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문화 화제 (3)] 첫 그림책 펴낸 허달재 화백
어른아이 ‘나는 누굴까?’
글·그림… 엔씨 소프트와 제작
바다·하늘 등 보며 자신 찾아가
한지에 번진 은은함·수묵 인상적
글·그림… 엔씨 소프트와 제작
바다·하늘 등 보며 자신 찾아가
한지에 번진 은은함·수묵 인상적
![]() 아니면 너른 바다 같을까? |
겨울 찬바람이 여전하지만 그의 작업실에는 매화가 가득했다. 색색의 한지 위에 얹힌 매화는 소박하지만 아름답다. 작가는 작업실 바닥에 앉아 매화 한송이 한송이를 그리며 몰입중이었다.
직헌 허달재 화백은 지난해 생애 첫 그림책을 출간했다. 제안받은 지 3년여만에 펴낸 책이다. 그림책이라는 장르도 낯설고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동글동글한 아이 두명이 표지를 장식한 그림책 제목은 ‘나는 누굴까?’다. 책 띠지엔 “아이들은 상상하고, 어른들은 생각하는 그림책”이라고 쓰여있다. 그림책을 읽은 가수 김창완은 “나는 울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왜 이렇게 간단한 질문을 오래도록 짊어지고 왔을까”라고 했다. 인터넷 서점 평에는 “어른아이인 우리 모두가 조금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라는 글귀도 있었다.
이번 그림책은 어른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소박한 그림과 글귀에 자꾸 책을 뒤적이게 된다.
그림책을 펴낸 곳은 엔씨 소프트다. ‘웃는 땅콩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엔씨 소프트의 그림책 목록 중에는 전문 그림책 작가들이 아닌, 화가들의 그림책이 눈에 띈다. 노석미 작가의 ‘나는 고양이’, 사석원 작가의 ‘우리집 막내 토식이’ 등이다.
“기존 그림책을 보니 주로 동적인 느낌이 강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정적인 느낌의 책을 만들어보려 했어요. 제 가 그림책은 잘 모르는데 책에는 주로 뛰어노는 아이들이 많더군요. 저 혼자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지 않을까 싶었죠. 사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유치원에 가는 것도 새로운 생활이라는 점에서는 얼마나 이런 저런 생각이 많겠어요. 걱정도 되고요. 우리 어른들이 그러는 것처럼 아이들도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죠.”
허 화백은 남종화의 일가를 이룬 의재(毅齋) 허백련 화백의 장손으로 ‘좋은 그림은 좋은 마음에서 나온다’는 할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6살 때부터 붓을 잡고 서예와 그림, 학문을 익혔다.
“할아버지는 늘 차를 마셔서 정신을 맑게 하고, 그 맑은 정신으로 잘 생각하고, 판단을 해 몸이 움직여야한다고 말씀하셨죠. 그림책 작업을 하며 생긴 것도, 성품도 다 다른 우리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싶었습니다. 또 하나 우리는 눈에 보이는 몸에 대해서만 집착하는데 보이지 않는 우리의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싶었습니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아이는 눈코입이 없다. 팔다리도 감추고 있다. 허 화백은 그림을 보는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일 수도 있고, 어른일 수도 있고.
책 속 아이들은 산과 바다와 하늘 등 자연을 보며 자신을 찾아간다. 아침에 떠오른 해님일지, 밤을 밝히는 달님일지, 낮은 산일지 높은 산일지 생각한다. 또 너른 바다일지 얕은 연못일지, 작은 조약돌일지, 큰 바위 일지 궁금해한다.
복잡한 사회 속에서 친구들과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 타고난 성품대로 살고, 서로 사이좋게 지내다 보면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가 그림책의 마지막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림체는 허 화백의 화풍이 그대로 담겼다. 한지에 번지는 은은함과 색채, 검은 수묵의 느낌이 인상적이다. 그의 매화 그림에 등장하는 하얀 점들은 이리저리 모여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우리 식의 그림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안데르센등의 동화도 좋지만요. 고모, 삼촌, 할아버지에게서 우리가 다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허 화백은 올 한해 동안 아부다비 아트페어와 마이애미 아트페어 등에 참여할 예정이며 무등산 의재미술관에서 열리는 매화전에도 출품한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직헌 허달재 화백은 지난해 생애 첫 그림책을 출간했다. 제안받은 지 3년여만에 펴낸 책이다. 그림책이라는 장르도 낯설고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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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그림책을 보니 주로 동적인 느낌이 강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정적인 느낌의 책을 만들어보려 했어요. 제 가 그림책은 잘 모르는데 책에는 주로 뛰어노는 아이들이 많더군요. 저 혼자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지 않을까 싶었죠. 사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유치원에 가는 것도 새로운 생활이라는 점에서는 얼마나 이런 저런 생각이 많겠어요. 걱정도 되고요. 우리 어른들이 그러는 것처럼 아이들도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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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늘 차를 마셔서 정신을 맑게 하고, 그 맑은 정신으로 잘 생각하고, 판단을 해 몸이 움직여야한다고 말씀하셨죠. 그림책 작업을 하며 생긴 것도, 성품도 다 다른 우리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싶었습니다. 또 하나 우리는 눈에 보이는 몸에 대해서만 집착하는데 보이지 않는 우리의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싶었습니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아이는 눈코입이 없다. 팔다리도 감추고 있다. 허 화백은 그림을 보는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일 수도 있고, 어른일 수도 있고.
책 속 아이들은 산과 바다와 하늘 등 자연을 보며 자신을 찾아간다. 아침에 떠오른 해님일지, 밤을 밝히는 달님일지, 낮은 산일지 높은 산일지 생각한다. 또 너른 바다일지 얕은 연못일지, 작은 조약돌일지, 큰 바위 일지 궁금해한다.
복잡한 사회 속에서 친구들과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 타고난 성품대로 살고, 서로 사이좋게 지내다 보면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가 그림책의 마지막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림체는 허 화백의 화풍이 그대로 담겼다. 한지에 번지는 은은함과 색채, 검은 수묵의 느낌이 인상적이다. 그의 매화 그림에 등장하는 하얀 점들은 이리저리 모여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우리 식의 그림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안데르센등의 동화도 좋지만요. 고모, 삼촌, 할아버지에게서 우리가 다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허 화백은 올 한해 동안 아부다비 아트페어와 마이애미 아트페어 등에 참여할 예정이며 무등산 의재미술관에서 열리는 매화전에도 출품한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