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Jindo Spot-알수록 깊어지는 그 바다, 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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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예향] Jindo Spot-알수록 깊어지는 그 바다, 진도
2025년 07월 14일(월) 16:35
진도의 관문인 진도대교와 진도타워, 울돌목.
섬과 뭍, 역사의 길목과 신비로운 자연, 바다의 여름이 맞닿은 곳 진도. 남도 끝자락에 놓인 이 섬은 여행객에게 단순한 피서지가 아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바닷길 축제와 다도해 섬들이 포개진 풍경, 천년 목소리가 남은 산방과 누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견 진도개의 수도까지. 진도에는 세월을 건너 온 이야기와 생생한 체험, 남도의 여유와 자부심이 함께 숨쉰다.

◇진도의 풍경, 주연은 바다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몰. <최현배 기자>
진도대교를 건너는 순간, 남해의 풍경은 바다인지 땅인지 경계가 헷갈릴 만큼 하늘과 섬과 바다가 층층이 포개진다. 길이 484m, 폭 11.7m 국도 18호선에 놓인 이 다리는 국내 유일의 쌍둥이 사장교로, 해마다 260만여 명의 발길이 이어지는 진도의 첫 관문이다. 서쪽 해협 아래로는 명량해전이 펼쳐졌던 울돌목의 세찬 물살이 흐르고 저녁이면 붉은 낙조가 바다 위를 감싼다.

다리를 건너 언덕을 오르면 망금산 정상에 우뚝 선 진도타워가 기다린다. 7층 전망대에 오르면 바람과 함께 울돌목, 세방낙조, 다도해의 수많은 섬들, 멀리 두륜산과 월출산까지 남해의 지형이 한눈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전망대 내부에는 진도와 남도의 풍경·생태, 명량대첩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시관, 진도 고유의 예술혼이 담긴 소리와 서화 자료실, 그리고 여행의 쉼터가 되는 특산물 판매장과 카페까지 여행자의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공간이 채워져 있다. 진도대교와 진도타워는 단순한 교통의 통로를 넘어 남도의 땅과 섬과 바다가 한곳에 겹쳐오는 시작점이 되어준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해변으로 알려진 관매도 해변의 울창한 송림. <진도군>
진도바다를 제대로 느끼는 곳은 관매도 해변이다. 이르는 순간 더 깊은 여름 풍경으로 바뀐다. 관매도 해변은 진도에서 배로 들어갈 수 있는 조용한 섬마을 피서지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조도 6군도 중 가장 대표적인 섬으로, 2km 넘게 이어진 곱고 넓은 모래사장과 맑은 바다가 여름 피서지로 각광받는다. 울창한 송림이 해변을 감싸 아침저녁으로 산림욕도 즐길 수 있고, 물놀이와 산책, 캠핑과 트레킹까지 자연의 한복판에서 여름을 만끽하기 제격이다. 관매도의 백사장엔 파도 소리와 솔숲 그늘, 여유로운 여행자의 웃음이 잔잔히 쌓여 남도의 계절을 더 깊게 느끼게 한다.

◇대한민국 제일의 낙조, 세방낙조

진도 금치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다도해.
진도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세방낙조 전망대는 한반도 최남단 대표 낙조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크고 작은 다도해 섬과 바다, 하늘이 한 장 유화처럼 어우러지고, 특히 해 질 무렵 섬 사이로 빨려 들어가는 붉은 태양이 압권이다. 중앙기상대에서 공식 선정한 ‘한국 제일의 낙조 전망지’답게, 일몰 시각에는 수십명의 여행자가 카메라를 들고 멈춰선다.

세방낙조 전망대 1~3층에는 전망데크와 벤치, 간이매점이 마련돼 있어 바람을 쐬며 천천히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주차장과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차량 접근이 편하다. 일몰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여름엔 저녁 7시 40분 전후를 기준으로 남도의 드라마틱한 바다색 변화가 펼쳐진다.

전망대 한편에는 남도 시인들의 시비가 세워져 있고, 해안도로 드라이브와 함께라면 곳곳에 드넓게 펼쳐진 다도해의 숨은 섬이 보인다. 전망대 인근 급치산(해발 223m) 전망대는 조금 이른 시간에 오르면 한눈에 다도해와 황금빛 하늘, 섬 그림자가 어우러지는 색다른 조망을 경험할 수 있다. 여행 팁은, 평일이나 주말 오후 6시 이후부터 미리 자리를 잡고 노을이 바다 위로 스며드는 광경을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 남도의 여름밤을 수채화처럼 물들이는 장소, 세방낙조 전망대는 진도를 찾는 이들에게 기억 속 남도의 저녁 한 페이지를 오래 남긴다.

◇바닷길이 열리는 기적

신비의 바닷길 설화에 얽힌 뽕할머니와 호랑이 상. <최현배 기자>
한여름 진도 바닷길에는 바람과 바다가 만들어주는 신비가 숨겨져 있다. 회동마을과 모도 사이 ‘신비의 바닷길’(국가지정 명승 제9호)이라 불리는 이곳은 해마다 음력 2~3월,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자연의 기적을 선보인다. 드넓던 모래바닥이 조수 간만의 차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그 길이가 약 2.8km, 폭은 30~40m나 이어진다.

진도의 신비의 바닷길 축제는 한 해에 단 한 번, 바다가 길을 여는 특별한 순간을 함께 나누는 진도의 대표 축제다. 축제 기간에는 전통 민속공연과 해상 퍼레이드, 강강술래, 진도아리랑 등 남도의 흥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지고, 해산물 잡이, 조개줍기 체험, 지역 특산물 장터, 흥겨운 음악과 먹거리까지 온 마을이 한바탕 살아난다.

바닷길이 완전히 열리는 시간은 단 1~2시간 남짓. 물길이 갈라지기 시작할 무렵이면 바닷가에 모여든 여행자들이 잡히는 대로 조개를 줍고 길 위에 남겨진 해초와 갯벌에 발을 담근다. 이곳에서 발끝이 빠지는 감각, 서늘하면서 짭짤한 바다내음, 모래와 조개의 부드러운 촉감이 여름 바다를 실감나게 깨운다. 여행자에게 진도의 바닷길은 잠깐의 이벤트가 아니라, 자연이 선물하는 신비로움 그 자체다. 어디에도 없는 체험, 이런 순간을 남도의 여름 진도에서 누린다.

/글=서민경·이종수 기자 minky@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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