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순응한 유목민, 세계사 어떻게 바꿨나
노마드 앤서니 새틴 지음, 이순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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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남부 다마스쿠스는 세계 최고(最古) 도시 중 하나다. 이곳에는 구약성서 ‘창세기’에 기록된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가 전해오는 ‘피의 동굴’이 자리하고 있다. 왜 형 카인은 동생 아벨을 죽이는 인류 최초의 살인을 행했을까? “아벨은 양떼 가운데서 맏배의 기름기를 드렸다. 그런데 야훼께서는 아벨과 그가 바친 예물은 반기시고 카인과 그가 바친 예물은 반기시지 않으셨다.”
저자는 “그 심판은 방랑하는 부족의 신이 땅의 경작자들보다는 유목하는 목축 업자들을 더 좋아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수도 있다”라며 수렵·채집 단계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농경과 목축을 하는 기원전 9500년 무렵 ‘신석기 혁명’(진화) 시기에 벌어진 정착민과 유목민 사이의 갈등으로 해석한다.
작가 앤서니 새틴은 1부 ‘균형잡기’와 2부 ‘제국 세우기’, 3부 ‘회복하기’ 등 크게 3부로 나눠 부제와 같이 ‘문명을 가로지른 방랑자들, 유목민이 만든 절반의 역사’ 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그들은 동물을 키울 목초지를 따라 곳곳을 방랑하면 지낸다. 동물들은 대부분 말. 소, 양이다. …머물러 지내며 밭을 경작할 성곽 도시는 없지만, 그들 각자는 땅을 가지고 있다.”
정착민이 기록한 유목민은 정착민을 침략하고 파괴하고 살생하는 미개하고 야만스러운 무리일 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동하며 사는 사람들과 정착해 사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변해가는 과정을 추적한다”라며 “내가 따르기로 선택한 길은 바로 이것, 카인과 아벨로부터 당신과 나에게로 이어지는 길이다”고 밝힌다.
‘노마드’(Nomads) 어원은 초기 인도유럽어 ‘노모스’(Nomos)에서 유래했다. ‘고정된 지역 혹은 경계지역’, ‘방목지’, ‘방목지를 찾아다니는 사람’ 등 다양한 뜻을 지녔다. 현대들어 ‘노마드’는 유목민뿐만 아니라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바꾸어 나가며 창조적으로 사는 인간형’으로 확장됐다.
저자는 튀르키예 신석기 시대 거석(巨石) 유적지 ‘괴베클리 테페’(G?bekli Tepe)를 시작으로 ‘길가메시’ 서사시, 이븐 할든 ‘역사 서설’, 한나라 장건의 서역여행 등을 통해 유목민의 역사·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훈족, 흉노족, 스카타이족, 몽골족 그리고 아틸라와 징기스칸, 티무르…. 6000여 년 전부터 말을 길들이며 벌어지는 ‘말의 혁명’과 유목민의 승마능력, 이동·종교의 자유는 유라시아 초원지대의 역사를 바뀌었다.
저자는 유목문화에서 ‘아사비아’(Asabiyya)의 가치를 강조한다. ‘당파심, 연대의식, 단결심, 부족적 연대’의 의미를 품고 있는 단어이다. 이를 바탕에 두고 유목민들은 제국을 건설하고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특히 유목민 ‘소프트 파워’는 유라시아 초원지대를 통해 동·서양이 교류하고 통상하는 실크로드를 열었다. 이를 통해 14세기 유럽인들의 생각과 기술에 영향을 미쳐 ‘르네상스’도 촉발시킬 수 있었다.
자연을 지배하고자 했던 서구는 18세기에 ‘노마드’ 단어를 영어사전에 등재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저자는 미국이 황금이 발견된 서부로 진출하며 자행한 수족 등 인디언 학살을 살펴보며 근대기의 ‘노마드’에 대해 살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자연에 따르는 삶 또한 ‘노마드’ 정신에서 비롯됐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요즘은 ‘디지털 노마드’가 자주 거론된다. 유목민들은 사라진 이들이 아니다. 인류에게 ‘유목민 유전자’(DRD4-7R)를 남겼고, 여전히 현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목민들이 일군 신화와 역사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인류 문명사의 반쪽을 오롯하게 살려낸다. 저자는 장대한 유목민 1만2000년의 역사를 통해 도시에서 정착해 사는 우리가 현 시점에서 ‘노마드’ 정신에서 무엇을 받아들여야 할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까치·2만2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작가 앤서니 새틴은 1부 ‘균형잡기’와 2부 ‘제국 세우기’, 3부 ‘회복하기’ 등 크게 3부로 나눠 부제와 같이 ‘문명을 가로지른 방랑자들, 유목민이 만든 절반의 역사’ 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목초지에서 양떼를 몰고 있는 목동. <광주일보 자료 사진> |
정착민이 기록한 유목민은 정착민을 침략하고 파괴하고 살생하는 미개하고 야만스러운 무리일 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동하며 사는 사람들과 정착해 사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변해가는 과정을 추적한다”라며 “내가 따르기로 선택한 길은 바로 이것, 카인과 아벨로부터 당신과 나에게로 이어지는 길이다”고 밝힌다.
‘노마드’(Nomads) 어원은 초기 인도유럽어 ‘노모스’(Nomos)에서 유래했다. ‘고정된 지역 혹은 경계지역’, ‘방목지’, ‘방목지를 찾아다니는 사람’ 등 다양한 뜻을 지녔다. 현대들어 ‘노마드’는 유목민뿐만 아니라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바꾸어 나가며 창조적으로 사는 인간형’으로 확장됐다.
저자는 튀르키예 신석기 시대 거석(巨石) 유적지 ‘괴베클리 테페’(G?bekli Tepe)를 시작으로 ‘길가메시’ 서사시, 이븐 할든 ‘역사 서설’, 한나라 장건의 서역여행 등을 통해 유목민의 역사·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훈족, 흉노족, 스카타이족, 몽골족 그리고 아틸라와 징기스칸, 티무르…. 6000여 년 전부터 말을 길들이며 벌어지는 ‘말의 혁명’과 유목민의 승마능력, 이동·종교의 자유는 유라시아 초원지대의 역사를 바뀌었다.
저자는 유목문화에서 ‘아사비아’(Asabiyya)의 가치를 강조한다. ‘당파심, 연대의식, 단결심, 부족적 연대’의 의미를 품고 있는 단어이다. 이를 바탕에 두고 유목민들은 제국을 건설하고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특히 유목민 ‘소프트 파워’는 유라시아 초원지대를 통해 동·서양이 교류하고 통상하는 실크로드를 열었다. 이를 통해 14세기 유럽인들의 생각과 기술에 영향을 미쳐 ‘르네상스’도 촉발시킬 수 있었다.
자연을 지배하고자 했던 서구는 18세기에 ‘노마드’ 단어를 영어사전에 등재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저자는 미국이 황금이 발견된 서부로 진출하며 자행한 수족 등 인디언 학살을 살펴보며 근대기의 ‘노마드’에 대해 살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자연에 따르는 삶 또한 ‘노마드’ 정신에서 비롯됐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요즘은 ‘디지털 노마드’가 자주 거론된다. 유목민들은 사라진 이들이 아니다. 인류에게 ‘유목민 유전자’(DRD4-7R)를 남겼고, 여전히 현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목민들이 일군 신화와 역사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인류 문명사의 반쪽을 오롯하게 살려낸다. 저자는 장대한 유목민 1만2000년의 역사를 통해 도시에서 정착해 사는 우리가 현 시점에서 ‘노마드’ 정신에서 무엇을 받아들여야 할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까치·2만2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