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기름값·전기료…‘에너지비용’에 짓눌린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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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기름값·전기료…‘에너지비용’에 짓눌린 농가
농작업 기계화 시설·스마트팜 시대 지원 확대해야
2025년 04월 20일(일) 19:25
/클립아트코리아
기름값과 전기료 인상 소식에 농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농촌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가운데 해마다 농사를 짓는 비용인 경영비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림어업분야의 에너지소비량은 2018년 이후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농작업 기계화율과 시설·스마트팜이 확대된 것이 배경이다. 최근엔 폭염, 저온, 일조량 부족 등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이에 대응하려는 농가의 전력·석유 소비도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농가 경영비는 2677만9000원으로 전년(2511만9000원)보다 6.6% 뛰었고, 농가 구입가격지수 가운데 영농광열비는 173.7(2020년 100 기준)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농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운용하는 농업용 면세유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요동치는데, 지원금 규모가 꾸준히 줄고 있어서다.

농어민에 공급하는 석유류에 대해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해 거의 실비로 제공하는 면세유 정책은 지난 1972년 처음 도입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면세유 제도 덕분에 농업인들이 기름값 걱정 없이 농사를 지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웃과 나눠쓰는 면세유 인심도 생겼다. 또 한때 농업용이 아닌 차에 몰래 넣거나 주유소에 통째로 파는 등 부정 유통과 미사용 문제가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면세유 폐지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3년 조세특례 심층평가’ 보고서에서 “농업생산성과 소득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한편 “면세유 등 화석연료 보조금은 탄소중립과 배치된다”면서 일몰 연장을 반대했다. 면세유가 근거한 농업용 석유류의 세제감면 기한은 2026년 12월31일로 다가오는데 말이다.

물세보다 더 싸다는 전기료도 요즘은 농업 경영비를 높이는, 농가의 골칫덩이로 자리 잡았다. 한국전력공사(한전)은 올해 하반기 중으로 다시 농사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한전이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의견을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에 물으면서 실무 차원의 협상도 이미 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 대상은 계약전력 ‘300㎾ 이상의 농사용(을)’ 전력을 사용하는 규모가 큰 농어가로, 지난해 한전의 ‘농사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방향 수립 연구’ 용역 결과에 담긴 내용이기도 하다.

사실 정부가 농사용 전기를 저렴하게 책정한 것은 식량안보와 농업 생산기반 유지, 지역 균형발전 등을 위해 보호가 필요하다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이제 이런 명분이 사라졌다고 보는 듯하다. 잘못된 판단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한전이 이러한 명분을 포기한 채 300㎾ 이상의 계약전력 농어가에 한해 농사용보다 훨씬 비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부과한다면, 고환율과 소비부진 등으로 이미 타격을 받은 농어가에 치명적인 상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이는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스마트팜과 인공지능(AI) 도입 등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국내 경기침체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농축산물 수출로 활로를 열어가려는 농가의 의지마저 꺾을 수 있어 자칫 농업계 전체의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품질 저하, 농업용 전기료와 면세유 가격 급등으로 시달리고 있는 현실에 우리 농업인이 내야하는 목소리는 분명하다. 정부가 나서 농업 경영비를 낮추는 실질적인 정책 지원을 마련해, 천하지대본인 농사를 뒷받침하는 것이 당연하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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