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시대…소상공인들 한숨·안도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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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시대…소상공인들 한숨·안도 ‘교차’
“장사 안돼…키오스크 설치·쪼개기 알바 등 고려”
일부는 “1.7% 최소로 올라 비교적 다행” 반응도
2024년 07월 15일(월) 21:10
/클립아트코리아
“보다시피 초복 시즌 저녁 시간대인데도 다섯 테이블 밖에 없는데, 최저 임금까지 오른다니요. 벌써 내년부터가 걱정입니다.”

15일 나주시 빛가람동에서 만난 장어구이 전문점 사장 이승철(43)씨는 운영한 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식당 문을 닫아야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씨는 하루 12시간 운영시간 중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 등 5시간 정도를 제외하면 서빙과 요리를 혼자 할 정도로 인건비를 아끼고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밤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했다.

이씨는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별다른 대책 없이 최저임금만 올려놓은 것 같다”며 “내년부터는 최소 업종별 차등은 두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탄식했다.

지난 12일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170원) 인상된 1만30원으로 확정되면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매출은 제자리걸음은커녕 감소하는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을 넘어서게 되면서 크나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사용자와 노동자 간 수 차례 공방 끝에 사용자가 제시한 1만30원 안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면서, ‘비교적 다행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최저임금 상승폭과 비교하면 비교적 적은 데다, 하반기 금리 인하 효과를 더하면 물가상승률 대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그러나 시간당 최저임금 1만 원 돌파는 체감상 9000원대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부담감을 준다는 자영업자가 대다수였다.

곡성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 중인 정어진(31)씨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씨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미안해 ‘쪼개기 알바’(주당 15시간 이내)는 하지 않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적극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르바이트생 없이 혼자 일하는 시간을 늘려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정씨는 인건비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키오스크 설치도 고려했지만, 이마저도 주요 고객층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정씨는 “시골이다 보니, 방문하는 손님 연령층이 주로 60대 이상 고령이다”며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직원을 줄이면 인건비야 줄겠지만, 키오스크 사용에 불편함을 느끼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적용 사례가 가장 많은 편의점의 경우 다른 업종보다 더 큰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앞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경영계 입장 중 하나인 ‘업종별 차등’이 반영되지 않은 게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시 남구 주월동에서 10년 째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황모씨는 “잘못된 최저임금 체계를 가지고 시간당 1만원을 넘겼다”며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란 얘기가 아니라, 하한선과 상한선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어 “아르바이트생을 적게 고용하거나 쪼개기 하는 일도 이 때문이다”며 “편의점은 음식점과 달리 마음대로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야간 근무자에게는 급여를 더 줘야 해 타 업종보다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올해 역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을 두고 노사가 치열하게 맞섰지만 결국 부결됐다. 현행 최저임금법엔 업종별 구분 적용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으나, 실제로 구분 적용이 실시된 것은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이 유일하다.

경영계는 올해 취약 업종의 지불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음식점업과 편의점업에 대해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노동계가 저임금 업종이라는 낙인 효과와 구인난 심화를 주장하면서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쉰 이들도 만날 수 있었다. 최저임금 상승률이 2022년 5.04%, 2023년 5.02%, 2024년 2.5%였던 걸 감안하면 올해 인상률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광주시 남구 노대동에서 20년째 한정식집을 운영 중인 정모씨는 “1.7%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5% 넘게 오른 적이 많지 않았냐”며 “매년있는 최저임금 인상이기 때문에 각오는 하고 있었다. 하반기에 금리 인하가 있고나면 내년부터는 오히려 숨통이 트일 것도 같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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