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뇌관’ 멀티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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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뇌관’ 멀티탭
아찔했던 조선대병원 수술실 화재
천장 설치 24구 멀티탭서 발화한 듯
광주·전남 화재 24%가 전기적 요인
부산 잇단 자매 참변도 멀티탭 지목
단순 점검 아닌 항구적 대응책 마련을
2025년 07월 14일(월) 20:45
광주시 동구 학동 조선대병원 내 전기·가스집중공급장치 콘센트에서 14일 오전 8시 10분께 화재가 발생해 이날 예정된 27건의 수술이 미뤄졌다. <광주동부소방 제공>
조선대병원 수술실 화재의 발화 지점으로 전기 공급 장치인 일종의 ‘멀티탭’이 지목되면서 멀티탭의 화재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광주동부소방 및 조선대학교 병원 측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0분께 광주시 동구 학동 조선대병원 신관 3층 7번수술실에서 발생한 화재는 수술실 내 천장에 설치된 ‘전기·가스집중공급장치’ 콘센트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장치는 수술실 내 각종 전기 의료기기와 마취 장비, 생체 모니터 등을 연결하기 위해 설계된 다중 전력 공급장치로, 전기 플러그 소켓이 통합돼있는 구조다.

화재가 발생한 조선대병원 수술실 내 공급장치는 중앙에서 고전압 전류를 끌어와 여러 장치를 연결할 수 있게 콘센트를 만들어 두는 구조로 돼 있다. 1개 면에 110V 소켓 2구, 220V 소켓 4구 등 총 6구가 배치돼 있고, 이를 4면에 배치해 최대 24구까지 전원을 공급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해당 장치가 일종의 대형 멀티 이동형 콘센트(멀티탭)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소방당국은 해당 전력공급장치에서 누전으로 인해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전력 과부하, 전선 단락 등 요인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은 전력공급장치 부품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것을 의뢰했다.

조선대병원뿐 아니라 사업소, 가정 등지에서 멀티탭으로 부터 시작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8살과 6살 어린 자매를 숨지게 했던 화재의 원인도 스탠드형 에어컨 등 전기 설비가 다량 꽂혀있던 멀티탭으로 지목됐다.

또 지난달 24일 새벽 부산진구 개금동에서 자매 2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도 거실 멀티탭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멀티탭과 같은 전력공급장치 및 다중 접속기구의경우 소비전력이나 교체 주기 등을 고려하지 않고 여러 전자기기를 동시에 연결하다 과열로 불이 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류가 과도하게 흘러 최대 허용 전력량을 초과하면 전선이 과열돼 화재로 이어지는 식이다.

지난해 7월 14일부터 지난 13일까지 1년 동안 광주에서 발생한 화재 3375건(광주 759건, 전남 2616건) 중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는 826건(광주 174건, 전남 652건)으로, 전체의 24.4%를 차지했다.

이 중 배선·배선기구로 인한 화재는 광주 57건, 전남 182건 등 239건에 달했다.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의 28.9%는 배선 및 배선기구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소방당국은 멀티탭 발화위험 화재 실증 실험을 치르기도 했다. 부산소방본부가 정격전류 10A(암페어) 규격의 멀티탭에 소비전력 2800W(와트) 에어컨을 연결해 13.4A 전류를 흐르게 하자, 19분만에 멀티탭 전선 온도는 70도까지 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멀티탭 전선을 모아놓고 그 아래에는 천 조각을 두고 같은 조건에서 다시 실험하자 12분 만에 스파크가 튀면서 멀티탭 전선 온도가 180도에 도달하며 천 조각에 불이 붙는 점도 실험 결과 확인됐다.

송창영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은 “전기적 요인을 둘러싼 화재는 재난안전 측면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해야한다”며 “ 연속성, 전문성, 진정성을 기반으로 단순 점검이 아니라 예방, 대응, 복구까지 항구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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