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광주, 문화예술로 이어가다
  전체메뉴
오월 광주, 문화예술로 이어가다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우리:‘소년이 온다’…’전
창작 무용·타악극으로 펼쳐지는 ‘광주의 봄’
전용호·이재석 ‘전두환 쿠데타군부가…’ 출간
2024년 05월 16일(목) 20:05
올해로 광주5·18민중항쟁이 44주년을 맞았다. 5·18이 남긴 상흔, 고통은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겼다. ‘광주의 봄’은 언제쯤 찾아올까. 당시의 비극을 위무하고 기억하는 전시, 공연, 문학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소개한다.

◇전시로 읽는 ‘소년이 온다’

뉴욕타임스는 “눈을 뗄 수 없는 보편적이며 깊은 울림”이라고 평했고, 가디언은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다룬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소설”이라 평했다.

유수의 국내외 언론이 주목했던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5월 광주를 다룬 여러 작품 가운데서도 압권이다. 작가는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 그리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역사적 기억의 문제 등을 시적인 문체로 그렸다.

작품은 80년 5월 18일부터 10일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들여다본다. 희생자뿐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가미해 역사의 기억과 상처를 정치하게 파고든다.

소설 ‘소년이 온다’를 전시로 읽는 의미있는 시간이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에서 오는 7월 1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 주제는 ‘우리: ‘소년이 온다’를 읽다’. 지난 10일에 개막해 관객을 맞고 있는 전시에서는 사진, 영상, 드로잉, 애니메이션, 비디오 프로젝션 등 다채로운 시각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기슬기, 신영희, 안향희, 오은미, 정승원 작가 등 모두 5명 작가가 작품을 출품했으며 이번 전시는 문학텍스트 읽기를 방법론으로 삼는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의 두 번째 기획이다.(지난해에는 ‘소리 없는 목소리’를 주제로 오월 어머니들이 ‘소년이 온다’ 6장을 읽는 과정을 영상에 담았다.)

기획자인 정현주 전남대 철학과 학술연구교수는 “현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문학 텍스트를 매개로 시대적 문제를 접근하고 재인식하곤 한다”며 “이 과정에서 서사를 토대로 하는 ‘읽기’는 사건이라는 다소 무거운 경직성에서 벗어나 읽는 이가 세상에 대한 탐색과 성찰을 견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향희 작 ‘슬픈 유산-한낮의 폭력’
안향희 작가의 ‘슬픈 유산-한낮의 폭력’은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어휘 등을 종이 등을 토대로 제작한 작품이다. 무질서하게 배치된 듯한 어휘의 배열은 강렬하면서도 낯선, 당시의 죽음과 아픔을 상징화한다.

기슬기의 ‘Hands’는 양쪽으로 두 개의 손을 초점화한다. 외견상 한 손이 다른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다른 손의 방향은 치밀감보다는 구속과 속박의 의미를 준다. 일반적인 손이 환기하는 친밀한 느낌보다는 대립과 경원의 감정을 표상하는 듯하다.

신영희의 ‘나는 지금도 네가 있는 그곳으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는 작가가 겪지 않은 타자의 고통을 표현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구현한 작품은 ‘남겨진 자의 애도로서 수용’의 의미를 지닌다. 작품은 꿈을 통해 슬픔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들을 잊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역 국악단체 타악그룹 ‘얼쑤’. <광주문화재단 제공>
◇ 가무악극으로 만나는 ‘광주의 봄’

광주예술의전당이 5·18 기획공연 ‘광주의 봄’을 오는 18일 오후 5시 광주공연마루(서구 상무시민로 3)에서 펼친다. 창작무용 ‘아름다운 광주’부터 무용 ‘광주의 봄’, 창작 타악극 ‘5월의 두드림’까지 민중항쟁의 아픔을 예술로 위무하는 작품들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한국의 북 중에서도 가장 큰 대북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통북을 이용해 파워풀한 울림을 표현한 타악 공연 ‘5월의 두드림’으로 막을 연다. 광주 5·18의 울림을 그리는 창작 작품으로 고창길이 연출했으며 황인상, 김대선, 김지은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창작무용 ‘아름다운 광주’도 볼 수 있다. 고혜수가 부르는 ‘아름다운 나라’에 맞춰 퍼플댄스컴퍼니가 한국적인 춤사위를 선사한다. 광주의 아름다운 사계절과 자연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종합예술로 ‘광주에 사는 것이 행복하다’라는 의미를 전한다.

무용 ‘광주의 봄’도 이목을 끄는 작품이다. 세 가지 유파의 가락과 놀이를 집대성한 ‘박병천류 진도북춤’ 가락에 맞춰 가락·춤의 요소가 발단부터 풀림 순서로 전개되는 기경결해(起輕結解) 구조에 실린다. 태평소 솔로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김민기가 작사·작곡한 노래로 1980년 광주의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아침이슬’도 울려 퍼진다. 소프라노 장마리아와 러브어스 앙상블(광주문화예술 진흥센터) 소속 김관후(바이올린), 이소연(첼로) 등이 연주한다. 장마리아는 호신대 객원교수를 맡고 있으며 전남대 음악학과, 광주예고 예술영재교육원 및 전남과학대 등에 출강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가야금 병창 무대로 ‘하여가’와 ‘해뜰날’을 JTBC풍류대장 탑10에 진출한 임재현이 들려준다. 국악과 재즈의 즉흥성이 상호 교차하는 ‘쾌지나칭칭 나네’, 비발디 사계 중 겨울 1악장을 전자악기로 편곡한 ‘비바(Viva)’,김용원이 부르는 ‘상록수’ 및 ‘오 솔레미오’ 등도 레퍼토리에 있다. 바리톤 김용원은 전남과학대 겸임교수이며 이탈리아 빈센죠 벨리니 국립음악원을 졸업했다. 전석 무료.

◇“쿠데타군부 바벨탑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7년 발간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증보판이 너무 분량이 많아서 일반인들이 광주항쟁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누구나 쉽게 광주항쟁에 대한 역사적인 부분을 알리자는 취지에서 책을 발간하게 됐다.”

최근 ‘전두환 쿠데타군부가 쏘아올린 바벨탑’(울림사)을 펴낸 전용호 소설가. 그는 80년 5월 항쟁 당시 투쟁위원회 홍보팀으로 투사회보를 제작, 배포하다 투옥된 바 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공동저자이기도 한 전용호 작가는 5년여에 걸친 작업 끝에 이번 책을 완간했다. 이번 책은 이재석 굿북울림사 대표와 공동으로 작업했다.

전 작가는 책 출간 과정에 대해 “총 작업은 생각보다 길었다. 이번에 그것을 요약하면서 압축하는 작업을 했다”며 “5·18진상조사위원회가 4년간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전에 알려진 사실과는 다른 내용 등이 있어서 그 부분을 참조해 새로 개편했다”고 밝혔다.

책 제목이 강렬하고 직접적이라는 물음에 대해 그는 기존에는 신군부라는 표현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 “신군부라면 구군부에 비교해 자칫 좋은 의미로 환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짚었다.

“당시 정권을 찬탈한 군부는 명백히 쿠데타 군부입니다. 또한 바벨탑은 결국 허망하게 무너지는 것이니까 그런 개념 등을 차용해 ‘바벨탑’이라는 용어를 제목에 썼다.”

공동저자로 참여한 이재석 대표의 의견도 일치했다. 그는 “전두환 쿠데타군부가 쏘아올린 바벨탑이 왜 생겼는가. 왜 바벨밭이 됐는가. 이 부분을 포커스에 두고 글을 쓰는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광주민주화운동 10일 동안의 역사적 팩트를 기록하고 싶었다”며 “역사적 교과서라 생각하고 집필했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