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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팔도명물] 영양만점 죽순부터 힐링 산림욕까지…아낌없이 주는 ‘거제 맹종죽’
가장 굵은 대나무, 거제서 처음 재배
산림청 지정 지리적표시 30호 등록
‘죽순’ 식이섬유·칼륨 다량 함유
고혈압·당뇨·변비·아토피에 효과
콜레스테롤 흡수 줄여 육류와 궁합
하청면에 ‘거제 맹종죽테마파크’
10만㎡ 부지에 3만 그루 맹종죽
2023년 11월 15일(수) 19:15
거제 맹종죽 죽순이 땅을 뚫고 올라오고 있다. 맹종죽 죽순은 직경이 15cm 정도로 다른 종에 비해 크고 굵으며 특유의 향긋한 단맛이 난다. <거제시 제공>
맹종죽은 가장 굵은 대나무의 한 종류다. 높이 10~20m, 지름 20cm까지 자란다. 원뿔 모양으로 솟아난 죽순은 직경이 15cm 정도로 다른 종에 비해 크고 굵다. 딱딱한 밑동을 잘라낸 뒤 껍질을 벗기면 흔히 볼 수 있는 계단 모양의 깨끗한 속만 남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제시 하청면에서 처음 재배됐다.

맹종죽은 중국 강남에서 많이 자란다 하여 ‘강남죽(江南竹)’, 죽순을 먹기 위해 재배한다고 해서 ‘죽순대’라고도 불린다.

‘맹종죽’이라는 이름은 중국 고사 맹종읍죽(孟宗泣竹)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맹종은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 사람이다. 병든 어머니가 죽순이 먹고 싶다고 하자 한겨울에 죽순을 찾아 나선 맹종. 하지만 추운 겨울 죽순이 있을 리 만무했고 맹종은 눈 쌓인 대밭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맹종의 눈물이 떨어진 곳에 눈이 녹아 대나무 순이 돋았다는 효자 이야기다.

일반 대나무가 죽세공에 사용되는 반면 마디가 짧고 굵은 맹종죽은 주로 죽순을 채취해 먹는 식용으로 쓰인다.

맹종 죽순을 채취하는 모습. 맹종 죽순은 매년 4~5월 채취된다. <거제시 제공>
◇맹종죽 시배지 거제시 하청면= 경남 거제시 하청면은 우리나라 최대의 맹종죽 군락지가 있는 곳이다. 1927년 하청면 공무원 신용우씨가 일본 산업시찰 뒤 귀국할 때 뿌리가 있는 묘목 3그루를 가져와 심은 것이 퍼진 것이다. 국내 맹종죽의 첫 재배지가 하청면인 셈이다.

거제 맹종죽은 특유의 전통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2년 산림청 지정 지리적표시 제30호로 등록됐다.

지금은 300㏊의 면적에 540여만 그루의 맹종죽이 이곳 거제시 하청면에서 자란다. 국내에서 자라는 맹종죽의 약 70%에 해당하는 양이다.

하청면에는 맹종죽테마파크가 있다. 맹종죽 재배 농민 19명이 2012년 5월 ‘거제 맹종죽테마파크’를 열었다. 테마파크 10만㎡ 부지에만 맹종죽 3만 그루가 심겨 있다.

테마파크 내에는 상설 체험공간으로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죽림욕장과 짚라인·외줄타기·사다리 오르기 등 27개 모험코스와 서바이벌 게임장, 대나무 공예 체험장 등을 갖췄다.

대나무 지압 숲길에는 도심의 7배에 달하는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발생해 심신의 피로를 풀어준다.

테마파크에서는 해마다 죽순이 생산되는 4~5월에 ‘죽림 포레스티벌’이 열린다. 포레스티벌은 숲(Forest)과 축제(Festival)를 합친 말이다. 축제에는 죽순 캐기와 대나무 공예, 모험의 숲 체험, 죽순 요리 시식회, 댓잎차 시음회 같은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대나무로 만든 화분·컵·밥그릇·맥주잔 같은 공예품과 맹종죽 죽순을 넣은 두루치기·죽순 무침 같은 음식도 맛볼 수 있다.

거제 맹종죽테마파크는 바다를 바라보며 대나무 숲에서 힐링할 수 있는 곳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평소 주말에만 3000명 이상, 해마다 1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간다. 테마파크 입장료는 어른 기준 2000원이며, 서바이벌게임과 모험의 숲 체험료 등은 따로 내야 한다.

◇다양한 맹종죽의 쓰임 = 가장 굵은 대나무 종류인 맹종죽은 그 쓰임이 다양하다. 맹종죽은 죽순을 먹는 대표적인 대나무 품종이다. 특히, 청정한 환경에서 자란 거제 맹종죽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죽순이 굵고, 맛이 담백하고 부드러우며 특유의 향기로운 단맛을 낸다. 약으로 쓰기도 하며 술을 담가서도 쓴다.

채취된 죽순은 고혈압, 당뇨, 변비, 해독작용, 노화 방지, 피로 회복, 혈관 건강, 피부 미용 등에 효과적이다. 대나무 특유의 항균·소염작용으로 여드름과 아토피 등에도 효과적이며 가려움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또, 칼륨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죽순은 불면증과 스트레스에 효과가 있다.

특히, 죽순은 콜레스테롤 흡수를 저하시켜 주는 효능이 있어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육류와 함께 조리하면 영양 궁합이 딱이다.

거제 맹종 죽순 생산 물량의 대부분은 외지로 팔려나간다. 최대 소비처는 대나무 마을로 유명한 담양군이다. 일부는 서울 등 수도권 유명 호텔이나 레스토랑, 고급 뷔페식당 등에 공급된다.

굵고 높게 자란 맹종죽은 세공용으로 쓰이며 특유의 정화 탈취 작용으로 대나무 숯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대나무밥이나 대나무술 등을 담는 무공해 용기로 멋과 풍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대나무가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소재로 지목되기도 한다. 빨리 자라는데다 환경친화적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대체 재료로 대나무만한 것이 없다.

거제에서도 2022년 3월 맹종죽으로 만든 친환경 칫솔을 제작하는 업체 ‘뱀부하우스’가 설립돼 거제시와 하청농협, 애터미㈜가 협업을 약속했다.

하청농협은 거제시에서 재배되는 맹종죽을 원활하게 공급하고 뱀부하우스는 대나무를 활용한 칫솔을 생산하며 전 세계적인 유통망을 갖고 있는 애터미㈜는 친환경 대나무 제품의 판매와 홍보를 맡기로 했다. 거제시는 필요한 행정업무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뱀부하우스는 현재까지 친환경 맹종죽 칫솔로 약 1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연간 100만~150만개 수준의 칫솔(몸통) 재료를 납품해 매월 1억5000만원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제시는 우리나라에서 맹종죽이 처음 재배된 곳이다. 사진은 하청면 맹종죽 대나무 숲. <거제시 제공>
◇맹종죽 산업 활성화는 숙제=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제 맹종죽이 산업 활성화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실정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거제 맹종 죽순은 높은 가격으로 일본으로 수출돼 재배 농가에 효자 노릇을 해왔으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수입되기 시작한 값싼 중국산 죽순에 밀려 가격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이후 하청농협을 중심으로 대나무 수액이나 죽순 캔 등 맹종죽 제품이 생산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값싼 중국산에 밀려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양길에 접어든 상황이다.

거제에서는 2022년 80t, 올해 약 100t의 맹종죽 죽순을 생산했다. 하청농협에서 수매하는 죽순은 kg당 1250원 정도에 판매돼 연 1억원의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거제시는 맹종죽을 자원화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맹종죽 숯을 만들어 숯가마나 캠핑용으로 활용하는 등 대나무산업을 활성화하는 방안과, 죽순을 이용한 간편도시락과 죽순스파게티·죽순스낵 등 이색 레시피를 개발해 죽순산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또, 맹종죽 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전시·판매장과 대나무둘레길 등을 조성하거나 맹종죽 굿즈 개발, 대나무 관광열차 코스 조성 등 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거제시 관계자는 “식품과 관광 등 분야별로 맹종죽을 자원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이를 산업화할 수 있는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해 맹종죽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많은 보탬이 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남신문 =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