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부귀영화보다 좋은 건…그저 영화 한 편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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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부귀영화보다 좋은 건…그저 영화 한 편의 낭만
‘씬1980’ 전 편집장 김수진 씨 인터뷰집 ‘광주 영화인 열전’ 발간
위경혜·조대영·한재섭 등 지역 영화인과의 대담 담아내
2024년 12월 14일(토) 12:05
광주 영화잡지 ‘씬1980’ 김수진 전 편집장이 최근 지역 영화인들과 진행했던 인터뷰를 엮은 ‘광주 영화인 열전’을 펴냈다. 매거진 발행 당시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던 김 씨의 모습.
“‘광주 영화인 열전’은 ‘씬 1980’ 창간준비호부터 올해까지 6년 간 잡지를 펴내며 진행했던 인터뷰를 엮은 책입니다. 지역 영화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광주에도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죠.”

로컬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광주 영화 열전’(키노북스)을 펴낸 김수진 씨가 밝힌 출간 소감이다.

광주 영화비평지 ‘씬1980’ 창간호부터 올해 발간한 17호까지 진행한 인터뷰를 모아 책을 발간한 것.

전남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문화전문대학원 문화예술기획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그동안 ‘무비스트’, ‘코아르’ 등 영화 매거진에 글을 게재해 왔다.

김 씨는 온갖 부귀 영화(榮華)보다 그저 필름과 영사기를 스치는 ‘영화(映畵)’ 한 편이 좋은 사람이다. 돈 안 되는 영화 공부와 일에 매진하다 못해 책까지 펴냈다.

그는 “광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로 취직하는 바람에 잠시 고향과 ‘거리 두기’를 했지만, 다시 돌아온 뒤 지역 영화계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현장을 발로 누볐다”고 했다. 광주로 유턴했던 초기에는 마땅한 영화관련 시설, 단체 등이 부족해 이곳이 ‘시네마 불모지’로 생각됐다고 한다.

그러나 독립영화관 개관, 청룡영화상 수상자 배출 등 지역영화계가 활성화하는 모습에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이번 인터뷰집은 서울에서 영화기자 등으로 활동했던 경험이 녹아 있다.

김 씨가 지역 영화인들을 인터뷰하던 당시. <김수진 씨 제공>
‘열전(列傳)’을 기치로 내건 만큼, 지역 영화계에서 활동해 온 여러 인물의 전기를 다뤘다.

2018년 지역 최초로 청룡영화상 단편영화상을 수상한 허지은·이경호 감독(수상작 ‘신기록’) 인터뷰를 필두로 지역 안팎에서 독립영화감독으로 활동해 온 오태승과의 대담을 수록했다.

광주일보 지면에 ‘호남 극장 영화사’를 연재 중인 위경혜 학술연구교수(전남대 호남학연구원)를 비롯해 김채희 광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지연 광주영화영상인연대 전 이사장과의 대화도 인상적이다. 광주독립영화관 한재섭 관장의 생각은 ‘광주 영화문화의 산증인’이라는 주제로 담아냈다.

책은 최남주, 정준채 등 일제강점기에 활약했던 지역 영화인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들의 명맥을 계승하면서 1980년 5·18의 진실 등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광주 비디오들에 대해서도 톺아본다.

아울러 1990년대 극단 토박이가 제작한 광주 5월 소재의 실험적인 독립영화들, 2000년대 우후죽순 생겨난 광주의 영화동아리들에 대한 기록도 수록했다. 성미란 영화 분장사와 간판쟁이 박태규 화백, 백종록 감독과 영화인 조대영과의 대담은 읽을 거리다.

‘광주 영화인 열전’
“지역 영화인들에 대한 공적이면서도 사사로운 기록인 열전(列傳)이자 주류 영화계에 대항하는 지역 영화인의 열전(熱戰)으로 책이 기능하길 바랍니다.”

그는 출간을 계기로 멀티플렉스(복합영화관)로 대변되는 거대 자본시장과 주류 영화계에 대항하는 지역·독립 영화가 자생력을 갖추길 바란다. 그러면서도 “이 책이 ‘광주 영화인 열전’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광주영화계 전체를 대변한다는 오해가 남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책을 펴낸 출판사 ‘키노북스’도 이목을 끈다. 키노북스는 김 씨가 최근 설립한 영화전문서적 독립출판사다.

그는 “지가 베르토프의 ‘키노-아이’ 정신을 모토로 삼으면서 영화의 눈으로 세상을 그리는 책들을 펴내고 싶다”는 말로 출판사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폴란드 영화감독 지가 베르토프는 전통적 내러티브에 종속됐던 영화의 영속성을 깨뜨리자는 목소리를 내 왔다. 앞으로 그가 펴낼 책들이 베르토프의 편집된 몽타주처럼 새로운 담론을 형성해 널리 향유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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