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삶을 바꾼다] 이동 편의성·접근성 제고가 전남지역 성장의 근간
  전체메뉴
[길이 삶을 바꾼다] 이동 편의성·접근성 제고가 전남지역 성장의 근간
<1>프롤로그
일제강점기 의병 진압과 강제 수탈 목적으로 설치된 국도 1호선
산업 발전 소외되면서 좁고 불편한 도로 수십년간 방치되며 쇠락
민선 7기 이후 국고 지원 규모 비약적 증대…넓어지고 곧게 펴져
1940년대까지 광주를 중심으로 전남 주요 시·군 도로망 구축
국도 7곳·국지도 6곳·지방도 12곳, 25개 주요도로 심층 취재
2023년 03월 28일(화) 19:00
국도 1·2호선은 목포에서 시작된다. 1907년 5월 착공한 국도 1호선 광주~목포 구간은 1910년 12월 준공됐다. 폭 6m의 양측에 1m의 하수구를 둔 근대식 도로다. 1906년 통감부를 설치해 일제는 의병 진압과 강제 수탈을 위한 이 도로 공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국도 1·2호선 기점 기념비.
고대 로마 전성기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다. 당시 주된 교통수단이 도보, 마차였기 때문에 유럽 각지에서 제국의 수도로 향하는 중간지점에 휴식, 숙박 등을 위한 도시들도 만들어졌다. 사람, 물자의 이동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길이 어느 방향으로, 어떤 규모로 조성되느냐에 따라 지역 발전도 좌우됐다. 현대에 접어 들어 자동차가 주요한 교통수단이 되면서 중심도시, 수출입 항구 등으로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도로의 중요성은 한층 높아졌다. 광주일보는 최근 급격하게 나아지고 있는 전남도내의 주요 도로들을 심층 취재한다. 도로가 지역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광주를 비롯한 타 지역과의 교류·소통을 위해 전남도내 도로망을 더 신속하고 편리하게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구불구불하고 좁은 전남의 국도, 국지도, 지방도 등 도로가 최근 5년 사이 차츰 확장·정비·개설되면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이동 편의성 증진, 시간 단축 등이 지역 경쟁력이 된 지 오래지만, 지난 수십년간 전남도내 주요 도로들은 열악한 수준이었으며, 따라서 경제 성장·발전도 더뎠다. 수도권, 영남권, 충청권 등에 비해 호남권은 타 권역 간은 물론 권역 내 이동 시간도 길었다. 광주 금남로에서 완도군청까지 거리는 138km인데, 지금도 소요 시간은 2시간 이상이다. 평균속도가 시속 69km에 불과하며, 이는 전남도내 국도, 국지도, 지방도가 주요 읍·면소재지를 통과하기 때문에 갑자기 감속해야 하고, 도로의 굴곡이 잦아 제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심도시와 소도시 간, 수출입 항구와 산업단지 간, 숙박시설과 관광지 간 이동 시간을 안전하게 단축하기 위해서는 전남도내 동서남북 사방으로 시속 8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도로망이 갖춰져야 한다. 또 핫한 관광 자원으로 인기가 높은 섬과 육지, 섬과 섬을 연결하는 해상 교량 역시 신속하게 설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전남도와 지역 정치권은 정부의 과감한 재정 투입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야 할 것이다.

전남도내에 근대식 도로, 즉 아스팔트나 시멘트 등으로 포장을 하고 배수 시설을 설치한 도로가 최초 설치된 것은 1900년대 초반이다.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제 병합하기 위해 1905년 11월 을사늑약을 체결한 후 통감부를 설치하면서다. 다른 지역보다 전남에서 일제의 침략 행위에 항의해 의병이 곳곳에서 일어났고, 농수축산물의 주생산지였으며, 1897년 10월 목포항이 개항하면서 전남과 일본 본토와의 거리도 좁혀졌다. 근대식 도로는 일제의 전남 의병 진압을 위한 군대의 이동, 강제 수탈을 위한 항구와 내륙도시와의 접근성 향상 등을 목적으로 설치됐다는 의미다.

국도 1호선은 목포에서 나주 남평을 지나 광주에 도달한 뒤 경성, 신의주까지 이어졌다. 목포항과 내륙거점도시인 광주를 우선 연결하는 것이 목표였다. 사진은 국도 1호선의 시작 지점.
◇전남에서 시작해 신의주까지 가는 국도 1호선의 시작=일제는 1906년 3월 진남포-평양-원산 간, 광주-목포 간, 대구-경주-영일만 간, 전주-군산 간 등 4곳에 대한 공사에 착수했다. 목포-광주 간 거리는 86.92km였다. 이는 철도와 항만, 중심도시를 연결하는 의미를 갖는다.

여기서 광주-목포 간 도로는 국도 1호선의 토대가 되며 폭 6m, 곡선 반경 15m로 하고, 양측에 1m의 하수구를 뒀다. 도로 부지는 일본인 소유자의 경우 대개 무상기부하고, 한국인 소유지는 대가를 지불해 마련했다. 예산 43만7314원을 투입해 1907년 5월 착공, 1910년 12월 준공됐다. 이 광주-목포 간 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일본인들은 목포항에서 내려 도보나 마차를 이용, 나주 남평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광주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동 과정에서 전남 의병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1911년 조선총독부는 도로규칙을 제정, 조선총독이 직접 관리하는 1·2등도로, 도장관(지사)이 관리하는 3등도로, 기타 부윤, 군수 등이 관리하는 등외도로로 구분했다. 이에 따라 1911년 7월 25일 경성-목포 간 1등도로 16개 노선과 광주-순천 간 2등도로 73개선을 지정고시했다. 1914년 4월 11일 및 12월 2일에는 전국 주요도시 시가지 원표위치 및 1·2등도를 지정고시하기도 했다. 이후 24년이 지나 1938년 12월 1일 조선도로령 제정으로, 기존 도로규칙이 폐지되고 도로를 국도, 지방도, 부도, 읍면도 등 4가지 종류로 조정했다.

목포항에서 국도 1·2호선 기점 기념비까지 구간의 모습. 국도 2호선은 신안에서 부산까지 이어주는 도로다. 민선 7기 이후 전남도가 중앙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 전남의 국도, 국가지원지방도(국지도), 지방도 등에 대한 정비·확정·신설 공사를 곳곳에서 진행중이다.
◇1940년대까지 광주를 중심으로 전남 주요 시·군 도로망 구축=1907년 당시 전남도에서 중요 도로는 목포에서 영산포까지의 배편과 연결되는 영산포-광주, 광주-태인, 광주-남원, 목포-마산 등이었다. 1911년 7월 25일 조선총독부 고시 제236호로 지정된 1등도로 16선과 2등도로 3선 가운데 전남과 관련된 것은 1등도로 경성-목포선, 2등도로 전주-여수(남원, 순천 경과)선·광주-안의선(남원 경과)·광주-보성선·광주-순천선, 나주-해남선, 영암-장흥선, 마산-우수영선(진주, 순천, 해남 경과) 등 7개 노선이었다.

1914년 8월 22일 조선총독부 고시 제334호로 2등도로선이 개정됐는데, 광주-법성포 간(송정리 경과)이 추가됐다. 이 구간 중 일부인 광주-송정리는 1914년 국유철도 호남선 전 구간이 개통된 시점에 전후해 개수된 것으로 보인다.

국도로는 목포에서 광주를 경유해 서울에 이르는 1등 도로 경목선, 광주에서 안의에 이르는 2등 도로 광의선, 광주에서 순천에 이르는 2등 도로 광순선, 광주에서 송정리에 이르는 2등 도로 광송선 등이 있었다.

1919년 4월 광주-정읍 간 도로개수공사가 착수됐으며, 1922년에는 광주를 중심으로 하는 간선도로망이 거의 정비되기에 이르렀다. 그 이후에는 매년 국고보조에 의한 1·2·3등도로의 부분적인 개수가 이뤄졌다. 1926년 당시 1등도로인 경성-목포선에 포함되는 전북에서 전남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공사가 준공됐고, 각 군 및 주요항만을 연결하는 2등도로 8개선이 대체로 정비를 마쳐 전남 도로의 간선 기능을 했다. 3등도로는 38개선이었다.

1·2등도로는 1938년 12월 1일 조선도로령이 제정된 이후 다시 국도로 지정고시됐는데, 그 내용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이 도로령으로 1938년 12월 1일자로 2등도로 순천선과 안의선은 제13호 광주-부산선과 제14호 광주-대구선의 일부로 지정됐고, 2등도로 법성포선은 아예 삭제됐다. 그러다가 1941년 4월 18일자 고시 제548호로 제42-3호 광주-극락선이 국도로 추가 인정됐다.

◇해방 이후 지지부진…민선 7기 비약적인 정비 및 신설=일제강점기 대륙 침략, 의병 진압, 강제 수탈 등의 목적으로, 주요 항구인 목포·여수와 내륙거점도시인 광주를 주축으로 나머지 시·군을 잇는 도로망이 구축됐다. 해방 이후 전남의 도로망 체계는 조금씩 개선되기는 했지만, 영남권, 충청권, 수도권 등에 비하면 매우 초라했다. 좁고, 곡선이 심해 속도를 내지 못했으며, 이동 시간이 길어 산업 발전, 관광객 유치 등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국도, 국지도(국가지원지방도), 지방도 등이 비약적으로 정비·확장·신설되기 시작한 것은 민선 7기 이후다. 신재생에너지, 우주발사체, 관광, 해상풍력, 식품가공, 백신·바이오, 해양 치유, 화학·철강 등 전남도와 22개 시·군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들이 성과를 보면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도로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오는 2027년 준공 예정인 벌교~주암 국도 27호선을 시작으로, 남평~화순 국지도 55호선, 장산~자라 지방도 805호선 등이 대표적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도로는 지역 발전과 직결되는 기반시설이며 산업·경제의 부흥, 관광 시설 유치 등의 전략을 구상할 수 있는 토대”라며 “도민과 외지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도로망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