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따순 주먹밥’ 먹고 어깨 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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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따순 주먹밥’ 먹고 어깨 펴세요
남구, 백운동 청년와락 2층 등 3곳에 무료 쉼터 문 열어
청년 고독사 예방 위해 마련…39세 이하 1인 가구 대상
2025년 04월 17일(목) 19:30
17일 오전 광주시 남구 백운2동 청년와락 2층에 ‘청년 따순 주먹밥’ 쉼터가 마련돼 있다.
“혼자 살다보니 끼니 챙기기 어려웠는데 위안이 됩니다. 비슷한 처지의 또래 청년들이 모이잖아요.”

광주시 남구 진월동에서 자취 중인 대학생 편모(21)씨는 17일 오전 11시 백운2동 청년와락 2층에 마련된 ‘청년 따순 주먹밥’ 쉼터를 찾았다. 쉼터가 문을 연 바로 다음날 이곳을 찾은 그는 익숙한 듯 손에 위생장갑을 끼고 비치된 김에 밥과 참치를 올려 주먹밥을 만들고는 입에 털어넣었다.

따순 주먹밥 쉼터는 전날부터 백운 2동(1호점) 뿐 아니라 월산동 달뫼커뮤니티센터(2호점) 봉선동 인애복지관 별관(3호점)에 각가 문을 열고 ‘나혼자사는’ 청년을 맞고 있다.

남구는 청년 1인 가구의 고립과 식생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주먹밥 쉼터 운영을 기획했다.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로 남구에 홀로 사는 청년이면 언제나 찾아와 무료로 한 끼 식사를 편히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즉석밥과 참치캔, 김, 단무지, 컵라면(육개장사발면·튀김우동·짜파게티) 등을 갖춰 스스로 주먹밥을 만들어 먹거나 컵라면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편씨는 “혼자 살다보니 밥을 챙겨먹기 귀찮아 하루 한 끼로 때우는 날도 많은데, 따순 주먹밥 쉼터를 알게 돼 찾아왔다”면서 “집 밖에 자주 나오고 싶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 따순 주먹밥’ 쉼터 1호점을 찾은 대학생 편모씨가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
‘따순 주먹밥’은 5·18민주화운동의 공동체 정신이 담겨있다. 1980년 당시 시민들이 서로에게 주먹밥을 나누며 연대와 연민으로 위기를 극복했던 것처럼, 오늘날 사회적으로 단절된 청년들에게 남구가 따뜻한 손길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남구는 올해 4000만원의 예산으로 쉼터 1곳 당 1000만원씩 배정했다. 남구 내 3개 복지관이 운영을 맡았고 4호점도 물색하고 있다. 쉼터마다 자활센터를 통해 고용한 근로자가 상주하며 안내하면서 위기 청년 발굴 및 복지 연계 방안도 모색한다.

이용 청년은 식사를 마친 뒤 추후 복지 상담 및 서비스 연계를 위해 필요한 지원사항(식사·주거·의료·일자리·기타)을 쪽지에 적어 내게 된다.

남구는 쉼터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청년층에게 적극 알리는 데 총력을 쏟기로 했다. 쉼터가 단순한 식사를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고립 위기에 놓인 청년들을 발굴하고 복지와 연결하는 ‘접점 공간’으로 이용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운영한 지 이틀 동안 3곳을 찾은 청년은 고작 7명이 전부였다. 그나마 모두 1호점만 이용한 청년들로, 청년층이 찾기 힘든 위치를 선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만하다.

2곳은 퇴근 시간에 맞춰 오후 6시에 문을 닫다보니 청년 시각 위주로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남구는 1호점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하고 2·3호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기로 했다. 2호점은 토요일에도 문을 열고 청년을 기다린다.

한편, 보건복지부의 전국 연령대별 고독사 중 자살비중 통계(2023년)에 따르면 20대 고독사중 59.5%, 30대 고독사 중 43.4%가 자살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구청 쉼터 관계자는 “따듯한 마음으로 주먹밥을 나눴던 5.18 정신처럼 오늘날 고립된 청년들을 지역 사회가 보듬어 주길 바란다”며 “이곳이 단순한 밥집이 아니라, 마음 놓고 쉬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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