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여수 출신 백시종 소설가 연작장편소설 ‘쑥떡’ 펴내
7편의 중편 연작에 담아낸 ‘먹거리 고해성사’
2023년 11월 20일(월) 11:43
여수 출신 백시종 소설가. 백 작가는 지난 2007년 이후 올해까지 모두 4권의 창작집과 11권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가히 왕성한 필력이다. 올해 우리 나이로 80세인 그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작가다. 대체로 작가들이 80세를 전후에 창작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목하 ‘집필중’이다.

쏟아낸 소설들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누란의 미녀’로 김동리문학상, ‘황무지에서’로 이병주국제문학상, ‘여수의 눈물’로 세종문화상 대상을 수상했다.

최근 백 작가가 연작장편소설 ‘쑥떡’(문예바다)을 펴냈다.

광주에서 열린 제9회 세계한글작가대회 참석차 광주에 온 작가를 만나 소설의 모티브와 창작 과정 등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백시종 소설가
백 작가는 “80살 긴 터널을 빠져나오며 깊숙이 숨겨 두었던, 지난날의 과오와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꾸밈없이 드러내놓기로 작심했다. 일종의 먹거리 고해성사”라며 “물론 더 많이 취하기 위한 탐욕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생존과 결부된 식탐이었지만 어찌 되었건 먹는 것 앞에서는 예의도 의리도 도리도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쑥떡’이라는 소설의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시골에서 자란 기성세대에게 쑥떡은 친근한 먹거리이자 배고픔을 면하게 해주는 주식이었다.

왜 하필 ‘쑥떡’을 제목으로 했느냐는 물음에 작가는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쑥떡 외에는 그 어느 것도 양껏 먹어본 기억이 없다. 그만큼 먹는 것에 대한 목마름이 오랫동안 나를 지배해온 셈”이라며 “여순민중항쟁을 겪었던 1948년도 그러했고, 6·25전쟁은 말할 것도 없고, 전후 잿더미 폐허 속에서 시작한 초등학교 시절도, 허구한 날 쫄쫄 굶어 눈앞이 컴컴했떤 기억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7편의 중편으로 연작 형식을 띤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눈물과 함께 먹은 삼계탕’을 비롯해 ‘짜장면, 그리고 탕수육’, ‘통무김치와 보리밥’, ‘마가린 간장 비빔밥’, ‘된장 콩잎과 배에서 말린 분홍빛 생선’ 등의 작품은 긴밀히 연결되면서 제각기 한편의 이야기를 구성한다.

이승하 평론가는 “이 소설의 이야기들 자체가 자신의 실수, 과오, 범죄 같은 것들에 대한 너무나도 솔직한 고백이다. 이 진솔한 고백 앞에 감동받지 않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라며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인 ‘이게 다 먹자고 하는 짓 아닙니까.’하는 말이 실감 나는 소설들”이라고 평한다.

한편 백 작가는 동아일보·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오영수문학상, 채만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