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에게 ‘모두의 미술, 소리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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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에게 ‘모두의 미술, 소리와 미술관’
‘미술·소리 연계’ 이강하 미술관, 10월 30일까지 장애인·비장애인 공유 전시
문선희·신미경 작가·장전 프로젝트 참여…수어·음성 해설, 점자 워크북 도움
2025년 08월 20일(수) 20:10
문선희 작 ‘라니’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예술을 꿈꾸다.

일반적으로 시각예술은 ‘본다’라는 감각을 통해 공유되고 소통된다. ‘인간의 몸이 10이라면 눈은 9’라는 옛말은 그만큼 시각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시각의 기능을 상실한 장애인들이 많다. 이들은 일상생활 뿐 아니라 예술 향유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본다’라는 감각을 토대로 소리, 촉감 등과 연계해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감상을 공유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화제’다.

이강하미술관이 오는 10월 30일까지 진행하는 ‘모두의 미술, 소리와 미술관’이 그 것.

실제 전시가 이뤄지기까지는 광주시각장애인협회, 광주농아인협회를 비롯한 예술가들, 단체들의 협력이 있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볼 수 없지만 만질 수 있고, 들을 수 없지만 볼 수 있다’는 말이 환기된다.

이선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공모 사업인 무장애 접근 프로그램 일환 등으로 기획됐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이 미술관에서 만나 예술적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두 이용 가능한 ‘모두의 미술관’을 지향했다”며 “포용과 다양성이라는 관점으로 작품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는 문선희, 신미경 작가, 그리고 장전 프로젝트(장준영& 전지윤)가 참여했다. 각자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 작가들은 ‘모두의 미술관’이라는 기획에 공감하고 작품을 출품했다.

전시장에는 수어 해설 영상을 비롯해 큰 글씨, 작품 음성 해설, 점자 워크북 등이 비치됐다. 전시 안내 촉지도가 마련돼 있어 전시 이해는 물론 접근 방식에 대한 활용도를 높인 점도 특징이다. 또한 미술관 곳곳에 ‘접근성 매니저’가 있어 관람에 도움을 준다.

문선희 작가는 ‘고라니’를 모티브로 다양한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장애인 외에도 비장애인들이 직접 손으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은 감상의 다변화를 꾀한 것이다.

그는 “작품 가운데는 사진 위에 특수 물감을 덧입히는 UV(유브이) 방식을 활용했다”며 “촉감이라는 감각을 통해 작품 감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생생한 언어로 즐길 수 있도록 오디오도 설치했다”며 “상상력을 매개로 보지 못하는 그 너머를 볼 수 있다는 데 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신미경 작가는 비누라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료를 매개로 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닳아 없어지지만 향기를 발하는’ 비누의 성질을 최대한 작품에 투영한 것.

그동안 신 작가는 서양의 조각 작품, 동양의 도자기 등을 조각으로 구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마주하는 작품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발한다. 직접 손으로 만지며 작품의 독특한 양감과 코끝을 스치는 향긋함을 감지할 수 있다.

장전 프로젝트 작 ‘랜덤 포레스트’
장전프로젝트는 AI기술을 활용 소리, 이미지, 기억 등을 데이터로 수집하고 예술품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왔다. 전시장에서 구현되는 ‘랜덤 포레스트’는 무장애 작품(2021년)을 재제작한 것이다. 영상, 인공지능 감정분석, 안면인식, 사운드 등 다채로운 최신 컴퓨터 기술은 사유의 폭을 확장시킨다.

이들은 “관람객의 시시각각 변하는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을 카메라로 인식하고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나만의 사운드’로 감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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