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종, 서서평 그리고 이세종과 이현필- 서순복 호남영성연구원 이사장, 조선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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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종, 서서평 그리고 이세종과 이현필- 서순복 호남영성연구원 이사장, 조선대 법학과 교수
2023년 08월 09일(수) 22:00
미래학자들은 21세기 첫 번째 화두로 떠오르는 것이 ‘영성’(Spirituality)이라고 말한다. 물질 풍요의 시대에 사회가 성장할수록 인간의 영성도 더욱 풍성해야 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하다. 과학 기술은 진보하나 정신과 영적인 영역에 대한 관심은 메말라 간다.

한국 교회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번영과 성공 위주의 신앙이 발달해 왔으나, 기독교의 본래 정신인 비움과 금욕과 절제가 취약한 기복적인 구원론 체계를 갖고 있다고 본다. 반면에 화순의 영성가인 이공 이세종(1877~1942)과 이현필(1913~1964)은 서구의 영향을 받은 교회와 별개로, 한국의 독자적이라 할 수 있는 토착적 영성을 자신의 삶으로 보여 주었다.

우리 땅, 우리 시대, 우리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보여준 영성가들의 삶을 그려보는 것은 오늘날 한국 교회와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요즘처럼 영성이 혼탁해지고, 감동의 눈물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물질 세계를 넘어 영성에 대한 진실한 추구가 필요하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배우고 따라가야 할 한국적 영성의 뿌리를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을 초월한 수도원적 영성의 회복과 실천적인 삶이라고 본다.

대부분의 종교에서 본래 수도원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신앙적인 신념과 진리의 완전을 추구하는 수도 생활에 헌신하기로 서약한 수도자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곳이다. 기독교의 경우 종신 수도자들은 수도 공동체에 입회할 때 이른바 ‘복음 삼덕’이라 부르는 청빈, 순종, 순결의 세 가지를 서약한다. 예수를 믿고 변화된 이후, 자신을 가리켜 아무 것도 아니라는 의미의 ‘이공’(李空)이라고 했던 이세종은 성경을 제자들에게 전하면서 청빈·순명·순결 세 가지의 실천을 강조했다.

화순 산골에서 자생적으로 나타난 이공의 경건 운동과 가르침이 2000년 기독교 역사에 나타난 수도원 운동과 동일한 덕목과 가르침을 갖고 있다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 허락한 일종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그의 영성이 오늘날까지 의미가 있는 것은 비슷한 해에 출생하여 깊은 교류를 했던 ‘광주의 아버지’로 불린 최흥종 목사나 미국 남장로회 선교사로 섬김과 나눔의 삶을 실천했던 서서평 등과 함께 이룬 보편적인 기독교 영성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호남 지역에서 1904년은 기독교 역사의 전환을 이루는 분기점이 된다. 왜냐하면 갈릴리 나사렛에서 시작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유럽을 거쳐 미국 남장로회 선교부가 광주 양림동에 선교 둥지를 튼 해이기 때문이다. 그 후로 서양 선교사들의 헌신과 더불어 광주의 최초 목사요 3·1운동과 신간회 광주 책임자였던 최흥종 목사를 필두로 호남 교회 역사가 펼쳐졌다.

이와 더불어 화순 도암을 중심으로 한국적 영성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이공 이세종과 그의 제자 이현필이 활동한 것은 이 땅의 백성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다. 어떻게 배운 것 없는 일자무식(?)의 머슴 출신 이세종이 수도하는 개천산 아래에 당시 광주 지역 교회의 지도자들인 최흥종, 강순명 목사 등이 찾아와서 그와 함께 성경 공부를 할 수 있었을까?

감리교 신학대학 교수였던 정경옥은 1937년 이세종을 만나보고 그를 가리켜 ‘조선의 소박하고 순후한 성자’라고 칭하였다. 이처럼 호남 지역 초대 교회사에서 이공 이세종, 이현필, 최흥종과 더불어 서서평, 유화례 선교사 등은 호남 영성의 맥을 이루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출범한 ‘호남영성연구원’은 호남 초대 교회 선각자들의 영성을 탐구해, 한국 교회와 사회에 영성의 샘물을 공급하는 역할에 작은 디딤돌을 놓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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