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환경과 목조건축] 목조건축에 대한 도전…지속가능한 도시 위해 꼭 해야 할 일
목조건축에 대한 도전…지속가능한 도시 위해 꼭 해야 할 일
‘목재’ 오랜시간 핵심 건축재료…산업화에 철골콘크리트 주재료로 자리
미래도시 건축은 ‘자연친화’…지구환경 살리고 탄소중립 실현 대안으로
최고층 목조건축 기록 美 22층 주상복합아파트…도시한옥 진화 주목
‘목재’ 오랜시간 핵심 건축재료…산업화에 철골콘크리트 주재료로 자리
미래도시 건축은 ‘자연친화’…지구환경 살리고 탄소중립 실현 대안으로
최고층 목조건축 기록 美 22층 주상복합아파트…도시한옥 진화 주목
![]() 2022년 최고층 목조 건축 기록을 경신한 미국 밀워키의 지상 25층 주상 복합아파트.
<출처:https://www.dezeen.com/> |
# 산업화와 건축재료의 변화
목재는 언제부터 건축재료로 사용되었을까? 인류가 생존을 위한 거처를 처음 만들었을 때에도 목재가 사용되었을 것이고, 지금도 목재가 사용되지 않은 건축물은 존재할 수 없을 정도이니, 신석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흙, 돌과 더불어 유구한 세월 동안 핵심 건축재료로 각광을 받아왔다.
우리나라도 목재의 선호도가 매우 높았다. 건축물을 지을 때도 소나무, 느티나무 등 주변에 자생하는 나무를 가공하여 구현했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경주의 황룡사 목조탑은 그 높이가 80m에 이르는 거대한 목조건축물로, 수 세기에 걸쳐 그 자리를 지켰음은 많은 문헌을 통해 밝혀진 자명한 사실이다.
18세기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기술 혁신을 이끌었고 목재의 가공에 있어서도 기계화 제재(製材)를 통해 규격화함으로써 얇고 가벼운 목재로 건축물을 짓는 경량목구조(Light weight wood framing)가 유행했다.
산업화는 근대 도시와 건축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합리주의와 과학기술을 통해 개발된 새로운 공법과 재료는 이전의 시대와 구분되는 건축의 스타일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1851년 런던 수정궁, 1889년 파리 에펠탑 등을 통해 철골구조가 널리 확산되었으며 비슷한 시기에 철근콘크리트 구조도 개발되어 근대 이후 목재와 더불어 건축의 주재료로 자리 잡았다.
# 도시화와 아파트 공급
특정 국가에서 도시화가 진행되면 ‘제도’에 의해 도시 정책이 적용되고, 장소를 잇는 ‘인프라’ 투자가 뒤따른다. 우리나라도 도시화 성숙기에 들어선 1980년대 말에는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민주화’의 요구가 증대됨에 따라 낙후된 분야의 중점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제6차 경제사회발전계획이 실현되었다. 그 일환으로 일명 ‘200만호’ 주택건설이 추진되었고 이후 10년간 500만호 이상의 주택이 공급되었다. 아파트는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거주할 수 있는 주거형태로 대량의 주택공급정책을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은 전 국토의 17%에 해당하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2050년에는 7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도시 내에서 주거를 충족하기 위해 앞으로도 높은 밀도로 많은 건축물을 지어야 한다. 이런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철근콘크리트구조와 철골구조가 적합한데 탄소 배출은 감수해야 한다. 신축과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건설폐기물 중 일부는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혼합 배출되는 특성으로 인해 재활용률이 낮아 현재는 매립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 기후변화·탄소중립을 위한 목조건축 실현
도시는 흔히 회색으로 묘사된다. 이런 표현은 아마도 콘크리트라는 건축재료에서 기인되었을 것이다. 콘크리트는 현대도시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기적의 재료로 평가받았으나 현대에 들어서는 탄소배출과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낙인 찍혀 있다. 콘크리트에 포함된 시멘트 1t을 생산할 경우 이산화탄소의 배출 역시 1t에 가깝다. 건축 원자재 생산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시멘트가 1.48Gt, 강철이 3.55Gt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최근 산업계 뿐 만 아니라 건설업계에서도 목조건축 실현을 통한 탄소배출을 감소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해에는 산림청에서도 친환경 탄소저장 소재인 목재를 이용하여 사회기반시설(SOC)을 조성하고 다양한 목재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목재친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2025년부터는 연간 공공건축물의 20%를 목조건축물로 신축함으로써 목조건축의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나아가 2050년 탄소중립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목재와 탄소의 관계는 긍정적이고 역학적이어서 100여 년 간 외면 받았던 목재가 지구환경을 살리는 탄소중립 실현의 대안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열전도율에 있어서 목재는 콘크리트보다 10배 가량 낮다. 목재로 건축을 할 경우 외부의 열과 냉기가 내부로 전달되지 않아 단열효과를 높일 수 있어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도 한다.
# 고층 고밀도 목조건축의 실현
미래 도시와 건축의 화두는 ‘자연친화’이다. 도시와 친환경은 어울리기 어렵지만 콘크리트 일색의 도시 환경을 차근차근 목재로 대체한다면 적극적인 실현도 가능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도시 내 친환경 목조건축의 실현을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부석사 무량수전이 있는 경상북도 영주시에 얼마 전 한그린 목조관이 개관했다. 한그린 목조관은 국내 최고(最高)의 목조건축물이다. 고층의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부족함이 있으나 고층 고밀도 목조건축의 실험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2024년에는 산림청의 주관으로 산립복지종합교육센터를 목조 7층으로 건축할 예정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고층 목조건축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보다 많은 경험과 시공사례가 확인된다. 2017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에는 54m, 18층 높이의 기숙사가 완공되었다. 이곳은 270개 이상의 스튜디오와 33개의 4베드룸 유닛으로 구성되어 400명 이상의 학생들이 거주할 수 있다. 2022년에는 미국 밀워키에 지상 25층의 주상복합아파트가 건축됨으로써 최고층 목조건축의 기록이 경신되었다. 지상의 각 층에는 수영장을 비롯하여 259가구가 들어서 있다.
이렇듯 대량 목재의 모듈식 건축을 현대적으로 개발하고 사용하는 것은 콘크리트 및 철골과 같은 고층 건축물에 사용하는 전형적인 구조재료에 대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의 목조건축 인증 기준을 보면, 기둥, 보 등 주요구조체를 목재로 시공할 경우, 나머지가 목재가 아닐 지라도 목조빌딩으로 인정된다. 2026년에는 스위스 취리히에 ‘Rocket&Tigerli’라는 100m가 넘는 목조건축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고층 목조건축을 가능케 하는 건축재료는 구조용 집성판(CLT·Cross Laminated Timber)으로 오래전 개발되었지만 현대 목조건축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다. 미래의 콘크리트라는 애칭이 있는 구조용 집성판은 콘크리트보다 무게가 가벼울 뿐 만 아니라 강도가 강하고 화재에도 잘 버틴다. 내화 성능이 강화된 집성판과 집성목은 3시간 화재 시험에도 버틸 수 있다.
탄소배출 등 환경공해는 감수할 지라도 균질한 강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철골, 콘크리트에 의해 지배되었던 도시의 풍경은 구조성능, 균질성을 보장할 수 있는 공학목재가 차츰 개발됨에 따라서 목조건축 르네상스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 또 다른 목조건축, 도시 한옥의 진화
한옥도 목조건축이다. 아시아에서는 1000년 전에도 이미 가구(架構)법이 크게 발달하여 목재를 많이 쓰지 않고도 집을 지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한옥은 목재의 사용 비율이 낮은 일명 효율적인 목조건축이다. 다만 도시와 어울리지 않을 뿐이다. 마당과 처마가 있어야 그 가치가 빛나는 까닭에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생존하기가 어렵지만 도시환경에 맞게 진화함으로써 자리를 잡은 곳이 있다
서울 종묘 서쪽 담장을 따라서 서순라길이 이어진다. 서순라길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종묘의 담장과 어우러진 경관이 한 몫 한다. 예전부터 산책길로도 유명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주얼리 마켓이 즐비했던 곳에 한옥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다. 최근 건축된 한옥들의 공통점은 매우 좁은 대지에 2층으로 건축되어 가로의 파사드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옥이 이 환경에 자리하기 위해 진화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짧은 처마이다. 한옥의 처마는 도시에 적합하지 않지만, 서순라길의 한옥들은 처마의 길이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비가 들이쳐 목재가 상할 염려는 적절한 방부처리와 구조용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해결이 가능하다. 둘째는 복층구조이다. 한옥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1층을 고집한다. 수평적 확장에 적극적인 한옥이 도시에 적합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한옥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직확장은 필수요소로 서순라길의 한옥도 대부분 2층이다. 10평 남짓한 건축면적과 수직으로 중첩된 2층의 공간은 비록 협소하지만 준수한 내부공간과 훌륭한 경관을 제공한다. 종묘의 담장은 더 이상 변화되지 않는 경관의 보호막 역할을 한다.
목조건축은 위기에 처한 도시를 구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지구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까? 수천 년 동안 건축물에 사용된 전통적인 재료, 목재는 점점 더 많은 곳에서 다시 선택받는 재료가 되고 있다. 지속가능성, 품질, 강도, 유연성 및 시공속도는 목재를 훨씬 더 매력적인 건축재료의 옵션으로 만들고 있다. 더불어 새로운 목조건축에 대한 도전과 실험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세대에서 꼭 해야 할 사명이다.
신웅주
조선대학교 건축학과(5년제) 교수, 학과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문화재청 수리기술위원회 전문위원
전라남도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한국공간디자인협회 회장
목재는 언제부터 건축재료로 사용되었을까? 인류가 생존을 위한 거처를 처음 만들었을 때에도 목재가 사용되었을 것이고, 지금도 목재가 사용되지 않은 건축물은 존재할 수 없을 정도이니, 신석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흙, 돌과 더불어 유구한 세월 동안 핵심 건축재료로 각광을 받아왔다.
18세기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기술 혁신을 이끌었고 목재의 가공에 있어서도 기계화 제재(製材)를 통해 규격화함으로써 얇고 가벼운 목재로 건축물을 짓는 경량목구조(Light weight wood framing)가 유행했다.
산업화는 근대 도시와 건축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합리주의와 과학기술을 통해 개발된 새로운 공법과 재료는 이전의 시대와 구분되는 건축의 스타일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1851년 런던 수정궁, 1889년 파리 에펠탑 등을 통해 철골구조가 널리 확산되었으며 비슷한 시기에 철근콘크리트 구조도 개발되어 근대 이후 목재와 더불어 건축의 주재료로 자리 잡았다.
![]() 서순라길 주얼리 비즈니스 센터 <출처:제아건축사사무소> |
특정 국가에서 도시화가 진행되면 ‘제도’에 의해 도시 정책이 적용되고, 장소를 잇는 ‘인프라’ 투자가 뒤따른다. 우리나라도 도시화 성숙기에 들어선 1980년대 말에는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민주화’의 요구가 증대됨에 따라 낙후된 분야의 중점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제6차 경제사회발전계획이 실현되었다. 그 일환으로 일명 ‘200만호’ 주택건설이 추진되었고 이후 10년간 500만호 이상의 주택이 공급되었다. 아파트는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거주할 수 있는 주거형태로 대량의 주택공급정책을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은 전 국토의 17%에 해당하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2050년에는 7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도시 내에서 주거를 충족하기 위해 앞으로도 높은 밀도로 많은 건축물을 지어야 한다. 이런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철근콘크리트구조와 철골구조가 적합한데 탄소 배출은 감수해야 한다. 신축과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건설폐기물 중 일부는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혼합 배출되는 특성으로 인해 재활용률이 낮아 현재는 매립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 기후변화·탄소중립을 위한 목조건축 실현
도시는 흔히 회색으로 묘사된다. 이런 표현은 아마도 콘크리트라는 건축재료에서 기인되었을 것이다. 콘크리트는 현대도시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기적의 재료로 평가받았으나 현대에 들어서는 탄소배출과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낙인 찍혀 있다. 콘크리트에 포함된 시멘트 1t을 생산할 경우 이산화탄소의 배출 역시 1t에 가깝다. 건축 원자재 생산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시멘트가 1.48Gt, 강철이 3.55Gt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최근 산업계 뿐 만 아니라 건설업계에서도 목조건축 실현을 통한 탄소배출을 감소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해에는 산림청에서도 친환경 탄소저장 소재인 목재를 이용하여 사회기반시설(SOC)을 조성하고 다양한 목재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목재친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2025년부터는 연간 공공건축물의 20%를 목조건축물로 신축함으로써 목조건축의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나아가 2050년 탄소중립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목재와 탄소의 관계는 긍정적이고 역학적이어서 100여 년 간 외면 받았던 목재가 지구환경을 살리는 탄소중립 실현의 대안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열전도율에 있어서 목재는 콘크리트보다 10배 가량 낮다. 목재로 건축을 할 경우 외부의 열과 냉기가 내부로 전달되지 않아 단열효과를 높일 수 있어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도 한다.
![]() 서순라길 주얼리 비즈니스 센터 <출처:제아건축사사무소> |
미래 도시와 건축의 화두는 ‘자연친화’이다. 도시와 친환경은 어울리기 어렵지만 콘크리트 일색의 도시 환경을 차근차근 목재로 대체한다면 적극적인 실현도 가능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도시 내 친환경 목조건축의 실현을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부석사 무량수전이 있는 경상북도 영주시에 얼마 전 한그린 목조관이 개관했다. 한그린 목조관은 국내 최고(最高)의 목조건축물이다. 고층의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부족함이 있으나 고층 고밀도 목조건축의 실험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2024년에는 산림청의 주관으로 산립복지종합교육센터를 목조 7층으로 건축할 예정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고층 목조건축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보다 많은 경험과 시공사례가 확인된다. 2017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에는 54m, 18층 높이의 기숙사가 완공되었다. 이곳은 270개 이상의 스튜디오와 33개의 4베드룸 유닛으로 구성되어 400명 이상의 학생들이 거주할 수 있다. 2022년에는 미국 밀워키에 지상 25층의 주상복합아파트가 건축됨으로써 최고층 목조건축의 기록이 경신되었다. 지상의 각 층에는 수영장을 비롯하여 259가구가 들어서 있다.
이렇듯 대량 목재의 모듈식 건축을 현대적으로 개발하고 사용하는 것은 콘크리트 및 철골과 같은 고층 건축물에 사용하는 전형적인 구조재료에 대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의 목조건축 인증 기준을 보면, 기둥, 보 등 주요구조체를 목재로 시공할 경우, 나머지가 목재가 아닐 지라도 목조빌딩으로 인정된다. 2026년에는 스위스 취리히에 ‘Rocket&Tigerli’라는 100m가 넘는 목조건축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고층 목조건축을 가능케 하는 건축재료는 구조용 집성판(CLT·Cross Laminated Timber)으로 오래전 개발되었지만 현대 목조건축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다. 미래의 콘크리트라는 애칭이 있는 구조용 집성판은 콘크리트보다 무게가 가벼울 뿐 만 아니라 강도가 강하고 화재에도 잘 버틴다. 내화 성능이 강화된 집성판과 집성목은 3시간 화재 시험에도 버틸 수 있다.
탄소배출 등 환경공해는 감수할 지라도 균질한 강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철골, 콘크리트에 의해 지배되었던 도시의 풍경은 구조성능, 균질성을 보장할 수 있는 공학목재가 차츰 개발됨에 따라서 목조건축 르네상스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 또 다른 목조건축, 도시 한옥의 진화
한옥도 목조건축이다. 아시아에서는 1000년 전에도 이미 가구(架構)법이 크게 발달하여 목재를 많이 쓰지 않고도 집을 지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한옥은 목재의 사용 비율이 낮은 일명 효율적인 목조건축이다. 다만 도시와 어울리지 않을 뿐이다. 마당과 처마가 있어야 그 가치가 빛나는 까닭에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생존하기가 어렵지만 도시환경에 맞게 진화함으로써 자리를 잡은 곳이 있다
서울 종묘 서쪽 담장을 따라서 서순라길이 이어진다. 서순라길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종묘의 담장과 어우러진 경관이 한 몫 한다. 예전부터 산책길로도 유명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주얼리 마켓이 즐비했던 곳에 한옥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다. 최근 건축된 한옥들의 공통점은 매우 좁은 대지에 2층으로 건축되어 가로의 파사드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옥이 이 환경에 자리하기 위해 진화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짧은 처마이다. 한옥의 처마는 도시에 적합하지 않지만, 서순라길의 한옥들은 처마의 길이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비가 들이쳐 목재가 상할 염려는 적절한 방부처리와 구조용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해결이 가능하다. 둘째는 복층구조이다. 한옥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1층을 고집한다. 수평적 확장에 적극적인 한옥이 도시에 적합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한옥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직확장은 필수요소로 서순라길의 한옥도 대부분 2층이다. 10평 남짓한 건축면적과 수직으로 중첩된 2층의 공간은 비록 협소하지만 준수한 내부공간과 훌륭한 경관을 제공한다. 종묘의 담장은 더 이상 변화되지 않는 경관의 보호막 역할을 한다.
목조건축은 위기에 처한 도시를 구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지구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까? 수천 년 동안 건축물에 사용된 전통적인 재료, 목재는 점점 더 많은 곳에서 다시 선택받는 재료가 되고 있다. 지속가능성, 품질, 강도, 유연성 및 시공속도는 목재를 훨씬 더 매력적인 건축재료의 옵션으로 만들고 있다. 더불어 새로운 목조건축에 대한 도전과 실험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세대에서 꼭 해야 할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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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학교 건축학과(5년제) 교수, 학과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문화재청 수리기술위원회 전문위원
전라남도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한국공간디자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