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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삶을 바꾼다] 굴곡진 도로 펴고 넓히고 … 벌교 전성기 다시 찾는다
<2> 국도 27호선(벌교~주암 구간 3공구)
예능 프로그램 통해 벌교 꼬막 널리 알려져
광주·서울 등 관광객들 교통 여건 불편 호소
직선 도로·차선 확장 등 3017억원 예산 투입
국도 개선 통해 주민 교통 편의 향상 기대
독립운동 나철 선생 등 일대기 작품 전시도
벌교 유명세에도 교통 여건 개선 미흡
2023년 04월 12일(수) 00:00
국도 27호선 3공구 벌교~주암 구간이 완공되면 광주와 전남 동부권 외곽인 보성, 고흥 등의 교통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물론 순천, 여수로 향하는 교통의 분산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예로부터 보성 벌교는 순천 별량과의 경계에 자리하며, 여자만의 풍부한 수산물이 드나드는 곳이었다. 벌교천이 바닷물과 만나면서 형성되는 자연어장이 벌교 깊숙히 형성되면서 갯벌에는 꼬막, 낙지, 칠게 등이 언제나 가득했다. 벌교천 양쪽으로 시가지가 조성됐는데 5일장, 역, 터미널, 학교 등이 자리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벌교가 관광지로 알려진 것은 1989년 소설 ‘태백산맥’이 발간되면서다. 소설의 주무대가 된 벌교의 부용교(소화다리), 홍교(횡갯다리), 주인공인 김범우의 자택 등에 독자들이 몰려들었고, 인기는 2007년 태백산맥 문학관, 소화의 집 등 관련 관광시설의 준공으로 이어졌다.

2009년에는 한 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 벌교를 다루며, 유명 연예인들이 갯벌에서 나는 꼬막을 채취하고 꼬막 무침, 꼬막전, 꼬막찜 등을 먹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쫄깃쫄깃한 벌교 꼬막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왔으며, 꼬막 정식이나 백반을 주메뉴로 한 식당들의 창업이 잇따랐다. 항일운동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된 곳인 벌교에는 2021년 3월 1일 의(義)를 주제로 한 선근공원이 조성됐다. 독립운동에 앞장선 홍암 나철 선생, 채동선 선생, 안규홍 의병장의 일대기가 조형 벽화로 그려지는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담살이(머슴) 의병장 안규홍 동상과 황금 주먹 조형물이다. ‘벌교 가서 주먹 자랑 하지 마라’는 말의 주인공인 의병장 안규홍은 일제강점기 일본 순사(경찰)가 벌교 5일장에서 아낙을 희롱하는 것을 보고 한 주먹으로 때려눕힌 사건에서 시작했다.

꼬막으로 유명한 벌교는 2027년 이 공사가 완료되면 접근성이 높아져 관광객들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이 편하게 즐기며, 벌교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시설 설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사진은 벌교읍 전경.
관광지로 이름을 얻었지만, 광주나 서울 등에서 벌교까지 갈 수 있는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못한 채 그대로였다. 호남고속도로 주암 나들목에서 국도 27호선(군산~고흥 거금도)이 벌교까지 이어주지만, 2차선인데다 선형마저 반듯하지 못해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호남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를 연결하는 50.2㎞ 가운데 1·2공구(18.1㎞)가 준공됐지만, 중요한 3공구(13.26㎞)가 문제였다. 예산 규모가 생각보다 컸기 때문이다. 1·2공구 준공 2년이 지난 뒤인 2018년에서야 순천 송광 이읍리~주암 요곡리까지를 4차선으로 넓히고, 선형을 바로잡는 예산 3017억원을 확보해 2020년 8월 실제 공사에 들어갔다. 오는 2027년 준공 예정으로, 지난 2월 현재 공정률은 35.0%를 보이고 있다.

호남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를 연결하는 간선국도 역할을 하는 국도 27호선은 2차선으로 좁은데다 선형마저 구불구불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3017억원의 예산으로 순천 송광 이읍리~주암 요곡리까지를 4차선으로 넓히고, 선형을 바로잡는 이 공사는 오는 2027년 준공 예정이다.
국도 27호선 벌교~주암 구간이 반듯한 4차선으로 준공되면 전남을 종으로 잇는 호남고속도로와 횡으로 잇는 남해고속도로 사이에 간선 국도가 놓이게 된다. 이에 따라 광주와 전남 동부권 외곽인 보성, 고흥 등의 교통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물론 순천, 여수로 향하는 교통의 분산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개통 이후에는 부산·경남에서 남해고속도로를 따라 바로 보성, 순천 등은 물론 호남고속도로로 갈 수 있게 된다.

선남규(55) 벌교읍장은 “꼬막만이 아니라 벌교가 가진 다양한 자원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으며, 관광객 대부분이 교통 불편을 호소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번 국도 공사가 신속하게 마무리되면 벌교가 전국적인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국도는 굴곡이 심하고 사고 위험도 커 벌교 주민들마저 국도보다는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이 국도는 광주~고흥을 연결하는 기능에 국한되고 있다는 것이 벌교 주민들의 생각이다. 읍사무소 앞 작은 광장에 있는 읍민헌장 기념비는 벌교의 전성기를 1960년대로 기억하고 있다. 벌교 오일장이 열리면 동부권은 물론 전남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 정도로 북적댔다. 하지만 지금의 벌교는 간신히 인구 1만1000여 명을 유지할 정도로 기력이 쇠했다. 2000년 10월 설치한 이 기념비는 “지역 경제가 날로 침체하면서 주민들의 불만과 요구가 팽배해 벌교읍 번영회를 결성했다”고 적고 있다. 국도 등 도로의 개선·정비와 함께 관광객들이 찾아 머물 수 있는 편의 시설, 콘텐츠 등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공사 현장에서 만난 김병옥(43) 코오롱건설 과장은 “새로운 국도와 함께 구 도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주민들의 교통 편의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암에서도 이번 국도 27호선 공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

조연중(65) 주암면사무소 이장단협의회장은 “주암에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인지 주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좀 신속하게 완공됐으면 하는 바람이며, 앞으로 벌교나 고흥에 가는 길이 보다 수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