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장애인에겐 높은 ‘관람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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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장애인에겐 높은 ‘관람 장벽’
전국 공연장, 보조 장비·해설 등
‘배리어 프리’ 시설 구축 추세에도
광주는 올해 관련 공연 계획 부진
“심리적 관람장벽 개선에 관심을”
2024년 07월 03일(수) 20:30
장애인도 접근 가능하도록 데스크를 낮게 설계한 광주예술의전당 티켓박스.
전국 공연장들이 노약자 및 장애인 관람객들의 유·무형 ‘관람 장벽’을 낮추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시청각, 휠체어장애인 등이 물리적·심미적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데 제한이 없도록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를 구축하는 것이 전 국민 문화향유권 보장을 위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 아르코 대학로예술극장은 ‘접근성 공연 제작’과 ‘공연 접근성’을 주제로 워크숍 계획을 밝혔다. 예술극장은 올해 장애인 관객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보조장비, 시설을 설치한 ‘접근성 공연’도 10편 기획했으며, 지난달부터 릴레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창작자 중심의 접근성 언어 개발’을 기치로 음성해설, 자막해설, 수어통역 공연도 개발하고 있다. 촉각카드 등을 접목한 공연·전시 프로그램도 이목을 끈다.

나아가 무용 작품을 관람할 때는 진동 기능이 내장된 우퍼 조끼를 활용해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통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우퍼 조끼는 단순히 떨림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에 맞춰 별도로 진동 방식을 디자인했다.

취재 이후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 장애인 화장실이 휠체어가 진입 가능하도록 입구를 크게 개·보수했다.
지난해 300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광주예술의전당(이하 전당)은 어떨까. 개·보수 초기에는 장애인 관람객들이 대극장 진출입로를 이용하는 데 제한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후 장애인 화장실은 휠체어가 진입 가능하도록 입구가 보수됐다.

대극장 매표소 데스크는 휠체어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낮게 설치되는 등 여러 요소가 도입됐다. 소극장 일원에는 점자블럭이 설치돼 있지만 아직까지도 주차장부터 대극장으로 가는 동선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휠체어 장애인이 공연장에 가기 위해서는 지하주차장 등을 경유해야 하는데, 막상 앨리베이터까지 가는 길 자체가 경사로라는 것. 리프트나 안전바 설치, 경사로 완화 등 방법 모색이 필요해보였다.

접근성 공연은 이 같은 물리적 요소 뿐만 아니라 심리·심미적으로도 ‘장벽’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전당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는 장애인 관람객들을 위한 ‘접근성 공연’이나 ‘배리어 프리 공연’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문화예술기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ACC 어린이극장에서 오는 11월 16~17일 펼쳐지는 ‘무장애 공연’ 외에는, 대부분의 지역 공연예술 시설에서는 관련 공연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문화재단도 올해 배리어 프리 공연 계획은 부진하다. 유사 사업으로 ‘장애인문화예술지원사업’이 있지만 그마저 지난해에 비해 예산이 삭감됐다. 올해는 양경모(시각)·전동민(청각)·이혜선(뇌변병) 세 명 장애인예술가가 시각 분야(충장22 작가레지던스)에서만 활동하고 있으며 공연분야 계획은 전무하다.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객석에 설치된 우퍼 조끼. 회차별 9석(총 27석)이 설치되어 있으며, 음악 진동을 별도로 디자인했다. <ⓒ아르코 대학로예술극장>
반면 서울에서는 무용, 연극, 뮤지컬 등을 막론하고 ‘접근성 공연’이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장애인 관람객들도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해, 전 국민이 평등하게 공연문화를 향유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달 23일까지 펼쳐진 드라마극 ‘그것은 너의 말이다’는 청각장애인 등을 위한 한글 자막해설을 곁들여 진행했다. 사전에 대본을 열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음성 소개까지 접목, 장애인 관객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전 회차에 자막 해설을 곁들인 연극 ‘GV빌런 고태경’(30일까지)도 주목할 만 했다.

아울러 청소년극 ‘쾅!’(22~30일)은 자막해설과 수어통역을 제공했다. 작품에 출연하는 ‘수어통역사’는 단순 번역 역할을 넘어서, 예술 표현을 추구하는 ‘스토리텔러’ 역할까지 맡게 됐다. 배우 황순미의 음향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클래식 발레극 ‘부엔 카미노’(28~30일)도 상연했다.

아르코 ‘터치 투어’ 현장. 관객들은 본 공연 이전에 미리 무대에 올라 무대를 만져보면서 사전에 공연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아르코 대학로예술극장>
나아가 아르코는 최근 시각장애인 관객 등을 위한 ‘터치 투어’도 진행했다. 본 공연 이전에 무대에 올라 시설물, 조명, 세트 등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지만 장애인 관객을 우선 선발했다.

예술극장이 추진하고 있는 예술가를 위한 ‘접근성 워크숍’도 참조할만한 사례다. 오는 7월 말부터 공연기획자 및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자막해설 제작 실습’, 9월부터 ‘촉각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배영준 상임활동가는 “최근 광주예술의전당에서 ‘섬 옆에 섬’ 공연을 관람할 당시, 음향기기가 장애인석을 침범해 객석을 바꿔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을 정도로 장애인 관람권은 열약한 상황이다”며 “지역 문화예술 기관들이 ‘배리어 프리 공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조금씩이라도 보완하는 의지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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