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탄핵 심판…쏟아지는 헌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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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탄핵 심판…쏟아지는 헌재 비판
‘시간이 멈춘 그곳’·‘4천년째 선고 기다리는 한국인’등 풍자 밈 봇물
오프라인선 천주교 사제 시국선언…광주비상행동 철야농성 움직임
2025년 03월 31일(월) 20:27
헌재 탄핵 선고 지연에 SNS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는 각종 밈.
헌법재판소(헌재)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가 늦어지면서 늑장 선고를 비판하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SNS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헌법재판소를 포위한 철야 농성에 들어가려는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다.

앞서 SNS에서는 12·3 비상계엄 직후부터 ‘내란버거’, ‘사랑을 위해 계엄까지 해봤다’, ‘취했나 봄’ 등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풍자하는 일명 ‘계엄밈’이 확산했는데, 최근에는 31일 기준 107일째 ‘최장 심리’를 이어가고 있는 데 반발해 “기다리다 지쳤어요(땡벌)” 등 풍자하는 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31일 인스타그램에서는 굼벵이 사진과 함께 ‘2025 대한민국 굼벵이 대상 헌법 재판소’라는 문구를 써넣은 사진이 인기를 끌고 있다.

헌재가 지나치게 느리게 판결을 하고 있다는 것을 굼벵이에 빗대 표현한 것으로, ‘금상’을 뜻하는 ‘금’이 아닌 ‘굼’이라고 쓰여 있는 등 재치로 웃음을 자아냈다.

X(옛 트위터)에서는 심해에서 발견된 듯한 해골 사진에 ‘4000년째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인’이라는 문구를 써넣은 사진이 올라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헬로 키티’ 인형탈을 쓰고 망치로 책상을 때려부수는 사진에 ‘일하라고 헌재야’ 문구를 써넣은 사진도 누리꾼들 사이에 퍼날라지고 있다. ‘시간이 멈춘 그 곳 헌법재판소’라는 글에 ‘멈추긴 개뿔, 월급은 잘만 받더라’ 문구를 덧붙여 헌재를 비판하는 사진도 관심을 모았다.

한 X 이용자는 헌법재판관이 드러누운 그림을 그리고 ‘헌재의 기적, 밍기적~’이라는 글을 써넣어 헌재의 느린 선고를 비꼬았다. 늑장 선고를 빗대 나무늘보 8마리가 법복을 입은 영상에 ‘허언버업재애파안소’라는 제목이 붙은 카툰도 돌아다닌다.

아이돌 ‘세븐틴’의 자체 콘텐츠(자체예능) ‘고잉세븐틴’에서 멤버 ‘버논’이 헌법재판관 복장을 한 채 선글라스를 쓰고 아무 말을 하지 않는 상황극 장면을 가져와 “재판장님 말 좀 해주십시오”라는 자막을 단 사진도 온라인상에 퍼져나가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황폐화된 서울 남대문을 배경으로 헌법재판관이 탄핵 선고를 하는 장면을 그려넣고 ‘나라 망한 다음에 선고할거냐’고 따져 묻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헌재를 언급하면서 하염없이 컴퓨터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모습의 그림이나 펭귄이 벽에 머리를 부딪히며 ‘헌재야...미치는 꼴 보고 싶어?! 제발... 파면 선고 해주라!’라는 문구를 써넣은 그림도 온라인에서 퍼졌다.

SNS상에는 탄핵 심판을 미루는 헌재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게시글도 잇따르고 있다.

한 X 이용자는 길거리 바닥에 주저앉아 공부하는 사진을 올리며 ‘광장에서 공부하는 거 진짜 그만하고 싶다. 헌재야’라고 썼으며, ‘헌재는 일을 하고 환자를 쉬게 하라. 계절이 바뀌었다’ 등 문구를 쓴 이용자도 있었다.

오프라인에서도 헌법재판소를 비판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천주교 사제·수도자 3462명은 ‘헌법재판소의 주인은 국민입니다’는 시국선언문을 내고 헌법재판관들에게 조속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요구했다.

이들은 “한참 늦었으나 이제라도 당장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라. 헌법재판소의 주인인 국민의 명령”이라고 촉구했다.

사제 등은 선언문에서 “헌법재판소의 교만에 억장이 무너지고 천불이 난다, 신속하고 단호한 심판을 기다렸던 시민들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라고 지적한 뒤 “사회적 불안과 혼란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화재를 진압해야 할 소방관이 도리어 방화에 가담하는 꼴”이라며 직격했다.

사제들은 “군경을 동원해서 국회와 선관위를 봉쇄 장악하고 정치인과 법관들을 체포하려 했던 위헌·위법행위를 단죄하는 것이, 명백한 사실도 부인하고 모든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돌리는 자의 헌법 수호 의지를 가늠하는 것이, 그를 어떻게 해야 국익에 부합하는지 식별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라고 여덟 명 헌법재판관들에게 직접 물었다.

광주비상행동은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고 1~2일 헌법재판소 포위 24시간 철야 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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