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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에 복종했을 뿐” 계엄군 면죄부 준 보고서
5·18진상조사위 보고서 논란
‘시위대 무장설’ 애매한 기술…왜곡 세력에 ‘여지’ 남겨
암매장 기술 54쪽인데 군·경 피해자 514쪽 ‘본말 전도’
2024년 03월 05일(화) 19:50
5·18 당시 옛 전남도청 앞에 놓인 희생자 관들.<광주일보 자료사진>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보고서에 계엄군과 5·18을 왜곡하는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조사 결과가 제시돼 논란이 예상된다.

진상조사위가 지난달 29일 총 17개 직권조사 과제 중 13개를 먼저 공개한 데 이어 지난 4일 추가로 조사결과보고서 2건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는 각각 ‘군·경찰의 사망·상해 등에 관한 피해’와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남 일원 무기고 피습사건’에 대한 것으로, 진상조사위 위원들은 두 사건 모두 ‘진상규명 불능’ 결정한 바 있다.

이 중 군·경 피해 보고서는 쪽수로만 514쪽에 달했다. ‘행방불명자’(86쪽), ‘암매장’(54쪽) 등 보고서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많은 분량으로, 민간인 ‘사망’(282쪽)과 ‘상해’(165쪽) 사건 보고서를 합친 것보다도 많았다.

군·경 피해와 관련, 진상조사위는 5·18 기간 동안 계엄군의 경우 22명이 숨지고 118명이 상해를 입는 등 총 140명의 피해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경찰은 사망 4명·상해 29명 등 총 33명이 피해를 입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보고서에 ‘대다수 계엄군은 부당한 명령을 받았을 뿐’이라는 결론을 싣는 등 광주시민을 학살한 당사자들에게 섣불리 면죄부를 줄 수 있는 문구가 포함된 것이다.

보고서 내용 중 ‘대다수 하급제대 지휘관이나 부하들은 부당한 명령이라는 것도 알 수 없었을 가능성 등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대다수는 정당한 명령으로 인식하고 진압작전을 실시할 수 밖에 없었다’는 등 주장이 실린 것이 문제가 됐다.

한술 더 떠 ‘계엄군은 가해자, 광주시민은 피해자라는 흑백논리가 만연해 있다’, ‘광주시민들은 계엄군에 대해 폭력자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등 오히려 피해자인 광주 시민들을 탓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에 제출하는 최종보고서임에도 오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표현이 남아있기도 했다.

5월 14~17일 ‘전국계엄 이전 경찰의 시위 저지 및 해산 작전’에 대한 조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시위대가 돌을 던져 66명의 경찰 상해자가 발생했다’며 경찰 사망자가 49명에 달한다는 표를 삽입해 둔 것이 대표적이다.

무기고 피습 사건에 대한 조사보고서도 일부 무기고 피탈 시점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지만원 등 5·18왜곡 세력들이 이용하는 ‘시위대 선제무장설’을 정면 반박하기 보다 그들 주장에 여지를 준 꼴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기고 피습 사건 보고서 ‘조사 결과’ 항목에는 ‘나주 남평지서, 영산포지서 등은 경찰 기록, 각각의 진술이 다르기 때문에 무기 피탈 시점을 확정할 수 없다’고 썼다. 그런데 ‘결론’ 항목에는 ‘나주 남평지서 피탈 시간인 오후 1시 30분을 시작으로 시위대의 총기 피탈 시각이 모두 오후 시간대임이 확인됐다’고 쓰여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다.

더불어 ‘전남 일원 으로 진출해 무장한 시위대의 선제무장설은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고 보인다’면서도 ‘21일 오전 8시 10분께 계엄군의 실탄 분실사례에 대한 보안사 등 군 기록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문구를 달아 선제무장설의 가능성을 열어 둔 모호한 결론도 내놨다.

한 5·18 관계자는 “‘무기 피탈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겠다’는 등 애매한 결론을 내린 채 조사를 마치면, 5·18 왜곡 세력들은 이를 왜곡의 빌미로 삼을 것이 틀림없다”며 “4년 동안의 조사 결과를 허사로 돌리게 된 원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