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축적된 몸’, ‘절대 고독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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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축적된 몸’, ‘절대 고독의 몸’
여수 출신 박치호 작가 예술공간 집서 개인전
‘붉은 몸’ 주제로 오는 4월 1일부터 27일까지
2025년 03월 24일(월) 18:10
박 작가의 드로잉 작품
인간의 ‘몸’은 다양한 의미를 표상한다. 단순한 육체가 아니라 한 인간이 살아온 생의 역사를 대변한다.

인간의 얼굴은 ‘변장’이 가능하다. ‘천의 얼굴’은 무수히 많은 페르소나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그에 비해 ‘몸’은 정직하다. 시간의 축적과 희로애락의 곡절을 담고 있어 치환이 불가능하다.

박치호 작가의 작품 속 ‘몸’은 강렬하다. 아니 숭고하다. 한 인간의 사유와 감성이 오롯이 드러나 있어, 얼굴을 보지 않고도 ‘몸’의 주인이 살아온 내력을 대략 가늠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관람객들은 얼마나 몸에 대해 알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오는 4월 1일부터 27일까지 예술공간 집(관장 문희영)에서 열리는 박치호 작가 개인전 ‘붉은 몸’.

작가는 그동안 ‘바다’와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미시적 관점에서 거시적 관점까지 담아왔다. 지난 2022년 전남도립미술관 ‘BIG MAN: 다시 일어서는 몸’전은 관객들에게 몸의 형상과 의미를 각인시켰다.

박치호 작가의 개인전 ‘붉은 몸’이 오는 4월 1일부터 27일까지 예술공간 집에서 열린다.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작가.
광주에서 첫 전시를 앞두고 24일 만난 박 작가는 “이번 전시는 고향 여수 경도 작업실에서 그동안 창작해왔던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라며 “석양 무렵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은 부유하는 삶을 총체적으로 묘사했다”고 전했다.

박 작가는 “이전에는 얼굴의 형상을 그렸지만 이번 전시 작품들은 몸을 모티브로 몸이 환기하는 본질적인 부분을 그렸다”며 “몸의 시간성은 물론 몸을 표현하는 오브제의 사물성에 대해서도 탐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주제가 말해주듯 ‘붉은 몸’은 붉은 노을이 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인간의 몸을 초점화한다. 세밀한 상처까지도 포착한 그림은 몸이 환기하는 기억, 역사까지 그러안고 있다. 전시에서 만나는 작품은 신작 10점을 포함 모두 13점.

박 작가가 인간의 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 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수의 섬에 거주하는 분의 몸을 드로잉한 적이 있다. 남다른 상처와 삶의 이력을 가진 이의 몸은 내게 소재의 모티브가 됐다”며 “이후 2015년 작업 당시 모든 신체기관이 제거되고 몸통만 남은 토르소 작업을 하게 된 것도 그런 연유와 맞닿아 있다”고 언급했다.

전시실에 일부 내걸린 작품들은 50대 후반 남성의 몸이다. 인생을 어느 정도 아는 지천명에 이른 남성들의 몸은 오늘의 시대를 증명하고 방증한다. 어둠이 내려앉은 배경으로 붉은 빛이 비치는 몸은 ‘시간이 축적된 몸’, ‘사유하는 몸’, ‘절대 고독의 몸’ 등 다양한 의미로 환기된다.

한편 문희영 관장은 “작년 호주 전시 이후 박 작가의 작품 세계는 더욱 깊어졌다”며 “이번 기획전에서 인간과 삶을 시각화한 다채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전시 기념 ‘허경 철학자와 함께하는 대담’이 4월 1일 오후 4시에 열린다.(오프닝 오후 6시) 또한 광주비엔날레 ‘GB작가탐방’은 4월 14일 예정돼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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