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 세상을 희원하는 몸짓 오월극 ‘오! 금남 식당’
극단 토박이, 지난 18일 5·18 민주광장서 마당극
요리 경연 모티브로 5월의 역사적 진실 등 담아
요리 경연 모티브로 5월의 역사적 진실 등 담아
![]() 지난 18일 ACC 열린마당에서 펼쳐진 오월극 ‘오! 금남 식당’. 극중 ‘조미료’와 ‘심심해’ 셰프 팀은 ‘금남 식당’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요리 경연을 진행한다. |
매년 5월 18일 오후 5시 18분이면 민주광장에서 이벤트가 펼쳐진다. 민주광장 시계탑이 5시 18분을 가리키자 어김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 나왔다.
5월 상흔을 담은 민중가요를 들으며 어떤 이는 자리에 멈춰 묵념했고, 어떤 이는 허공을 올려다봤다. 44년이 흘렀음에도 5월 광주의 하늘은 푸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끝을 신호탄 삼아 막을 올린 오월극 ‘오! 금남 식당’. 오월 레퍼토리극이 함의하는 역사적 무게감 때문이었는지 관객들이 발걸음을 멈춰 공연장에 모여 들었다. 작품은 지역 극단 토박이가 2016년 민들레소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200여 회 상연했다. 금남로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금남로 일원에서 관람한다는 점은 그 자체로 몰입감을 더했다.
1부는 금남관의 주인 ‘오금남’(박경단 분)의 후계자를 선발하기 위해 요리 경연을 펼치는 대목. 역동적인 가무악 퍼포먼스가 눈길을 끌었다. 후계자 ‘심심해’(임해정)와 ‘조미료’(김정훈)는 각각 보조셰프 ‘안무거’(이종경), ‘다너’(고영욱)와 함께 금남관의 새 주인이 되려 요리 경연에 참가한다.
“요즘 광주 한 끼 어디서 때우나, 상무지구 사람 많아 금남로 뭔가 특별해~”.
가수 UV(유세윤·뮤지)의 노래 ‘이태원 프리덤’을 개사한 ‘금남관 프리덤’에 맞춰 경연 축하공연을 펼치는 대목에서는 관객들도 따라 어깨를 들썩였다. 배우들은 커다란 무를 다듬으며 ‘판문점’과 ‘지구’를 만들었는데 대동 세상과 평화의 의미를 상징하는 듯 했다.
관객들은 후계자를 응원하는 두 팀으로 나뉘어 셰프 ‘안무거’와 ‘심심해’의 이름을 연호했다. 안무거 셰프는 기자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물었는데 적당히 “짬뽕”이라고 답하자 이내 팀을 응원하는 구호가 됐다.
한편 후계자들에게는 세 가지 미션이 주어졌다. ‘김치 만들기’, ‘김치 재료로 나만의 요리 만들기’ 그리고 ‘주먹밥 만들기’가 바로 그것. 특히 마지막 미션인 주먹밥 만들기는 나눔, 연대의 가치를 떠올리게 했다.
2부 장면들은 광주의 비극적인 과거사를 톺아본다. 교련복 차림의 학생 시민군들은 ‘금남 식당’ 안으로 숨어들었고, 곤봉을 든 계엄군은 식당 안으로 난입해 ‘투사회보’를 증거로 오금남 할머니에게 폭행을 가했다. 관객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계엄군 역할의 배우를 응시했다.
대동 세상을 희원했던 ‘광주 정신’이 ‘주먹밥’을 매개로 관객들에게 전달된 3부도 볼거리였다. 금남 식당의 진정한 안주인은 역사 속 폭력과 불의에 저항해 온 광주 시민 모두라는 의미가 환기됐다.
작품은 한 시간에 불과한 짧은 러닝타임에도 요리 경연을 펼치는 1부, 광주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2부, 주먹밥의 의미를 전하는 3부 등으로 짜임새 있게 풀어냈다. ‘기-서-결’이 맞물린 구조를 매개로 ‘오! 금남 식당’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한편 이번 공연은 ACC가 ‘2024 오월 문화 주간’ 일환으로 마련한 ‘민주 인권 평화 마당극제’ 개막 작품으로 마련됐다. 같은 시간, 장소에서 프로젝트 봄꽃은 ‘시월 포차’(19일)를, 정읍시립국악단은 ‘천명’(25일)을, 놀이패 한라산은 ‘바다건너 내고향’(26일)을 선보일 예정이다.
ACC 교류홍보과 박명현은 “사회역사의 변곡점이 된 5·18을 마당극 형태로 재현한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며 “이 밖에도 제주 4·3사건, 동학농민운동, 부마항쟁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공연도 예정돼 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5월 상흔을 담은 민중가요를 들으며 어떤 이는 자리에 멈춰 묵념했고, 어떤 이는 허공을 올려다봤다. 44년이 흘렀음에도 5월 광주의 하늘은 푸르다.
![]() ‘안무거’(이종경 분·왼쪽)와 ‘심심해’(임해정)가 극중 요리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모습. |
가수 UV(유세윤·뮤지)의 노래 ‘이태원 프리덤’을 개사한 ‘금남관 프리덤’에 맞춰 경연 축하공연을 펼치는 대목에서는 관객들도 따라 어깨를 들썩였다. 배우들은 커다란 무를 다듬으며 ‘판문점’과 ‘지구’를 만들었는데 대동 세상과 평화의 의미를 상징하는 듯 했다.
관객들은 후계자를 응원하는 두 팀으로 나뉘어 셰프 ‘안무거’와 ‘심심해’의 이름을 연호했다. 안무거 셰프는 기자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물었는데 적당히 “짬뽕”이라고 답하자 이내 팀을 응원하는 구호가 됐다.
한편 후계자들에게는 세 가지 미션이 주어졌다. ‘김치 만들기’, ‘김치 재료로 나만의 요리 만들기’ 그리고 ‘주먹밥 만들기’가 바로 그것. 특히 마지막 미션인 주먹밥 만들기는 나눔, 연대의 가치를 떠올리게 했다.
![]() 2부에서 ‘금남 식당’에 숨어있는 시민군을 찾아 나선 계엄군. 식탁에 있던 투사회보를 보고 계엄군은 ‘오금남’ 할머니를 곤봉으로 내려친다. |
대동 세상을 희원했던 ‘광주 정신’이 ‘주먹밥’을 매개로 관객들에게 전달된 3부도 볼거리였다. 금남 식당의 진정한 안주인은 역사 속 폭력과 불의에 저항해 온 광주 시민 모두라는 의미가 환기됐다.
작품은 한 시간에 불과한 짧은 러닝타임에도 요리 경연을 펼치는 1부, 광주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2부, 주먹밥의 의미를 전하는 3부 등으로 짜임새 있게 풀어냈다. ‘기-서-결’이 맞물린 구조를 매개로 ‘오! 금남 식당’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한편 이번 공연은 ACC가 ‘2024 오월 문화 주간’ 일환으로 마련한 ‘민주 인권 평화 마당극제’ 개막 작품으로 마련됐다. 같은 시간, 장소에서 프로젝트 봄꽃은 ‘시월 포차’(19일)를, 정읍시립국악단은 ‘천명’(25일)을, 놀이패 한라산은 ‘바다건너 내고향’(26일)을 선보일 예정이다.
ACC 교류홍보과 박명현은 “사회역사의 변곡점이 된 5·18을 마당극 형태로 재현한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며 “이 밖에도 제주 4·3사건, 동학농민운동, 부마항쟁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공연도 예정돼 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