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풍요롭게 하는 건축의 공공성] 도시 특색 살린 소통·만남·교류의 공공건축물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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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풍요롭게 하는 건축의 공공성] 도시 특색 살린 소통·만남·교류의 공공건축물 만들어야
건축은 인류역사와 함께한
가장 중요한 문화의 기록
과거 도시 위에 현재 삶 씌운
유럽도시들 특징 경이로워
서울시청, 차로 중심서 광장으로
광주 서구청, 공원·광장 전면배치
2022년 12월 18일(일) 23:00
공공 건축물은 도시 정체성을 만들고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한다. 핀란드 헬싱키 도서관.
건축의 공공성은 무엇인가? 건축물은 그 속성 자체가 공공성을 띤다. 공공건축은 출발부터가 공공을 위한 건축물이므로 당연한 일이고, 사유건축 또한 공공의 질서 속에서 만들어지며 다수가 이용하고 도시의 풍경이 된다는 점에서 공적인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자칫 건축물을 개별적인 목적과 용도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그런 오류를 범하기 쉽다. 아파트는 사적건물이고, 현재는 부의 증식수단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에 대규모로 조성돼 도시의 가로체계와 도시풍경에 크나큰 영향을 미침에도 그 공공성에 대해 크게 문제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나마 최근에는 아파트의 공공성과 도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400여필지에 가득 채워진 기존 건축물을 모두 허물고 하나의 아파트단지가 조성된 사례가 있다. 1940년대부터 형성된 곳으로 추정되는 그 땅은 국토정보지리원이 제공하는 지도서비스가 시작된 1960년부터 아파트단지가 조성된 2020년까지 줄곧 같은 모습의 가로체계가 존재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조성으로 80년 세월 동안 존재해왔던 가로체계는 일시에 삭제되고 말았다.

아파트단지의 개발은 오랜 세월 동안 선인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조성되어온 가로체계를 일시에 무너뜨리고 만다. 수많은 택지개발사업과 도로건설은 급격한 인구증가와 경제성장과 함께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산천과 대지에 선을 긋고 말았다. 이제 우리도 성장 일변도를 넘어 삶의 질과 우리의 땅을 잠시 빌려 쓰는 임차인으로서 이 땅을 지킬 소명에 대해 이야기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공공 건축물은 도시 정체성을 만들고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한다. 건축물을 시민들이 자유롭게 접하며 걷기 좋은 노르웨이 오슬로.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

10여 년 전 런던을 방문했을 때, 도시 전체에서 느껴지는 역사적 아우라에 깜짝 놀랐었다. 런던은 새로운 건물과 거대한 스케일의 건축물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된 건축물을 수선(리모델링)해서 잘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나 가로 곳곳에 보이는 커다란 나무들에서 역사성과 자존심이 느껴져 런던이란 도시에 제압당했던 기억이 있다. 디자인적이고 큰 스케일의 새로운 건축물이 가득한 도시는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이기까지 했다.

유럽도시의 특징은 과거 도시의 더께 위에 현재의 삶이 씌워진 형태라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형성된 도시가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받아 안아 지난한 삶의 흔적들이 도시에 녹아 있는 모습은 놀랍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천년 오랜 역사와 세계 최다의 고인돌 유적이 발견된 역사 깊은 나라임에도 목조건축의 한계 때문인지, 새마을 운동의 여파 때문인지 옛 모습은 민속촌과 몇몇 읍성, 사찰에만 남아있을 뿐 과거의 흔적을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렵다. 역사는 미래인 만큼 우리의 건축과 도시도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존중하여 미래를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와 거주환경에 대해 우리는 역사적으로 어떠한 행태의 거주환경을 이뤄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같은 땅에서 살아갔던 선인들의 지혜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선조들의 삶의 방식을 박제하기보다는 역사에서 미래를 발견하는 지혜를 발휘해야한다.

고려대 김세용 교수는 “건축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가장 중요한 문화로서 그 시대 문화의 기록이며, 철학과 정신의 문화산물이다. 따라서 건축의 수준은 한 국가의 중요한 문화적 지표가 된다. 사회적 산물임과 동시에 사적재산인 건축은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지님으로서 사회, 문화, 경제적인 가치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용 건축가는 “공공성의 완성은 지역적 특수성이 심도있게 반영될 때만 가능한 것이다. 또한 우리가 공공성을 생각하며 첨가해야 할 새로운 주체가 있다면 그것은 자연이다. 되는대로 내던져진 주민들의 거주 환경과 지방마다 지역의 스케일을 벗어난 권위주의적 관공서 건물들은 하나같이 이 땅의 풍경을 천박스럽게 한다. 이제부터라도 관에서 발주하는 건축은 그들의 소임인 진정한 ‘공공성’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청은 차로중심의 가로에서 벗어나 2004년 서울광장으로 탈바꿈했다. 또 광화문광장도 기존 섬 형태의 공원에서 한면이 접한 광장으로 조성했고, 광장을 더 넓히는 공사를 2023년 완공 목표로 진행중이다. 서울시청은 월드컵 응원과 아이스링크 및 각종 집회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광화문 광장은 촛불집회 등과 여가활동 공간으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광주에서는 서구청이 주차장으로 가득차 있던 외부공간의 구 청사를 공원과 광장을 전면공간에 배치한 신청사로 탈바꿈시켜 시민들이 한결 편안하게 구청을 품을 수 있게 개선했다.

최근 들어 건축의 공공성 향상을 위한 연구 및 토론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장 먼저 국가적 차원에서 건축전문기관을 설립한 네덜란드를 필두로 덴마크, 노르웨이에서도 할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를 벤치마킹, 각 시도별로 공공건축가제도를 운영하는 등 건축의 공공성 향상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건물의 외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덴마크 코펜하겐.
#공동체 삶 아우르는 공간 필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마을은 마을초입에 공유공간인 정자가 있었다. 사람들은 정자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일상을 이어가고 마을을 왕래하는 사람들은 정자를 지나쳐 마을로 진입할 수 있었다. 마을의 삶의 행태가 자연스럽게 서로를 인지할 수 있는 형태로 조성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마을인 아파트는 아무런 전이공간도 없이 주차장에서 개인 집까지 즉각적으로 진입하는 방식이다. 10년을 살면서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알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주택이든 공공기관이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서로 간의 만남과 소통을 통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편리성과 기능성은 자칫 삶을 고립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스위스 치리히 공원.
이제 다시금 사람들의 소통, 만남, 교류의 장소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다행히 그 변화의 움직임이 조금씩 진행되는 중이다. 공공건축물부터 시작해 외부공간을 주차장으로 채웠던 기관들이 외부마당을 조성, 소통의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설계공모에서는 공공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공모안이 당선된다. 아파트 또한 집단적 이기주의적 건물에서 옛길을 존중하고 인근 주민들과의 소통의 공간이 얼마나 형성되었느냐를 심의의 기준으로 삼는다. 건축기본법이 그러하고 광주건축선언문이 그러하다.

광주의 특색을 살리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가며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공공건축물, 아름다운 건축과 소통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는 공공건축물이 현재의 과제다.

얼마전 북유럽을 다녀왔다. 사람들은 여유롭게 거리를 거닐고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얘기하며 무언가를 느끼고 교감할 때 진정한 행복감을 느낀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활기찬 사람들과 함께 있다보면 우리의 행복은 저절로 만들어질 것이다.



신영은

건축사사무소 ‘사람’ 대표

광주시 공공건축가

첨단배드민턴장, 서구 사회적가치혁신지원센터 등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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