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딛고 음악하는 저를 보며 용기 얻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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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딛고 음악하는 저를 보며 용기 얻기를”
재즈밴드 ‘모자이크’ 이끄는 장애인 색소포니스트 임은규씨
학폭으로 지적장애 3급…녹내장까지 겹쳐 ‘힘겨운 삶’
‘온택트 색소폰 전국대회’ 대상 수상…음반·책 내고파
2024년 01월 15일(월) 21:20
“본명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활동명을 만들어본다면 ‘기적’ 정도가 괜찮을 것 같아요. 장애라는 역경을 딛고 노래하는 저를 보면서 관객들이 암이나 우울증 치료 등에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접했기 때문이죠.”

10일 오전 충장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애인 색소포니스트 임은규(32·사진) 씨의 말이다. 그는 호남신학대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한 뒤 현재는 재즈밴드 ‘모자이크’ 대표를 맡고 있다. 십여 년 전부터 지적장애 3급 및 녹내장으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지만 꿋꿋하게 ‘예술가의 길’을 걸어 왔다.

팀명의 의미를 묻자 임 씨는 “여러 보석이 모자이크처럼 합쳐져 아름다운 빛깔을 낸다는 뜻”이라며 “일반인과 비장애인이 재즈를 통해 하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답했다.

임씨는 지난 한 해 활발하게 활동을 펼쳤다. 지난 달에는 광주 서빛마루문예회관에서 ‘The Jazz’를 통해 시민들에게 재즈 선율을 들려줬으며, 이에 앞서 ‘온택트 색소폰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해 상금 500만 원도 받았다.

당시 완도에 거주하는 할아버지가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소와 돼지를 잡는 것은 물론 동구밖까지 플랭카드를 내걸었다고 한다.

그러나 밝은 모습 이면에는 아픈 상처도 드리워져 있었다.

중학생 때 학교폭력을 당해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고, 이후 녹내장까지 악화되면서 특수 악보가 없으면 예술활동을 할 수 없을 만큼 불편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오직 음악 하나를 매개로 세상에 목소리를 낼 용기를 얻어왔다”는 것이 그의 생각. 아무리 힘든 날이라도 ‘You make me smile’ 같은 재즈곡을 듣고 나면 마음이 풀리고 예술활동을 지속할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 색소폰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궁금했다. 임 씨는 “중학생 때 미국의 색소포니스트 데이브 커즈와 데니 정이 한국 순회공연을 왔는데, 맨 앞 자리에서 이들의 열정적인 공연 모습을 보고는 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은 한두 번 씩 연습하면 충분할 곡도, 직접 연주하려면 몸이 따라주질 않아 힘들었다”며 “몇 천 배는 더 연습해야 고작 한 두 걸음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현재 즉흥연주가 주류를 이루는 색소폰에 도움이 되는 화성악을 공부하고 있다.

“새해에는 첫 앨범도 내고 싶고, 제 이름을 내건 책도 선보이고 싶어요. 사람들이 저 같은 장애인 예술가를 보면서 세상에 ‘안 되는 것은 없다’라는 희망을 느꼈으면 합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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