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동곡미술관 큐레이터] 미술관, 지역 문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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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동곡미술관 큐레이터] 미술관, 지역 문화의 힘
2024년 07월 22일(월) 00:00
현대인에게 문화예술의 가치는 무엇일까?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문화는 우리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는 현대인에게 문화와 예술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과 감정을 풍요롭게 하고, 더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화예술의 커다란 힘은 우리나라의 문화를 세계인에게 각인시킨 케이팝과 케이컬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 문화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 답을 알아보려면 가까운 미술관을 찾아가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술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으로 창작된 미술품이 여러분을 반겨줄 것이다. 예술작품을 통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깊은 감성을 체감해보면, 예술이 단순한 감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광주에는 이러한 예술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공간이 많다. 스케일이 큰 전시를 보여주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지역미술의 흐름과 미술계 이슈를 선보이는 광주시립미술관, 미디어아트 전문 전시관인 G.MAP, 백화점에 가면 꼭 들러보는 광주신세계갤러리 등이 눈길을 끈다. 또 트렌디한 감성전시를 여는 예술공간집을 비롯해 무등산 중심사 가는 길목에는 국윤, 우제길, 무등현대, 드영, 의재 미술관이 모여있다.

비슷한 규모의 타 지역과 비교해보았을 때 광주는 미술관이 많은 편이라 볼 수 있는데, 미술관이 많다는 것은 단순히 문화예술을 감상할 기회가 많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지역 주민들이 더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고,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발표할 더 많은 무대를 가지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예술과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시에 문화적 풍요로움을 불어넣는 미술관은 매년 다양한 전시를 펼치며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필자가 근무하는 동곡미술관도 미술부터 유물 전시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넘나들며 다채로운 전시를 열어오고 있다. 동곡미술관은 지금까지 대형 수조에 채워진 물 위로 반사된 빛의 신비한 움직임을 선보인 미디어아트 전시, 폐품을 활용한 업사이클 아트 전시, 현대미술 전시와 더불어 고구려 금관을 최초로 민간에게 공개한 유물 전시, 고려시대 청자의 아름다운 빛깔을 선보인 고려청자전, 조선시대 분청백자전 등 현대미술부터 고미술까지 광주에서 보기 드문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 5월에는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을 기념해 전국의 작가 33인을 초대한 전시를 열어 지역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국 최초로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기획했던 김정헌, 주재환 등 민중미술의 역사를 일구었던 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또한, 학술세미나, 릴레이 아트토크 프로그램과 더불어 평화의 깃발 2000여 개를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꽂는 체험까지 진행해 세밀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광산경찰서와 호남대 사이, 보문고등학교 초입에 지난 2020년 개관한 동곡미술관의 정식 명칭은 보문복지재단 동곡미술관이다. 2017년 ‘가짐보다 쓰임이 중요하다’는 설립자 정형래 선생의 유지를 이어 만들어진 보문복지재단은 유물과 미술품 애호가로 알려진 정영헌 이사장의 의지를 반영, 당초 설립자 기념관으로 운영하려던 계획을 변경해 시민들에게 유용한 공간을 제공하고 문화의 불모지인 광산구에 문화의 꽃을 피우기 위해 지금의 동곡미술관을 조성했다.

보문복지재단 동곡미술관은 이제 개관 5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오는 9월에는 광주비엔날레 3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 파빌리온 전시를 준비 중이다. 20대의 이탈리아 라이징 아티스트 레베카 모차의 개인전을 감상할 수 있으며, 전시는 겨울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내년 봄에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안중근 의사의 미공개 유묵을 선보이는 전시와 대한민국 최초의 금속활자를 선보이는 금속공예전 등 다양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광주의 미술관들은 지역 사회의 문화자산이다. 많은 전시공간이 도심 곳곳에 있는 예향 광주는 미술친화도시라고 볼 수 있다. 시민들에게 풍부한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광주의 미술관들이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지역에 문화적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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