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단풍 아쉬웠나요 장성 백양사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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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단풍 아쉬웠나요 장성 백양사로 오세요
전남 최고 가을여행지…이번 주 단풍 절정
20일 전후 가을색 완연…포근한 날씨 탓 예년보다 늦어져
애기단풍 초입길부터 절경… 쌍계루 풍경 명불허전
경내에도 즐길거리 가득… 하루하루가 가을축제
북하 강선마을 전망대 숨겨진 명소… 면소재지도 매력
2024년 11월 18일(월) 00:00
장성 백양사 쌍계루의 가을은 절경 그자체다. 시릴 듯 맑은 물에 비친 쌍계루와 백암산,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은 백양사 가을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이미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장성군 제공>
유난히도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11월의 중턱을 넘었음에도, 거리에서 만나는 단풍 빛깔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자랑하는 장성군 백양사라면 말이 다르다. 마침 20일 전후로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서둘러 여행 일정을 짜보는 것이 좋겠다. 날이 지날수록 가을빛으로 물들어 가는 장성 백양사를 찾아 가을 여행의 진수를 맛보자.

대웅전 부근에서 바라본 백암산.
◇초입부터 문전성시…전남 최고의 가을 명소 이름값=백양사로 향하는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애기단풍’이다. 여느 단풍들보다 이파리가 작아서 그렇게 불린다. 쫙 뻗은 아기 손 같은 모습이 앙증맞기 그지없다. 봄에는 연둣빛, 가을에는 붉은색으로 변하는 애기단풍은 보기에도 좋지만, 길가 양쪽으로 줄지어 선 채 그늘을 만들어 주는 ‘배려심 깊은’ 나무이기도 하다. 완만한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백암산 백학봉의 자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한동안 걸음을 멈출 정도로 압도적 감흥을 느끼게 마련이다.

특히 잘 알려진 곳은 쌍계루다. 시릴 듯 맑은 물에 비친 쌍계루와 백암산,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은 백양사 가을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이미지’다.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붐빈다.

‘전남 최고의 가을 여행지’라는 명성은 객관적인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인터넷 빅데이터를 분석한 랭키파이 전남 선호 여행지 트렌드지수를 보면, 장성 백양사는 2위보다 2배가량 높은 3036포인트를 기록하며 1위에 올라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인파가 모여들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경내지만 볼거리 즐길거리 소소한 재미 한가득=1000년 역사를 간직한 고찰이지만, 마냥 고즈넉하기만 한 건 아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지역 주조장에서 정성껏 만든 막걸리와 파전을 파는 음식점, 기념품 가게 등 여행의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의외로 풍성하다.

경내에도 가을의 감성을 자극하는 거리 공연과 군것질 판매 부스 등이 오밀조밀 마련돼 있다. 가격대도 부담스럽지 않은 데다 카드 결제가 가능해 절로 손이 간다. 특히 들기름에 구운 바삭한 가래떡은 한 개 먹으면 두세 개 더 사고 싶게 만든다.

초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백양사를 찾은 김이선(충북)씨는 “사진으로만 보던 백양사 가을풍경을 실제로 봐서 한번 놀라고, 음식들이 맛있어서 한 번 더 놀랐다”고 말했다.

‘절’이라는 공간은 사람들의 마음을 너그럽고 여유롭게 만들어 주는 듯하다. 일상을 살아갈 땐 성급하기만 했던 걸음걸음이 한결 느긋한 박자로 바뀐다.

경내에서 만난 아마추어 사진작가는 “쌍계루 앞도 사진찍기 좋지만, 대웅전 부근에서 바라본 백암산이 정말 아름답다”며 본인만의 포토스팟을 공유해 주기도 했다. 과연, 처마 위로 우뚝 솟은 돌산과 그 아래 알록달록 물든 나무가 신선한 감동을 안겼다.

북하면 강선마을 입구.
◇천연기념물 고불매, 비자나무숲… 등산코스도 가볼만=사진 찍고 요기하며 부담없이 둘러봐도 좋지만, 백양사 대표 명소들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도 여행을 알차게 즐기는 방법이다. 먼저 살펴볼 곳은 천연기념물 제486호로 지정된 고불매다. 강릉 오죽헌 율곡매, 구례 화엄사 화엄매, 순천 선암사 선암매와 더불어 대한민국 4대 매화로 손꼽힌다. 4월 중 꽃을 피운다.

비자나무숲도 백양사가 보유한 천연기념물(153호)이다. 고려 시대에 각진국사가 약으로 쓰이던 비자열매를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심었다고 전해진다. 약 70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데, 면적으로는 남한에서 제일 넓은 편에 속한다. 운문암 방면으로 30분가량 산행에 나서야 찾을 수 있다.

좀 더 제대로 등산을 즐기고 싶다면 백학봉까지 올라가 보는 것도 좋다. 백양사에서 출발하면 왕복 2시간가량 소요된다. 경사가 가팔라서 산행이 익숙하지 않다면 속도에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다녀올 것을 추천한다.

◇아는 사람만 아는 명소 ‘북하 강선마을 전망대’=‘로컬’들만 알고 있는 사진 촬영 명소도 있다. 백양사에서 나와 내비게이션에 ‘북하 강선마을’을 입력하고 단풍로를 따라 이동하면 된다.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강선마을은 1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촌락이다. 집집마다 담벼락에 재미있는 벽화를 그려 놓았다.

가볍게 마을을 둘러본 뒤 왔던 길로 돌아가면 ‘전망 좋은 곳’이라는 표지판을 찾을 수 있다. 주차를 하고 정자를 지나 전망대에 오르니,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밑으로 단풍로 고가도로가 지나는데 구도가 연출한 것처럼 완벽하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이른 아침에 안개가 자욱하게 낀 모습이 마치 ‘바다’같다고 한다. 단, 경사가 가팔라서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북하면 소재지도 개성이 넘친다. 약수초등학교 주변 작은 가게들이 벽화로 된 간판을 내걸고 있어 독특하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동서식당 같은 ‘로컬 맛집’을 만나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가벼운 채비로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장성 백양사는 여행에서 느끼는 감흥만큼은 그 어느 명소보다 깊고 진하다. 한 번 여행 간 곳은 한동안 다시 찾기가 쉽지 않은 법이지만, 백양사의 가을은 ‘눌러앉아 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유난히도 춥지 않은, 그래서 조금 더 오래 단풍을 만날 수 있는 올해 11월이 한편으로 반가운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장성=김용호 기자 yongh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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