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목장터 감나무 - 송기동 예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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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목장터 감나무 - 송기동 예향부장
2024년 02월 20일(화) 00:00
네 개의 길이 X자로 교차하는 정읍시 이평면 소재지는 고부와 태인, 정읍을 잇는 교통 요충지이다. 그곳에는 배들 평야의 농산물과 부안 줄포의 수산물이 거래되며 큰 장이 섰다. 말목장터다.

130년 전 말목장터는 동학농민혁명의 첫 횃불을 든 역사의 현장이었다. 1894년 2월 15일(음력 1월 10일) 밤 이평면 소재지에서 1.5㎞ 떨어진 예동마을에 농민군들이 모였다. 농민군은 녹두장군 전봉준의 지휘 아래 11일 새벽 고부관아를 점령했다. 전봉준은 고부관아로 진격할 때 말목장터 입구 감나무 밑에서 조병갑의 탐학(貪虐)을 열거하고 봉기의 당위성을 역설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가 의를 들어 여기에 이름은 그 본의가 결단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요 창생을 도탄에서 건지고 국가를 반석위에 두고자 함이며, 안으로는 탐학한 관리의 머리를 베고 밖으로는 횡포한 강적의 무리를 축멸코자 함이라….”

역사학자 고 이이화 선생은 ‘전봉준, 혁명의 기록’(2014년)에서 “말목장터 감나무에는 해마다 세 종류의 감이 열린다고 한다. 곧 전봉준·손화중·김개남의 감 혹은 전봉준·김도삼·정익서의 감이라 한다”고 감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전한다.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을 지켜봤던 감나무는 아쉽게도 2003년 9월 태풍 ‘매미’때 쓰러져 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썩지 않도록 보존 처리해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내 동학농민혁명기념관 로비에 전시해 놓았다. 원래 자리에는 대체목이 심어져 있다.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고부 농민봉기 재현 행사가 어제 정읍시 이평면 예동마을~말목장터 일원에서 열렸다. 우수(雨水)의 빗속에서 ‘동학농민혁명 발상지 정읍’이라 쓰인 깃발을 선두로 지도자인 전봉준·최경선·김도삼, 풍물패, 수많은 깃발이 뒤따랐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혁명 이래 강산이 열 세번이나 바뀌었지만 농민군의 독립유공자 서훈 문제 등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과제가 남아있다. 말없이 서있는 말목장터 감나무와 ‘사발통문’(沙鉢通文)이 작성된 고부면 신중리 대뫼마을 회관 앞에 세워진 ‘무명 동학농민군위령탑’이 탐방객에게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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