 금산사도 산책하기에는 좋은 절이다. 보제루 밑 계단을 오르며 경내 마당으로 들어설 때 펼쳐지는 풍경은 색다른 느낌을 준다. 누각 아래 구조물이 하나의 액자 틀의 기능을 하며 저편의 마당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게 한다.
이밖에 책에는 만수산 무량사, 봉황산 부석사, 운길산 수종사, 수도산 봉은사 등을 답사하며 기록했던 글과 그림이 수록돼 있다. 감각적인 펜화가 주는 운치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휴머니스트·1만9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