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가(信仰家)·수행가(修行家)의 믿음-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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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가(信仰家)·수행가(修行家)의 믿음-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2025년 07월 18일(금) 00:00
신앙가의 믿음은 진리 실상에 대한 믿음이요 수행가의 믿음은 자기 자성(自性)에 대한 믿음이다. 이러한 전제 위에 도가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이 모두를 망라한 신(信)이다. 법문에서도 말씀하시기를 도가에는 교단에 사업을 하는 공덕과 베푸는 공덕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으뜸가는 공덕은 ‘신심 없는 사람에게 신심 나게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ㅡ교법과 법문이 점점 흘러들어 인격화되는 과정이 마치 모든 영양소가 혈관을 통해 신체 구석구석에 공급되는 것과 같이 법이 공급되는 통로는 신맥(信脈)이다. 신맥이 없으면 아무리 억수 같은 법우(法雨)를 퍼부어 주어도 결코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심 없이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 수용자세(受容姿勢)가 형성되지 않고 준비도 안 된다.

그래서 ‘신’은 도가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이 믿음의 ‘신(信)’자와, 의심의 ‘의(疑)’자는 아주 가닥을 잡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의심이 있으면 믿지 않고, 믿음이 있으면 의심이 없다는 모순 개념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도가에서는 “신이 십분(十分)이면 의심도 십분이고, 의심이 십분이면 깨달음이 십분”이라는 연장선상의 개념이다. ‘신’에 근거하지 않는 의심은 호의(狐疑)다. 호의는 스승도 저울질하고 법도 저울질하여 자기의 의견과 스승의 법에 대해 우열을 나누려 한다. 스승님들의 교법이나 인격은 상식적인 판단과 재색명리 등 이 모든 명상(名相)의 의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높고 높은 정신세계에서 거닐고 있는데 우리 범부 중생의 사량으로 어찌 이를 측량할 수 있겠는가. 가문 땅이 물을 빨아들이듯 우리는 법을 빨아들여야 나의 피와 살이 된다. 신맥이 형성되지 않으면 금은보화를 주어도 돌아앉아 버린다.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 받는다. 본인 안 받는 것이다. 원불교 대종경 신성품(信誠品) 7장에서는 ‘신’은 법을 담는 그릇이 되고, 모든 의두를 해결하는 원동력이 되며, 모든 계율을 지키는 근본이 되어 깨달음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지금 우리는 정신(正信)을 가지고 있는가, 호의(狐疑)를 가지고 있는가? 우리가 정신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모든 법문은 관문상(慣聞相)에도 걸려들지 않고 피와 살이 된다. 그래서 불교 경전마다 법문을 신해수지(信解受持)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즉 믿고 이해하고 받고 간직한다는 뜻이다. 또 법문을 듣고 신수봉행(信受奉行)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한다. 즉 믿고 받아서 받들어 행한다는 뜻이다. 또 신해오증(信解梧證)한다는 말도 있다. 즉 믿고 알고 깨달아 증득한다는 말이다.

모두 신이 그 첫 관문이다. 기독교 교리의 강령은 믿음, 소망, 사랑인데 이 세 가지 덕목 중에서도 믿음은 출발이요 기본이요 핵심이요 중심축이다. 믿음이 부실하면 소망도 사랑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 유교의 다섯 가지 덕목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도 그 중심에는 믿음의 정신이 있다. 유교에서는 나라를 다스리려는 경륜을 중요시 하는 가운데 치국의 요제를 족식(足食), 족병(足兵), 족신(足信)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부득이 하나나 둘을 버려야 할 경우 족병이나 족식은 버릴 수 있어도 족신은 끝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신’이 없는 곳에 법문을 하는 것은 죽은 나무에 거름을 주는 것과 같다고 했다. 믿음은 곧 신앙가·수행가의 생명이다. ‘신’이 없으면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고 신앙적으로나 수행적으로도 성공할 수 없다. 사변적(思辨的)언설의 유희는 즐길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절정의 실상을 터득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거기에다가 진리 실상을 향한 절절한 믿음 즉 어디에나 계시고, 빠짐없이 모두 다 이시고, 한 사물도 포함하지 않는 것이 없으시고, 모든 능력과 위력을 다 갖추시고, 하지 못하는 바가 없으시고, 부리지 않는 바가 없어, 지고지존의 자리에서 우주 만유를 품어 안으시고, 알아 살피시고, 전체와 부분에 적용할 법칙을 설정하여 펼쳐 놓으시고, 그 법칙에 따라 생사여탈권을 가지시고, 우주의 성주괴공과 만물의 생로병사와 인과진강의 변화를 주재하시어 이 거룩한 존재에 대한 절절한 믿음까지 가는 것이 신앙가의 믿음이다.

이러한 바른 믿음 문화가 온 세상 가득히 충만해 있다면 그야말로 이 세상은 대명천지(大明天地)가 될 것이요, 무상천국(無上天國)이 될 것이요, 낙원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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